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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실 구조의 수용에 의한 논거

3.1. 연속적 관계에 의한 논거

3.1.2. 상황적 관련성에 의한 논거

많았다. 인과적 관련성에 의한 논거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결과에 의한 논 거는 정량적 수치의 정도나 정성적 본질의 비교를 통해 실현되는데, 자연과학적 수치 인용의 탈맥락화나 원인이 지닌 가치의 과도한 축소가 문제점으로 지적되 었다. 활용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상보적 분포에 의한 논거는 탄탄한 논리적 체 계를 바탕으로 강력한 수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위 예문에서는 실태에 의한 경험적 논거의 활용이 필자의 태도를 결정짓는 다양한 가능성의 논거 가운데 현실과의 조회를 통해 실효성이 낮은 선택항을 제거하는 형태로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중학교 재학 중에 목격했던 학교 폭력의 사례를 제시하고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 외에 학 교 폭력으로부터 피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달리 존재하 지 않음을 논거로 제시함으로써 다른 모든 선택항을 배제하였다. 여기에서는 실 태에 의한 논거를 제시함으로써 다른 입장의 논거가 모두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음을 독자에게 시사하고 문제 의식을 강화하였다.

실태에 의한 경험적 논거는 3분의 1 정도의 학습자 글쓰기 자료(34.8%, 69 명)에서 발견되었다. 이러한 논거 활용의 특징은 필자의 태도가 실현된 상황을 무표항으로서 설정하고 새로운 태도의 선택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무표항의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형태로 나타난 다는 점이다.34) 그 중 몇 가지를 예로 들면, ‘고등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실행의 태도를 견지하는 어느 학습자의 글에서는 휴대전화를 학교에 몰래 가져오는 고등학생은 많지만 수업 시간에 자 발적인 자제로 휴대전화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 현상 중지의 상황이 현실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태도를 내세울 필요가 없음을 논거로 삼아 현상 실행의 태도를 피력하였다. 또 ‘모든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바꾸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중지의 태도를 보이는 한 학습자의 글에 서는 새로운 태도의 선택이 필자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없음을 논거로 삼아 기존의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현상 중지의 태도를 보였다. 설득 의사소통 행위가 현실 맥락과의 조회를 통해 독자와 관계 를 맺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은 경험적 논거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지만, 목표 독자의 범위를 어떻게 상정하였는가에 따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고등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 상 중지의 태도를 보이는 필자가 시간에 의한 논거를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한 예이다.

34) 논제 현상에 대한 태도의 선택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음을 논거로 제시하여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 민병곤(2004 : 188~194)이 분류한 ‘현실 추수적 태도’와 유사하다. 현실 추수적 태도는 사실, 가치, 제도 및 정 책의 현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나 다소의 문제는 있지만 그것이 본래 기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 태도이다. 하지만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태도 선택의 기반이 되는 가치 판단이 정반대로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두 개념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고등학생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경험상으로나 좋 지 않다. 우리 나라 현실상 고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대학 진학인데, 휴대 폰은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될 때가 더 많다. 우선 휴대폰을 수업 시간에 가지고 있으면 친구들에게 오는 문자나 카톡을 답장해 주느라 공부에 쏟 아야 할 집중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혼자서 자습하다가 진동이 느껴지거나 알림 소리가 들리면 분명히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이고 다시 집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략)

게다가 휴대전화는 중독성이 강하다. 나는 원래 고등학교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보니 휴대전화가 없다 면 많이 불편하고 허무할 것 같다. 대학생인 나도 이런 상황인데,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힘겨워하는 고등학생들은 나보다 더 쉽고 빠르게 중독될 것이 다. 진짜 휴대전화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 생들은 휴대전화를 멀리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 진학뿐 아니라 더 먼 미래를 위해 고등학생의 휴대전 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이 발 달할 시기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고등학생들을 사이버 세상으로 끌어들이게 되 고 결국 진정한 인간 관계를 쌓는 노력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의견이 있을 것 이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아직 완전히 자기 통제에 능숙하지 못하여 자신의 미 래를 위해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 그래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고등학생의 휴대전 화 사용을 금지하는 행위는 정당화된다. [휴-지-3-14]

위 예문에서는 어떤 결과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 논리적으로 분명히 알 수 없는 현상이나 행위에 대해 언젠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념 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태도를 뒷받침하였다. 이 글에서는 ‘대학 진학’과 ‘사회 생활(더 먼 미래)’라는 미래의 목적을 논거로 삼아 현재(고등학교)의 휴대전화 사용이 중지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경험적 논거는 실태에 의한 논거에 시간에 대한 인식이 부여됨으로써 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에 의한 논거의 활용은 ‘손실’과 ‘혜택’을 정당화하는 전제가 된다. 어떤 현상에 따른 손실과 혜택은 즉각적으로 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위 예문에서와 같이 단기적 목적(고등학교 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의 즐거움)과 장기적 목적(대학 생활, 사회 생 활)이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논제 현상과 단기적 결과, 장기적 결 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현상을 논리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

기 때문에 대부분의 필자는 ‘언젠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라는 식의 시간적 흐 름에 의지한다. 이는 결과가 아닌 ‘목적’으로부터 경험적 논거를 생성하는 것으 로 볼 수 있다. 필자의 태도로 구성되는 수단(means)은 독립적으로 주어지는 목적(ends)의 가치에 의존하여 상대적인 가치만 갖는다.35)

이처럼 동일한 층위의 현상으로 이루어진 경험적 논거의 연쇄라 하더라도 그 것이 인과적 관련성에 의한 원인과 결과의 관계인지, 현실적 상황이 반영된 수 단과 목적의 관계인지에 따라 서로 달리 평가된다. 그런데 독자는 어떤 사실이 목적의 수단으로서 인지되지 않을 때에만 그러한 사실을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 으로 받아들인다.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상황적 관련성에 의한 경험적 논거를 구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 해 높은 수준의 논리적 타당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최종적으로 표현된 학습자의 글에서는 대부분 인과적 관련성 에 의한 논거의 형태로 전환되어 실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습자 글쓰기 자료 에서 시간에 의한 논거가 결과에 의한 논거의 형태로 전환될 때에는 대부분 정 성적 본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간에 의한 논거는 즉각적 인 결과에 대한 정량적 수치나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간에 의한 논거를 사용한 학습자 글쓰기 자료 가운데에는 종종 부차적 원인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축소하거나 반대로 어떤 특수한 원인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 하여 오류로 진행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령 ‘학교에서의 체벌을 허용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실행의 태도를 보이는 필자의 글에서는 ‘교권 붕괴’라는 문제 상황에 대한 귀인을 ‘체벌 금지’로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이를 제외한 다른 요인을 모두 간과하거나 배제하는 경우 가 자주 발견되곤 했다. 하지만 체벌 금지는 교권 붕괴에 있어 가속화를 가져온 일종의 촉매에 해당할 뿐 교권 붕괴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러한 단정적 진술은 현실 맥락을 고려할 때 오류로 판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반대로 ‘모든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바꾸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실행의 태도를 보이는 몇몇 필자의 글에서는 문제 현상의 결과를 지나치 게 확대함으로써 설득력을 떨어뜨린 경우가 발견되었다. 이들 글에서는 고등학 생 남녀분리가 왜곡된 이성관을 심어준다는 점을 논거로 활용하였는데, 시간의

35) 부르통과 고티에(Breton & Gothier, 2000; 장혜역 역, 2006 : 51)는 동일한 층위의 현상이 수단과 목적의 관계로 연결되어 목적으로부터 수단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결 정되는 것을 ‘소모적(消耗的) 관계’에 의한 논거라 이름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