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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실 사례의 수용에 의한 논거

2.1. 구체성에 기반한 현실 사례의 수용

2.1.1. 예시에 의한 논거

예시(example)는 구체적인 현실 사례로부터 현실 구조의 어떤 원리나 규칙의 존재를 가정하는 논거 활용 방식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시를 귀납법 과 유사한 것으로 보았으며(이종오 역, 2007 : 128) 페럴만 또한 특정 사례로부 터 어떤 규칙이나 다른 특정 사례로 일반화되는 것으로 보았다(Perelman, 1977; Kluback trans., 1982 : 106~107). 예시에 의해 생성된 논거는 일반화된 원칙 그 자체가 아닌, 특정 사례를 정당화하는 규칙의 범위나 일반화의 정도가 성패의 관건이 된다.

필자의 직ㆍ간접 경험을 예시로 표현한 경험적 논거는 대부분 이야기의 형태 를 띤다. 이야기의 단위는 ‘일화(逸話, episode)’이다. 일화란 글자 그대로 평범 하지 않고 빼어난 이야기로서, 일상 생활 가운데 일상적 질서에서 이탈한 상황 이나 시간이 언어화된 것이다(이강옥, 1993 : 26~27; 주재우, 2011 : 157~158).

다음은 ‘야외에서 보행 중에 담배 피우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중지의 태도를 보이는 필자가 예시를 통해 자신의 태도를 뒷받침한 예이다.

대한민국의 흡연율은 29.1%이다. 길을 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보면 적어도 4 명 중 1명이 흡연을 하고 있는 셈이다. ① 실제로 비흡연자라면 누구나 길을 갈 때, 먼 곳이든 가까운 것이든, 담배 피우는 연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었던 기억 이 있을 것이다. 적당히 거리가 있으면 앞질러 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흡연자 들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선뜻 나서기가 껄끄럽다. 정부에서는 무 분별한 흡연을 막기 위해서 회사나 빌딩은 물론 광화문 버스정류장 같은 공공장 소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보 행 중 길거리 흡연까지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② 내 나이가 6~7살 즈음에 가족과 소풍을 간 일이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 손을 잡고 가라 하셔서 아버지께 다가갔었다. 6~7살이라는 나이는 유치원을 다 니는 나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지적 능력이 덜 발달되어 있던 터라 아버지의 손 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었다. 그 당시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면서 앞에 가고 계셨 으므로 담배가 잘 보이지 않아 결국 아버지의 손을 잠음과 동시에 담배를 손으 로 잡아버리고 말았다. ③ 이렇게 보행 중에 누군가가 상대방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행 중의 흡연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후략) [연-지-1-57]

위 예문에서는 목표 독자를 ‘비흡연자’로 상정하여 필자의 경험을 보편 독자 와 공유(①)하고 논제 현상과 관련된 자신의 부정적 경험을 이야기로 표현(②) 한 다음 그러한 문제가 일상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논평(③)을 덧붙임 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였다. ①~③ 각각이 함의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예시에 의한 경험적 논거의 기본 전제는 필자의 직ㆍ간접 경험을 보편 독자와 공유함으로써 독자로부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데에 있다. 경험적 논거를 활용한 설득적 글쓰기에서는 필자가 자신의 경험에 동의할 것으로 상정 한 보편 독자의 성격에 따라 경험의 공유나 우위를 의도한다. 보편 독자는 ‘필 자가 자신의 논거를 통해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이들의 집합(the gathering of those whom the speaker wants to influence by his or her arguments)’

(Perelman, 1977; Kluback trans., 1982 : 14)으로 민병곤(2008 : 119)은 그러 한 보편 독자의 상이 필자와 입장이 다르거나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로 구체화된다고 밝히면서 이를 ‘목표 독자(target reader)’라 명명했다. 실제로 필 자는 보편 청중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아니며 필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편 청중의 상을 인지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Perelman & Olbrechts-Tyteca, 1958; Wilkinson & Weaver trans., 1971 : 33). 위 예문의 ①에서는 보편 독자 의 상을 ‘비흡연자’로 상정하여 논제 현상에 대한 태도를 필자와 동일하게 견지 하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손실을 개인적 상황에서 서술함으로써 목표 독자와의 경험 공유를 지향하였다.

이와 달리 보편 독자에 대한 경험의 우위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태도를 정 당화하기도 한다. ‘모든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바꾸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실행 또는 중지의 태도를 보인 대부분의 학습자(84.0%, 21명)는 자 신이 남중ㆍ남고 출신이기 때문에 쟁점이 되는 사안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는 필자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은 독자(남녀 공학 을 졸업한 사람)를 목표 독자로 설정한 것으로, 필자는 독자가 경험하지 못한 자신의 고유한 경험으로부터 정보원의 공신력을 획득하여 경험적 논거를 생성 하였다. 즉 필자는 자신이 남중ㆍ남고 출신이기 때문에 현상 실행 또는 중지에 따른 문제 상황을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 자신의 직ㆍ간접 경험을 논거로 삼아 설득 상황에서 우위를 점유하였다.

둘째, 이야기를 통한 예시의 기술은 필자의 직ㆍ간접 경험을 논거의 원천으로 삼는다. 예시에 의한 경험적 논거를 활용한 학습자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야기의 원천은 필자의 직접 경험이었다(86.5%, 128명). 위 예문의 ② 또한 필자의 직접 경험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제시되는 방식이 ‘형상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직접 경험뿐 아니라 간접 경 험, 허구적 경험까지도 이야기로 구성되어 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짐작 된다. 실제로 일부 학습자(11.5%, 17명)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알게 된 다른 사람의 간접 경험을 이야기로 구성해 경험적 논거로 제시함으로써 논제 현상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예시의 기술로 생성된 경험은 보편 독자에 의해 공인된 사례가 아니라는 점 에서 뒤에 나올 ‘예증’과 변별점을 갖는다. 오히려 예시를 통해 제시되는 이야기 는 독자에게 수용됨으로써 필자가 지향하는 명제나 논거에 귀납적으로 독자가 동의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는 예시로 구성되는 경험이 반드시 실제 경 험이 아니어도 됨을 시사한다. 논제 현상이나 독자와의 관여성(engagement)이 높고 이야기의 신빙성(plausibility)과 사실성(verisimilitude)이 유지되기만 한다 면 허구적 경험도 이야기로 활용될 수 있다.27)

셋째, 경험적 논거로 활용된 이야기의 용인성을 높여 보편 독자의 공감을 형 성하기 위해 이야기 표현의 객관화 과정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예시의 기술로 생성된 경험적 논거 가운데 상당수는 이야기 자체의 서술에 함몰된 나머지 독 자의 관심사와 가치를 고려하지 않거나 논제와의 상황 맥락에서 벗어나 글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곤 하였다. 이야기로 제시되는 직ㆍ간접 경험은 주장에 구체 성을 부여하고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다른 사람이 의심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지극히 안전한 장소일 뿐이므로 논거로 절대 사용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Williams & Colomb, 2007; 윤영삼 역, 2008 : 236). 필자의 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활용되는 이야기는 결론에 비추어 반드시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것이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담보해 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택된 이야기에 대해 누군가 그 반례를 제시하면 경험적 논거에 의한 기존의 주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를 판단하는 주체는 설득적 텍스트의 보편 독자이다.

27) 캠벨과 헉스만(Campbell & Huxman, 2009 : 82)은 허구적 경험의 사례가 경험적 논거로 사용된 일례로 테러리스트에 대한 가정을 들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테러리스 트도 핵 시설을 보유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수사학자는 테러리스트가 핵 시설을 비롯한 강력한 무기를 보유할 수 있음을 가정함으로써 독자에게 문제 상황의 심각성 을 일깨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례가 독자에게 신빙성(내용의 개연성), 사 실성(표현의 생생함), 관여성(독자와의 관련성)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학습자(23.6%, 35명)는 경험적 논거로 활용된 이야기의 용인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객관화 장치를 수반하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인 방식이 ‘이야기에 대한 논평’과 ‘새로운 개념의 형성’이다. 위 예문에서는 논평(③)을 통해 앞서 언 급한 이야기(②)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였다. 이야기는 추 상적으로 지나갈 수 있는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 의 관심과 감성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자칫 사회적 용인성을 잃고 개인의 특수 한 경험으로만 머무를 우려가 있다.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의 하 나로 논평은 연역적으로 상정된 필자의 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개인의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논평이 첨가됨으로써 이야기는 설득적 글쓰기의 목표 달 성을 정당화하는 객관화된 경험으로 진행된다. 다만 필자의 직ㆍ간접 경험을 바 탕으로 구성되는 이야기에 대해 논평을 첨가하는 것은 표현 주체로서의 자아와 표현 대상으로서의 자아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28)

한편 극소수(3.4%, 5명)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형성을 통해 이야기를 응 축하고 추상화하려는 시도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한 예로 ‘교실에 CCTV를 설치 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현상 실행의 태도를 견지하는 어느 학습자의 글에 서는 범죄자에게 미치는 CCTV의 효과를 ‘공식적 감시 효과’라고 명명함으로써 다양한 관련 사례를 포함할 수 있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기술하는 데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을 생성하는 것은 자칫 장황하게 흐를 여지가 있는 이야기를 초점화시킴으로써 보편 독자의 용인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은 ‘일반 의미’의 결합을 통해 ‘인증 의미’를 규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야기의 개념화는 정당화를 수반하는 동일한 개념에 의해 어떤 상황을 다른 상황들로부터 구별하는 것을 지향한다.29) 이러한 작업은 얼핏

28) 쉬프린(Schiffrin, 1990 : 241~256)은 대립적 논쟁에서 참여자 상호작용의 언어화 방식을 ‘의견(opinions)’과 ‘이야기(stories)’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그는 필자와 독자의 관계를 각각 발화 생산자(animator), 저자(author), 주인공(figure), 책임자(principal) 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의견’과 ‘이야기’의 수사적 차이를 조명하였다. 경험적 논거의 활용에서 ‘의견’과 ‘이야기’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현실에 대한 필자의 ‘태도’와 현실 사례나 구조에 기원을 둔 ‘경험적 논거’의 관계로 대응된다. 하지만 의견을 ‘어떤 상 황에 대한 개인의 내재적, 평가적 입장(an individual’s internal, evaluative position about a circumstance)’이라는 쉬프린의 정의(Schiffrin, 1990 : 244)를 염두에 둘 때 이는 이야기에 대한 ‘논평’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는 논평을 통해 단순한 발화 생산 자나 저자의 역할을 넘어서 ‘책임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한다.

29) 논증에서의 ‘일반 의미’와 ‘인증 의미’에 관한 논의는 윌리엄스와 콜럼(Williams &

Colomb, 2007; 윤영삼 역, 2008 : 346)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일반 의미(common meaning)는 어떤 용어에 대한 일상적인 이해인 데 비해 인증 의미(authorized mea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