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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수혜 청소년의 질병 경험의 의미

인간은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를 가진 존재로서(Miller, 1986), 살아 가는 평생 동안 관계를 통해, 관계를 향해, 그리고 관계 속에서 성 장해나간다(Jordan, 2009). 특히 대한민국은 타인과의 친밀한 유대 관계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관계 중심적인 사회이므로 (최상진, 2011), 대한민국에서의 관계 연결성은 개인의 삶에 매우 주 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한 관계가 단절되는 것, 즉 연결성이 끊 어지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단절의 경험은 인간 고통의 근원이 된다 (Jordan, 2009). 그렇다면 연구에 참여한 신장이식 수혜 청소년들 삶 의 전반에 걸친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단절 경험은 이들의 삶에 어 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단절이 지속될 경우, 이들의 미래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나는 이들의 단절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모색한 결과, 최 근에 대두된 상담이론 중의 하나인 관계-문화적 이론을 고려하여 해석해보고자 한다.

관계-문화적 이론(Relational-Cultural Theory: RCT)은 인간의 발 달을 타인과의 관계,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이해하려는 접근으로 서, 건강한 관계 연결성을 성장의 주요 구성요인으로 보는 이론이다 (이은진, 이지연, 2013). 미국 여성주의 심리학자인 Jean Baker Miller와 그녀의 동료들은 다년간의 연구 끝에 일반 여성 뿐 아니라 유색인종, 장애인, 동성애자, 만성질환을 앓는 여성들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소수 사람들을 이해할 때 병리적 현상 뿐 아니라 사회·문 화적인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하며, 그들은 관계성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관계-문화적 이론을 발달시켰다(이은 진, 이지연, 2013; Cannon, 2012; Comstock, Hammer, Strentzsch, Cannon, Parsons, & Salazar, 2008).

이 이론의 초점은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만성 적인 관계단절과 소외로 인한 고통을 성장촉진적인 관계의 회복을 통하여 극복하고, 나아가 사회 정의에 기여하는 것이다(Jordan, 2009). 즉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개인적·사회적인 상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좌절될 때 인간은 고통 받게 되는데, 이러한 단 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 때 고통의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촉진적인 관계에서 는 모든 인간이 서로 성장하고 상호 혜택을 받으며 발달하게 된다 (Jordan, 2009). 또한, 관계-문화적 이론에서는 개인의 고통에 대해 개인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문화를 함께 고려한다. 특히 지배문 화의 가치가 기준이 되어 다양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 는 소외된 사람을 생기게 한다는 가정 하에, 불균등한 힘의 분배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개인 간의 관계연결에서부터 실천하고 있다(이은 진, 이지연, 2013; Jordan, 2009).

이러한 관계-문화적 이론의 관점으로 볼 때, 신장이식 수혜 청소 년들의 반복된 단절의 경험은 이들의 관계 맺기 욕구를 좌절시킴으 로써 이식 후 삶에서의 심리적·적응적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이 이론에서 주요하게 개념화되는 “단절 (disconnection),” “통제적 이미지(controlling image),” “관계적 탄력 성(relational resilience)”과 “관계 유능성(relational competence)”을 신장이식 수혜 청소년들의 경험과 관련시켜보는 것은 그 경험들이 이들의 삶에 준 영향들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관계의 단절

“단절”은 인간관계에서 소외를 가져오고 스트레스를 만드는 상황 으로서(권진숙, 2013a), 안정감, 돌봄, 수용, 존중, 공감과 같은 욕구 가 기대만큼 충족되지 못할 때 경험된다고 한다(안하얀과 서영석, 2010; Young, Weinberger & Beck, 2001). 단순한 오해나 거절과 같 은 급성적인 단절(acute disconnection)은 살아가면서 흔하게 겪을 수 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Jordan, 2009). 그러나 힘 있는 타 인으로부터의 극심한 비공감적 반응, 무시, 힘의 불균형에 의한 억 압이나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겪는 단절, 또는 일상 적으로 반복되는 단절은 만성적인 단절(chronic disconnection)로서, 장기적인 심리·사회적 고통을 초래한다(Jordan, 2009).

관계의 단절을 경험한 개인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적절하게 표현 하여 그와의 관계 연결성이 회복된다면 단절을 경험한 개인은 자신

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되어 관계에 대한 유능감이 강화되고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이은진, 이지연, 2013; Jordan, 2009). 반 면 단절의 경험이 해결되지 못하고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 개인은 수치심과 모욕감, 분노를 넘어 무력해지고 고립감을 느끼며, 자신과 타인에 대해 혼란해지고, 자신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대인관계를 회피하게 된다(Comstock et al., 2008;

Jordan & Dooley, 2000). 다시 말하면 관계의 반복된 단절을 경험하 는 개인은 관계에 대한 열망은 더 강해지지만, 그와 반대로 타인으 로부터의 상처와 거부가 두려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오히려 관 계의 단절을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이은진, 이지연, 2013;

Comstock & Qin, 2005; Frey, 2013). Jordan(2009)은 이러한 관계 단절의 시도는 상처 입은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방법으 로서, 여러 가지 전략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예를 들어, 탓하기, 공격하기, 타인에게 맞추어 주기, 타인과 거리두기,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등). 또한 관계 단절로 인한 고통을 피하기 위한 정 서적인 조절 전략으로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느낌을 억제하거나 솔직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를 회피 하기도 한다(안하얀, 서영석, 2010a; Young, Klosko, & Weishaar, 2003).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줄일 수 있겠지만, 계속 해서 사용될 경우 우울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기분을 증가시킬 수 도 있다(안하얀, 서영석, 2010b; Wei, Vogel, Ku, & Zakalik, 2005).

회복되지 못한 단절의 영향으로 개인은 정서적·사회적 단절을 스스 로 시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욱더 관계로부터 소외되는 악순환 이 일어난다. 결국 관계의 단절은 심리적인 어려움과 함께 삶의 질 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박은아, 윤명숙, 2015).

관계의 단절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인 수준에서도 나 타나는데, 개인 간의 관계 단절 경험에 더하여 사회의 통제적인 이미지 (예를 들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힘 있는 사람들 위주의 사회 구조로 인한 소수자의 소외)의 영향으로 개인은 수치감과 자기 비난, 무가치감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관계에 있어서의 유능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은진, 이지연, 2013; Comstock et al., 2008; Jordan, 2009).

이러한 단절의 개념을 고려할 때 연구에 참여한 신장이식 수혜 청소년들은 질환을 앓고 투병하는 과정에서 지속되어 온 만성적인 단절로 인해 영향 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들의 질환 및 투병과 정은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이나 동정의 대상이 될 뿐 공감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또래로부터는 거절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질병과정 은 또래집단에의 소속감이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단절로 인한 소외 를 실감하게 하였다. Tong 등(2009)이 분석한 신장이식 수혜 청소 년들에 대한 질적 연구들에서도 또래로부터의 놀림과 거절로 인하 여 이들이 상처받고, 외롭고, 자존감이 떨어져 위축되며 자살을 시 도한 경우도 있다고 보고하였다.

더욱이 기본적인 욕구의 좌절로 인한 단절과 거절은 가장 강력하 고 손상이 크다고 하는데(안하얀, 서영석, 2010a; Young, Weinberger & Beck, 2001), 연구 참여자들은 대인관계의 욕구 뿐 아니라 기본적인 식욕과 활동의 욕구까지 제한받는 상황에서 그 단 절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이처럼 신장이식 수혜 청소년들이 이식 후에도 또래들처럼 활동하지 못한 것이 지각된 가장 큰 어려움이었 다는 결과는 Raticliff 등(2010)의 연구에서도 보고되었다. 연구에 참 여한 신장이식 수혜 청소년들은 단절 경험으로 인하여 자신이 남들

과 달라 고립되었다는 생각에 더욱 소외될까봐 오히려 자신의 질환 이나 치료 상황들(입원, 투석, 이식 수술 등)을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를 꺼려했다. 또한 질환이나 이식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억 제하고 타인에게 솔직히 표현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관계 단절이 두려워 정서적인 단절을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서 적인 단절은 심리적인 어려움, 즉 우울과 불안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안하얀, 서영석, 2010a; Calvete, Estévez, López de Arroyabe,

& Ruiz, 2005).

한편, 청소년의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외상 경험이 단절/거절의 부 적응 영역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침으로써 청소년의 무력감과 무능 감을 높이고, 타인이 자기를 싫어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친 밀한 대인관계를 어렵게 한다는 선행 연구들처럼(고나래, 2008; 이현 정, 장희순, 2014; 차미영, 2010; Herman, 1992), 연구 참여자들의 질 환과 치료에서의 신체적 고통과 위기, 그리고 이식 수술 역시 이들 의 단절 경험에 영향을 주었다. 신체적인 고통과 죽음의 고비는 남 녀노소 누구에게나 외상(trauma)으로 경험된다. 여기에 신장이식 수 술은 치료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환자에게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 포를 가져다주었다. 더욱이 뇌사자로부터 신장을 공여 받은 경우 마 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받아야하는 이식수술은 환자 에게 있어서 외상적인 경험이 분명할 것이다. 이러한 외상의 경험은 연구 참여자들로 하여금 삶의 단절이 임박한 순간을 실감하게 하였 고, 그 속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발견하여 쉽게 체념하는 삶의 태도 를 갖게 하였다.

신장이식 수혜 청소년들의 독특한 단절 경험은 바로 자기 신체 내부에서의 단절감, 그리고 이식 전과 이식 후의 시간 흐름의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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