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효율적 정치체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헌법질서가 출범하고 개 혁적 지도부가 정권을 잡았으나 새로운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경제재 건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질서와 안정이 유지되어야 할 것 이다.북한의 체제전환 이후 각 주체들 사이에서 향후 북한경제의 발전 방향과 관련한 합의와 공동의 목표설정보다는 대립과 반목의 가능성이 더욱 크게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현재의 북한경제는 사회주의 경제 질서에 근거한 특권계층과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을 바탕으로 삶을 영 위하는 일반 주민들 사이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본격적인 북한경제의 재건방향과 관련 가능한 사회주의적 질서를 온전 하고 새로운 시장질서에 대항하려는 세력과 그 반대의 세력들 사이에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갈등이 정치적인 양상을 보이게 될 경우 경제재건 과정 자체에 타격이 가해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동유럽 이행경제의 경우를 살펴보면, 경제수준이 낮고 시민의식이 성 숙되지 않은 사회일수록 시장경제 및 민주주의로의 이행에 대한 기대 감은 높은 반면,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성과는 미미하여 주민들의 기대 가 일순간 실망과 불만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이를 근거 로 (구)사회주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들이 또다시 정권을 장악함으로 써 전체의 이행과정이 부정과 부패로 만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는 경 우가 존재한다. 정치적 불확실성 및 혼란 증대가 구세력의 반격기회 확대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구체제 청산이 완료되지 않은 따라서 구 지배세력이 온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현 단계 북한
에서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정치체제의 재건은 국민들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화합적 이고 민주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체제전환의 혼란기에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재건에 기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대규모 민중봉기와 몇 차례의 정권교체를 경험한 후의 북한은 개혁 지 도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도기적 불안정 상태를 쉽게 벗어 나지 못할 것이다. 더 많은 개혁과 자유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새로운 정치질서의 창출과정에서 밀려난 구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제 어하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전에 조율된 체계적 국가개조 프로그램의 필요함은 물론이고 이를 실효적으로 집행할 강력한 정부를 수립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군정 등 한시적 비상통치체제를 운영하면서 비상계엄 또는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하여 새로이 도입된 민주 헌법적용의 유예기간을 설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민주제도의 점진적 도입과 실행을 전제로 치안확보 및 위로부터의 혁명추진을 위한 제한적이지만 강력한 권위주의 정부를 구 성 초기 단계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극복하면서 개혁 정책을 효과적으 로 추진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편,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이 체제전환으로부터 혜택을 누림으로써 새로운 체제를 환영하고 나아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당장의 물질적 혜택뿐만 아 니라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고 북한 체제의 존속보다 통일을 선호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민심 확보의 정치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여 다수의 북한 주민과 동요하는 엘리트 이탈 세력이 한국화 및 통일과정에 대한 적극적 동조자로 변환될 수 있는 방향으로 토지개혁 및 적산 처리 방안 을 고안하여 신질서의 안착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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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북한 엘리트들의 친남한화새로운 정치질서는 안정적이면서도 현 상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통일지향적인 정치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엘리트를 친한국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며, 대폭적인 교육투자를 통해 남북한 차별을 감소시킴으로써 2세까지 남북 간 격차가 대물림되 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가 북한 엘리트들의 대남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남북관 계가 극도로 경색되어 있는 상황은 자연히 북한 권력층과 엘리트에게 대남 적대감과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고 북한 내부의 불만 과 위기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기회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 또한 북한의 대내외,대남정책 결정과정에서 지도부와 정책에 불만을 가지 고 있거나 남북관계의 개선과 협력을 바라는 ‘온건파’가 위축되고 강경 세력이 득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북한의 지속되 는 대남 도발과 핵 개발을 묵인하면서까지 포용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추구할 수도 없는 것이 김정일 정권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딜레 마이다.지금까지 역대 한국 정부들이 추구해온 대북정책은 김정일 독 재정권이 유지되는 한 북한의 권력층과 엘리트에 대한 친한국화 전략 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지도부 교체가 이루어지고 대내적 개혁·개방과 함 께 대남도발의 중단, 남북 교류·협력의 개시,핵문제의 해결의지 표명 등 중대결단이 내려질 경우 한국의 대북정책 수정에 따른 남북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북한 엘리트에 대한 친한국화 전략도 본격적으로 탄력 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여 한국의 대북정책이 남북 교류와 협력, 대북지원 등 현 수준을 초월하여 북한의 경제재건과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단계로까지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각 분야에 종사하는 엘리트 들에게 새로운 정치·경제적 기득권과 리더십 발휘,자유민주주의와 시 장경제원리의 전수를 위한 다양한 기회가 보장될 것이다. 또한 남북접 촉과 교류가 급속히 증가하는 과정에서 연관분야의 남북한 엘리트들 사이에 광범위한 인맥과 친분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한국 정부의 북한 엘리트 친한국화 전략에 매우 유리한 여건과 환경이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엘리트들을 친한국화 한다는 것은 첫째로, 이들이 한국이 주도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에 저항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협조해 나올 수 있도록 이들의 대남의식을 변화시키는 것과, 둘째로, 이들이 장차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각 분야를 통일 지향적인 방향으로 변모시 켜 나가며 북한 주민들을 한국 주도의 통일로 인도해 나갈 수 있는 선 구자적인 자질과 능력,리더십을 갖추도록 준비시킨다는 것,셋째로 북 한 권력층 내에 남한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친한국 세력을 형성 하고 확대하며 이들의 권력 입지와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역할을 제고시 킴으로써 북한 지도부의 체질 자체와 정책을 한국 주도의 통일에 유리 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북 한 엘리트들의 친한국화는 심리적, 교육적, 환경조성 차원에서 의식화 와 조직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