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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와 한국의 국가안보
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對美인식과 행동이 미국의 한반도정책 결정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임 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원하던 원치 않던, 의도했던 아니했던 간에, 반미감정 및 운동은 한국과 군사적 대치 및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의 ‘민족공조’론에 입각한 반미반전평화통일 주장 및 정치선전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가이익에 反하는 파급효과를 가져오 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 제 원리, 그리고 인권증진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한․미 공조’만이 역사 발전의 길에서 일탈(逸脫)하지 않는 확실한
선택임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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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한국의 안보정책 대응방향
을 먼저 점령한 후, 점령지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강화(講和) 및 휴전협 상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한․미 연합군의 대응전략은 주한미군의 자동 인계철선 개념 및 미국의 추가 지원 확약 담보, 그리고 기습공격을 당하였을 경 우 대량보복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적의 도발을 사전에 억지시키는 정 책이었다. 다시 말하면, 북한군이 기습 공격해 올 경우, 지금까지 한국 의 방위전략은 먼저 전방에서 이를 저지하고(hold), 미군이 대규모 증 원(reinforce)을 한 뒤에, 북한군에 대한 반격(counterattack)을 개시 하여, 북한군을 완전히 격퇴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113 한국군은 ‘線 방어개념(linear defense)’에 의해 전방에 대규모의 지상군을 배치함 으로써, 북한군으로 하여금 공격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조기경보 능력을 동원하여 북한군의 기습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북한군의 ‘집중공격’에 대해 대규모 ‘집중방 어’로 대응함으로써, 북한군의 수적(數的) 우세를 불허하고, 최전선에 서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다.114
요컨대, 한국의 국방정책의 기조는 전쟁억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북 도발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국방전략의 핵심 과 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의 중심은 그동안 한․미 연합군의 방어 전력에 놓여 있는바, 주한미군이 비무장지대 이 남으로 감축 및 재배치되는 상황에서 향후 수년 내에 미군의 ‘자동인 계철선(trip-wire)’ 개념은 사라지게 되었고, 유사시 추가 증원군 약속 은 국제정치 역학상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
113한용섭, “자주국방과 지상군 발전방향,” 육군, 서울대 공동 개최 GOP안보토론회 발표 논문 (2004. 6. 23).
114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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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향후 수년간 한․미 연합방위에 의해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한국 방위를 달성해 왔던 기존의 방위체제에, 보다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를 가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애당초 주한미군의 재조정이 3~5년에 걸쳐 실시될 중장기적인 문제 로 파악하고, 자주국방 10개년 계획을 검토해 왔으나, 이제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당면한 과제는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감축․재배치된 이후의 방위전략을 재점검하여 국가안보태세를 재정 립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구체적으로, 주한미군이 담당했던 핵심 방어 전력―곧, 한국군에게 이양할 계획으로 있는 10개 특정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력과 한국군이 북한군의 도발 방어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 는 전력 등―을 하루 빨리 자체적으로 보완․보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중 가장 취약한 부문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 는 북한 장사정포(長射程砲: 54km 사정거리의 170mm 자주포,
60km 사정거리의 240mm 방사포 등)의 위협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북한 장 사정포에 대한 對포병작전은 30여문의 다연장로켓포(MLRS)와 30여 문의 M-109A6 팔라딘 자주포를 보유한 미2사단 예하 포병여단이 담 당해왔다. 이 외에, 북한 핵탄두 및 재래식 미사일 공격과 화학탄두 미 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잠수함에 의한 공 격, 서해함대에 배치된 고속상륙함정의 특수작전능력에 대한 대응능력 및 북한의 해상 침투저지,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저지를 위한 방어체계 를 강화해야 한다. 항공전력 분야에서는 비정규전용 전투기를 이용한 대규모 은밀침투에 대한 대비능력이 필요하고, 특히 북한 전투기의 35%가 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배치되어 기습공격에 대한 방위가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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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과제에 부분적으로 대처하는데도 10조원 이 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15
우리 군은 그동안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 대화력전 수행본부의 임무를 주한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옮기기로 한․미간에 합의됨에 따라, 최근 독자적인 대화력전 체계구축을 당초 예정보다 수년 단축하여 조기 에 구축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116 구체적으로 이는 KJCCS (Korean Joint Command Control System)의 조기 도입․구축을 의미 한다. KJCCS는 1999년 국내 기술로 개발돼 각급 제대별로 운용 중인 C4I 체계인 지휘소자동화체계(CPAS: Command Post Automation
System) 능력을 대폭 개량한 것으로 각군에서 북한군 정보를 동시에
입수해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지휘(Command), 통제 (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 (Computer), 정보(Infor
mation) 등 5가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전산화해 포병부대
등 각급부대 지휘관들이 실시간으로 작전대응 능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인 것이다.117
이외에, 한국은 중․일․러 등 주변 강대국과 인접해 있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군사첩보위성 하나 없이 주변 군사정보의 95%를 미국에 의 존하고 있다. 미군의 정보부대가 철수할 때, 그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 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그동안 미국의 안보공약이 사회 각 방면에 끼 친 각종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의 힘과 영향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강력히 지원하는 힘이었다. 1988 올림픽 유치도
115‘솔저스 스토리,’ 조선일보 , 2004년 10월 4일.
116 연합뉴스 , 2004년 6월 10일.
117軍의 ‘눈’에 해당되는 신호․영상 정보수집체계와 무인 항공기(UAV), 대포병
표적탐지 레이더 AN/TPQ, 열상관측장비(TOD) 등으로 북한군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KJCCS를 통해 포병부대 등에서 곧바로 감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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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와 한국의 국가안보
미국의 후원, 주한미군의 안보공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분 석도 있다.118
특히 핵무기 및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대처 분야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핵무기 를 비롯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조치는 주한미군 감 축 및 재배치가 주는 가장 심각한 영향이 될 수 있다.
나. 방위예산의 확보
(1) 주한미군 감축 재배치와 한국경제
주한미군 감축과 후방배치 그리고 용산 기지의 평택지역으로의 이 전은 국가안보 이외에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한 방위비 절약 효과는 국내총생산 (GDP)의 2~3%에 해당하는 연간 14조~2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 석된다. 향후 주한미군 감축에 대비해 정부는 매년 2조4000억 원씩 10 년간 24조원을 전력대체 사업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GDP는 연 1.20~1.69% 정도 감소 효과를 갖는 것으로 추정 된다.119 빠르게 추진되는 미군 감축의 전력 공백에 대처, 조기 투자를 확보하는 ‘단기 압축 전력건설 전략’을 추구할 때, 향후 5년간 25조 국 방비 필요(매년 5조씩)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120 현재 한국경제 의 잠재 성장률은 4% 안팎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경제
118외무부 미주국장을 역임한 신두병 전 이탈리아 대사 언급. “급변하는 한․미동 맹: 요동치는 동북아(1)ㅡ잃게 될 ‘美國프리미엄’: ‘든든한 후원자’ 잃고 홀로 서 야 할 한국,” 조선일보 2004년 6월 12일. A8[종합].
119최병일, “감상적 민족주의, 경제적 대가 치른다,” 조선일보 , 2004년 6월 11일.
120‘솔저스 스토리,’ 조선일보 , 2004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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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한국의 안보정책 대응방향
성장의 지속적인 감소는 대량 실업사태를 장기화하고, 사회 불안을 예 고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대체 시설 건설비용은 약 40억 달러(4.5~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이 돈은 전액 우리측에서 부담하게 되어 있다. 아울러 주한미 군 2사단이 전방에서 후방으로 배치될 때, 2사단이 맡고 있던 유사시 북한의 장사정포나 야포를 무력화시키는 임무를 한국군이 인수해야 한다면 여기에 소요될 예산이 290억 달러로서 약 3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121
또 만약 한․미 관계가 갈수록 악화돼 안보리스크가 증대하고 북핵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더 낮아지고 외국의 투 자는 현저히 감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122 국제기관에 의 한 한국의 신용등급도 북핵사태 등 안보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 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A3)이 아직도 중국․헝가리․체코(A2)보다 낮은 것도 북핵문제가 결정적 요인이다. 1993년 북핵 위기가 증권시장 에 미친 충격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안보의 경제적 가치는 GDP의
2.1%에 상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123
(2) 2005년도 국방예산 분석
국방부가 요청한 2005년도 국방예산 요구 규모는 GDP의 2.9%인
21조4752억 원으로서 2004년 18조9412억 원보다 13.4% 증가된 것이
다. 그러나 이 액수는 비무장지대 전력 공백을 메우고 자주국방 능력
121송문홍의 논설, 동아일보 <http://www.donga.com/[email protected]>, 한용섭, “자주국방과 지상군 발전방향”에서 재인용.
122외교안보연구원, “한․미동맹 분석자료” (2004. 3).
123최병일, “감상적 민족주의, 경제적 대가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