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감축이 한국의 국가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한국사회 내에 일어나고 있다. 먼저, 미군의 부 분적 감축은 남한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증가시키지는 않을 것 이란 견해가 있다. 그 근거로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고한 안보공 약에 비추어, 북한의 남한 공격이 불가피하게 미국의 개입을 가져올 것을 북한이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은 미군감축 이후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공군력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군사적 보완조치를 취할 계획으로 있다는 것이다. 북한 은 또한 중국이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 고 있다고 이 견해는 주장한다. 중국은 현재 북한에 식량과 유류 등 가히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바, 북한이 중국의 원조를 희생하고 모험을 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104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의 한국안보에 대한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좀 더 강한 주장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결정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재래식 군 사력의 취약점은 30~45년 정도 오래된 구식 낡은 병기, 대단위 훈련
104래리 닉쉬, “미군철수는 위험한가?,” 조선일보 , 2004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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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가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
을 불가능하게 하는 유류 부족, 방위산업의 붕괴, 전선(戰線)에서 조 차 발생하는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 등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 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더 이상 비무장지대를 넘어 지속적인 남 침을 전개할 군사적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105
이와는 달리,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재배치가 한국의 방위능력에 심 대한 손상을 가져 올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주한미군은 지난 수 년간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 특히 미사일 공격, 특수전, 그리고 침투작 전 등에서 한국을 방위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 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결정은 대략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의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고 보아야 한다.
첫째, 비무장지대에서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핵심 방어전력을 한국 군이 이양(移讓)받아 보완하여 안보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적․재정적․기술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둘째, 남한 경제가 최근 지속되는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각 분야로부터 증대되는 재정지출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 다. 남한경제가 GNP상으로 북한의 30~40배에 이른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력이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무엇보다도 전쟁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군대의 사기와 단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3년간 비무장지대로부 터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후 그 안보공백을 메우는 일은 우리 안보․방 위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주국방 능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10조원의 실질 전력투자비를 투자해야 한
105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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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와 한국의 국가안보
다고 지적한다. 이는 향후 GDP대비 국방예산 비율을 매년 3.5% 정도 로 증액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로 현재 한국사회는 대한민국 국체(國體), 근․현대사, 그리고 세계관에 이르는 근본적인 견해에 대하여 전례 없는 상호대립․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하여 무엇보다도 국가안보, 방위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 서 단순히 한국이 주한미군 없이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충분한 억 지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순진한 분 석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주한미군 부재(不在)시, 남한 단독으로 북한의 위협을 저지하는 데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공개되어 많은 논란을 일으킨 ‘북한 남침 시 미군 도움 없으면 16일 만에 서울 함락’이라는 국방부의 남북한 전력(戰力) 비교 내용은 우리의 국가안보가 처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표 현해주고 있다.106
국방부 당국자는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하고 있으나, 현재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가까스로 그 감축을 3년 연장 한 상황에서, 이를 단순히 가능성이 적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부하기 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만의 하나’의 경우에도 최선 을 다하고 철저히 대비해야만 하는 국정의 第一義的 아젠다이기 때문 이다. 더욱이 이러한 우리의 취약점이 북한으로 하여금 모험을 감행할 동기(動機)를 부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배치는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남북
106국방연구원(KIDA)이 2003년 1월부터 4개월간 실시한 ‘모의 분석’에서 나온 것 으로,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이 2004년 10월 4일 국방부․합참 국정감사에 서 공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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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가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
간의 군비감축 논의와 평화협정 논의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반도 안보정세는 6자회담이 교착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간 교류․협력은 지속되고 있다.107 이 와중에서 주한미 군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이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대선 이후 새 지도부를 선출한 미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에 대해 보다 강압적인 수단을 강 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과의 화해와 경제협조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은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에 동조하지 않 을 가능성이 높은바, 이 경우 한․미 동맹이 약화되면, 한국은 “분쟁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북한과의 유대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길로 끌 고 나갈 것”이라는 흥미있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108
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을 계기로 차 제에 남북간 군비감축을 논의하여 한반도 평화구축의 전기(轉機)로 삼자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북한의 대남전략이 변하지 않고 있고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군비감축 논의는 지극히 이상적(理想的)일 뿐만 아니라, 경우 에 따라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109
107개성공단 개발사무소 준공식이 2004년 10월 20일 현지에서 개최되었다.
108“한․미 동맹 약화되면 한국은 북한과의 유대 강화할 것,” Wall Street Journal, June. 8, 2004.
109한․미 양국간 북핵 해결 문제를 놓고 각각의 우선순위가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 며,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또는 방사능 물질이 테러리스트 및 기타 적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한국의 초점은 충돌을 피하고 화해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同紙는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2000 년 6월, 김대중 前대통령과 북한 독재자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많은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북한을 보다 덜 위협적으로 간주하게끔 이끌었다고 논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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