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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 인권개념의 정립

가. 서구인권개념 형성과정에 대한 인식

북한도 인권개념이 서구의 역사발전 과정에서 태동하였다는 점을 인 정하고 있다. 인간의 권리인 인권문제는 근대 시민혁명 시기에 신흥 유 산계급에 의해 태동될 수 있었다. 착취자인 동시에 권리를 향유하지 못 하고 있던 유산계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봉건투쟁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근로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방편 으로 ‘자유’, ‘박애’, ‘인도주의’ 구호를 내세우면서 인권개념이 태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초창기 인권문서를 통하여 인권의 주체인

‘인간’은 근로인민대중이 아니라 ‘참다운 인간’으로 이상화된 유산계급 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27

다만, 낡은 중세적 사회질서, 신분적 예속을 정당화한 봉건적 윤리규 범과 종교교리를 반대하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다같이 ‘생존권’, ‘자유

27_정경섭, 󰡔제국주의자들이 떠벌이는 <인권옹호>의 반동성󰡕 (평양: 조선로동당출판 사, 1992), pp. 7~11.

36_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대응

권’,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인권개념을 태동시킴으로써 일정 하게 사회적 진보를 낳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 러나 인민대중을 자기편에 끌어들여 정권을 장악하자 인민을 배반하고 부르죠아독재를 세우면서 부르죠아들의 계급적 지배를 확립하기 위한 정치사상적 수단으로 인권을 이용함으로써 인권문제의 본질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28 이와 같이 계급적 시각에서 인권태 동의 역사적 배경을 인식하고 있다. 즉, 인권의 역사가 계급투쟁의 성격 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우리식 인권 개념 정립 과정

북한에서 인권에 대한 정의는 시기별로 변화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 다. 북한의 사전을 중심으로 시기별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1950년대 북한에서 인권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자유, 평등의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다.29 1970년대에 인권은 “인민이 응당 가져야 할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및 사회적 제반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커다란 변화는 없지만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 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통합된 형태로 개념이 규정되고 있다. 다만 사회 주의 일반과 마찬가지로 “튼튼한 물질적 조건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발전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계급적 원쑤들에게는 철저한 독재를 실시하는 것이 인권”이라고 계급적 속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30

그런데 1980년대가 되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이 응당 가져야 할

28_ 김일성, “진보적민주주의에 대하여,” 󰡔김일성저작집 1󰡕(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79), p. 282; 김창렬, “제국주의자들이 떠벌이고있는 <인권옹호>와 그 반동적본 질,” 󰡔근로자󰡕, 2월호 (1990), pp. 92~93.

29_ 󰡔대중정치용어사전󰡕(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59), p. 213.

30_ 󰡔정치용어사전󰡕(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0), p. 718.

인권에 대한 북한의 인식_37 권리”라고 하여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고 인권의 주체를 집단주 의적 관점에서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그리고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 활을 누리기 위하여 가져야 할 권리”31라고 70년대와 비교하여 자주성 과 창조성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즉, 사회주의적 인권의 성격과 북한식 주체사상이 결합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인권개념의 변화는 1990년대 김정일에 의하여 보다 확고하게 정립되고 있다.

“인권은 정치, 경제, 사상문화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인민들이 행사하여야 할 자주적 권리이다.”32

북한 학자에 의하면 주체사상과 결합된 북한의 인권개념은 2가지 측 면으로 구성되고 있다. 첫째, 인권은 사람이 세계와 자기운명의 주인으 로서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권리이다. 인권의 본질에 대한 주체 적인 이해는 사람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라는 점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자주성과 창조성이 사람의 본질적 속성이므 로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려면 사람이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요구 와 창조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요구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 째, 인권은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요구를 사회적으로 행사하며 보장받으려는 권리이다. 인권은 사회적 존재로서 세계에서 사람이 차지 하는 지위와 역할에 따라 향유하는 권리이다. 인권은 모든 것의 주인으 로서의 지위를 지키고 보장받으려는 권리와 모든 것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는 권리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즉 정치의 주인으로서 사

31_ 󰡔정치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3), p. 920.

32_김정일,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김정일선집 13󰡕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8),

p. 477. 조선말대사전에서도 인권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 곧

사람의 자주적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말대사전 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p.1696.

38_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대응

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주인의 지위를 보장해주고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면 인권이 보장된다는 논리이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주적 권리라는 북한의 인권개념에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지위’라는 권리와 함께 ‘역할’이라는 의무개념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지위와 역 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인권의 내용과 수준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사 회발전에 따라 심화되고 발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33

‘자주성’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인권개념은 2000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신문 등에서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 간의 삶의 권리가 인권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34

북한의 경우 인권개념이 주체사상과 결합됨으로써 민주주의와 마찬 가지로 유일사상체계의 하위개념이나 반영물로 전락하고 있다. 주체사 상과 결합될 때 혁명적 수령관으로 인해 인권개념은 수령의 시혜로 정 립되는 동시에 유일지배체제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하게 된다. 수령 에 대한 절대충성의 대가로 인권을 보장받게 되는 수령의 선물과 시혜 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론에는 국제인권규약 등 국제적 으로 공인된 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인권을 어떻게 보장해나갈 것인지 에 대한 내용 자체가 담길 수 없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유일 사상 10대원칙에 따라 절대적으로 충성할 때 사회정치적 생명을 획득 하고 인권을 누릴 수 있다는 체제 보호논리로 귀결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보편적 인권규범이 체제에 대한 한계설정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여 지 자체 소멸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33_ 조성곤, “인권의 본질,” 󰡔철학연구󰡕, 3호 (1998), pp. 34~35.

34_ “공정한 인권기준이 보장되여야 한다,” 󰡔로동신문󰡕, 2007년 3월 25일; “제국주의의

<인권>공세를 단호히 짓부시자,” 󰡔로동신문󰡕 편집국논설, 2007년 8월 17일.

인권에 대한 북한의 인식_39 다. 계급적 시각과 집단주의 원칙

사회주의 일반과 마찬가지로 계급적 관점에서 인권을 이해하고 있 다. 이러한 계급적 시각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인권개념이 형성되는 역사적 이해에서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계급적 시각은 󰡔로동신문󰡕

의 논설에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우리는 자기의 당성을 숨기지 않은 것처럼 인권문제에서도 계급성 을 숨기지 않는다. 사회주의 인권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적대분자들과 인민의 리익을 침해하는 불순분자들에게까지 자유와 권리를 주는 초계 급적 인권이 아니다.”35

이와 같이 계급적 시각에서 인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천부적 인 권론은 부정될 수밖에 없다. 근로인민대중에게는 인권을 보장하지만 사 회주의를 반대하는 반혁명세력에게는 독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개인’에게 인권을 보장한다는 인권의 보편성이 부정되는 결 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러한 계급론적 인권개념은 북한 법에도 그대 로 반영되고 있다. 먼저, 사회주의헌법에서 “국가는 계급 로선을 견지하 며 인민민주주의 독재를 강화하여 내외 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으로부 터 인민주권과 사회주의 제도를 굳건히 보위”(제12조)해야 한다고 계급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계급원칙에 따라 북한의 형법에는 일반범죄와 정치범죄를 구분하고 있다. 2004년에 개정된 형법에서도 “국가는 범죄 자의 처리에서 로동계급적 원칙을 확고히 견지”(제2조)해야 한다고 규 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에서는 “국가는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 와의 투쟁에서 적아를 엄격히 가려내여 극소수의 주동분자를 진압”(제

35_ “참다운 인권을 옹호하여,” 󰡔로동신문󰡕, 1995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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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적 본질로부터

계급적 원수들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고 가혹하게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또한 1998년 개정된 재판소구성법에서는 계급적 원칙을 견 지한다는 조항이 삭제되고 있지만 사회주의헌법의 재판소 임무에서

“계급적 원쑤들과 온갖 법위반자들을 반대하여 투쟁”(제156조)해야 한 다고 계급원칙이 견지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는 이러한 계급적 원칙에 따른 인권인식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계급적 원칙과 함께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일반과 마찬가지로 집단주 의 시각에서 인권을 이해하고 있다. 먼저 집단주의 원칙은 “조선민주주 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 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한다”(제63조)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집단주의에 입각한 인권 인 식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인권개념의 정의에서도 보다 강력하게 투영 되고 있다. 사람은 단결과 협력을 생존방식으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 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은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적 인간의 권리라는 개념으로 정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에서 ‘인민대중’

이라는 용어 자체가 집단적 성격을 갖고 있고 인민대중은 수령과 당과

‘일심동체’를 이루고 수령과 당의 지도를 따를 때 ‘자주적 권리’가 실현

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36 이러한 집단주의 원칙에 따라 권리를 규정 하는 동시에 집단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의무의 측면도 지니 고 있다. 이러한 점은 공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사회주의헌

법에서 “공민은 조직과 집단을 귀중히 여기며 사회와 인민을 위하여

몸바쳐 일하는 기풍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데서 잘 나타나

36_ 서보혁, 󰡔북한인권󰡕, p.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