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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입장에서 다자주의 혹은 다자협력 체의 의미와 효용은 무엇인가? 기존 국제정치연구는 다자주의, 특히 다자협력체를 강대국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다자협력체의 등장과 운 영, 영향을 패권국의 존재와 쇠퇴, 강대국의 이익과 전략의 차원에서 설명하였다. 따라서 다자협력체는 일반적으로 ‘패권적 협력(hegemonic cooperation)’의 하나로 이해된 측면이 크다.15 결국, 미국과 중국, 러 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추구하는 세계‧지역 전략의 일환으로 다자협력

이 추진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기에 다자협력이 ‘비(非)패권적 협력 (non-hegemonic cooperation)’의 형태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눈에 띄는 이론화 작업은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현대 국제정치에서 패권국 혹은 강대국이 참여하지 않는 다자 협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참여하는 IGO가 전체 IGO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 60.6%(57개)에 이르렀으나 이후 꾸 준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1980년에 30.3%(74개)를 기록한 이후 20%

후반대에 그쳐 2005년에는 27.1%(90개)이다. 한편, 한국이 참여하는 IGO가 전체 IGO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 9.6%(9개)에 머물렀으나 1975년에는 16.6%(36개)를 기록하였으며 2005년에는 22%(73개)에 이 른다(<그림 II-2> 참조). 냉전의 종식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체제가 들어섰지만, 글로벌 패권국이 관여하는 국제기구는 전체 국제기구의

30%도 안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도 2013년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와 더불어 중견국 간 협력 메커니즘 믹타 (Mexico, Indonesia, South Korea, Turkey, and Australia: MIKTA) 를 출범시켜 비강대국 간 다자협력체를 창설 및 주도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이 추진할 수 있는 다자협 력에 대한 이론적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신욱희는 동아시 아 다자주의의 세 가지 디자인((1)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방식, (2)아시아‧태평양 협력,

(3)한‧중‧일 3자주의)을 제시하고 있다.16 ASEAN은 낮은 수준의 다자

15_패권적 협력과 비패권적 협력 개념에 대해서는 Yong Wook Lee, “Nonhegemonic or Hegemonic Cooperation? Institutional Evolution of East Asian Financial Regionalism,”

Korea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vol. 13, no. 1 (2015), pp. 89~115 참조.

16_신욱희, “동아시아 다자주의의 제도적 디자인: 세 유형의 비교,” 󰡔동아시아 다자협력의

제도화: 이론적 함의와 추진방안󰡕 (제주: 제주평화연구원, 2010), pp. 10~17.

주의 제도화를 추구하는 ‘연성 다자주의(soft multilateralism)’의 대표 적 사례이고, ‘아시아‧태평양 협력’은 광역 다자주의를 궁극적으로 추구 하면서 한‧미‧일, 미일 등이 중심이 되는 ‘동심원적 다자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한‧중‧일 3자주의’는 참가국의 수를 제한하는 소(小)다자 주의의 전형적인 예이다.17 이러한 세 가지 다자주의 방식은 각각 패권 국 혹은 강대국이 불참하는 상황에서 낮은 수준의 협력을 지향하고, 단 계적 확장을 통하여 다자협력의 완성을 꾀하고, 특정 이슈에 대하여 협 력의 필요를 느끼는 소수 국가에 집중하여 협력 가능성을 높인다.

이렇듯 중견국의 다자협력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대부분 중견국이 다자협력체를 주도하는 경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비강대국이 다 자협력체를 활용하는 방안은 비강대국이 ‘주도자’인 경우뿐 아니라 ‘참 여자’인 경우를 상정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록 새로운 다자협력체 를 창설하지 않더라도, 또 다자협력체제의 주도 세력이 아니더라도, 비 강대국은 다자협력체의 일원으로 안보와 경제이익을 확보하고 국제적 위상을 고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강대국은 어떠한 다자협력 체에 가입하였을 때 이익을 볼 수 있는가? 비강대국이 다자협력체의 일원이 될 때 해당국에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은 무엇인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체가 강대국의 이해와 논리만을 반 영한다는 현실주의자의 주장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동아시아 질서의 ‘건축(architecture)’을 둘러싼 갈 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18 비강대국이 다자협력체의 구성원으로

17_위의 글, pp. 13~22.

18_주재우, “미‧중의 동아시아지역 질서관 비교 분석: 미국의 ‘아키텍처’ 개념을 중심으로,”

󰡔아태연구󰡕, 제20권 1호 (2013), pp. 59~95; 하영선, “복합화 시대의 동아시아 신질서 건축,” (EAI 하영선칼럼, 2015.9.24.), <http://eai.or.kr/type_k/panelView.asp?bytag=p&code

=kor_report&idx=14097&page=1>. (검색일: 2015.10.19.).

서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거나 강대국과 비강대국의 정책을 조율시 키는 전략적 공간은 상대적으로 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