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장화가 식량권과
Ⅴ. 결론
식량권은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충분한 영양을 갖출 수 있도록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로 국제사회에서 는 국가가 국민의 식량권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 는 주민들의 식량접근성이 취약하다고 알려진 북한의 주민 식량권 보 장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근의 원인이 식량 공급량의 저하보다 식량접근의 상실과 박탈에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식량접근성의 중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북한 주 민들의 식량접근성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에 서는 공식적으로 배급제 등을 통해 모든 주민들의 식량권을 보장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민들의 식량은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으로 배급제가 주민들의 식량지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7·1조치 이후 그동안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제공하던 혜택 인 식량의 무상공급과 저가공급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 민들의 식량접근성도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 당국의 7·1조치로 인해 식량을 국정가격으로 구매해야 하고, 이마저도 모자라면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를 해야 하기 때문 에 북한 주민들의 식량접근성의 지위는 배급제에서 식량의 구매력으 로 바뀌게 되었다.
특히 배급제가 불안정하자 북한 주민 대다수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 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식량을 얻으려면 시장으로 가야하고 시장 에서는 돈이 있어야 거래가 되니 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북한 주민들에 게는 식량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장사행위가 사회주 의 법과 질서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 당국은 상거래 행위를 단속 하고 통제했다. 이 같은 무역, 장사행위, 단속 등 시장에서의 여러 행위 는 북한 주민들의 계층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권력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했으나 시장이 활성화된 이후에 는 경제적 가치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에 고난의 행군 이전 사 회주의적 권한부여 체계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지위나 직업에 근거한 특정형태의 사회적 계층을 따랐으나 이후에는 경제적 가치에 의해 사 회적 계층이 재편되었고, 식량에 관한 권한도 시장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결국 7·1조치 이후 시장이 합법화 되면서 주민들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공식적으로 국가가 전량을 책임지는 것에서 개개인이 구매하 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국가가 주민들에게 부여하던 식 량접근성의 지위도 개개인의 구매력으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권리인 식량권이 북한에서는 과거 보편적인 권리였지만 식량난과 시장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적 권리로 변질되 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신분체계가 상류층인 이들은 대부분 2000년대 이후에도 상류층에 자리 잡으면서 여전히 안정적으로 식량접근성을 보장받고 있다. 또한 정치적 신분체계가 중간층인 이들 중 경제적 신 분체계가 상류층으로 상승한 이들은 물론 중류층을 유지하고 있는 이 들도 안정적인 식량접근성을 보장받고 있다. 다만 일부 정치적 신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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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가 중류층인 이들 중 경제적 신분체계가 하류층인 이들만 식량접근 성이 떨어졌으나 전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식량접근성은 더욱 안정 적으로 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시장이 주민들의 식량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배급제가 붕괴하면서 북한의 시장이 주민들의 생존에 도움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당국의 통제 등으로 주민들의 식량접근성을 안정 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기도 했다. 실제 북한의 시장에 대한 통제가 지 속될 때는 쌀 가격 등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의 통제 외 에도 급격한 곡물가격의 상승과 식품의 위생문제 역시 북한 주민들의 식량접근성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아울러 고난의 행군 시기 배급의 중단으로 식량접근성이 현저히 낮 아진 상황에서 주민 계층분화로 여전히 식량접근성이 낮은 계층도 있 지만 북한의 시장은 그 외의 주민들의 실질적 식량접근성을 개선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불평등한 계층화는 식량권의 보편 적인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주민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