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장화가 식량권과
Ⅰ.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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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해 있었다.4 반면에 2000년 이후 남한에 온 탈북 자들은 이와 상반된 증언을 한다. 가령 아사자는 ‘머저리’5취급을 당한 다. 학생의 등교율이 90%를 넘는다. 시장에서 파는 품목이 쌀을 비롯 해 원단, 가구, 건축자재 등 다양해졌다.6 각 가정에서는 컬러TV, 랭동 기(냉장고), 록화기(녹음기), 세탁기 등 전기·전자제품을 소유한 소비 계층이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오토바이가 주민의 이동수단으로 등장 하고 있다. 더욱이 거주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살던 집을 개조하 는 등 이른바 ‘집수리(remodeling)’ 붐이 일고 있다.7 바꿔 말하면
2000년 이후 주민 중에는 ‘먹는(食)문제’와 ‘입는(衣)문제’를 넘어 ‘주
거(住)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물질적 수준이 향상된 소비계층 이 생겨났다. 이 변화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소비재 범위가 ‘비내구재 (non-durable goods)’에서 ‘내구재(durable goods)’로 확대됨과 동시 에 주민이 가용할 수 있는 유동(flow)자본의 크기도 커졌음을 의미한 다. 즉 ‘소비자구매력(consumer purchasing power)’ 향상과 ‘가처분 소득(disposal income)’의 증대를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부의 기준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8 1990년대만 해 도 일제 자전거가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대에 300달러 넘
4_1990년대 중반부터 식량자체조달을 위해 소토지 경작사례가 급증했다. 이에 관해서는
정은이, “북한 도시노동자의 식량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함경북도 무산지역의 소(燒)토지 경작사례를 중심으로,” 동북아경제연구, 제26권 1호 (한국동북아경제학회, 2014) 참조.
5_‘머저리’는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6_이에 관해서는 정은이, “2000년 이후 북한시장의 발전요인에 관한 분석: 회령지역 시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경제연구, 제19권 1호 (비교경제학회, 2012), pp. 264
∼265 참조.
7_이에 관해서는 정은이, “북한에서의 주택가격 결정요인에 관한 분석: 함경북도 무산지 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동북아경제연구, 제25권 2호 (한국동북아경제학회, 2013), pp. 268∼270 참조.
8_이 내용은 북·중 접경지대 단동에서 대북무역업자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2014.07∼2014.09.01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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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겐츠끼9조차 대중화되어 적어도 자가용 정도는 보유해야 부자에 속 한다. TV도 평면TV수준을 넘어 LCD나, 가전제품도 컴퓨터나 아이 패드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계층을 달리했다. 심지어 커피와 같은 기호 식품을 파는 다방도 등장했다. 즉 시장의 확대·팽창은 주민의 물질적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킴과 동시에 격차도 발생시켰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시장의 확대에 따른 계층분화현상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의 삶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며 나아가 주민의 인권변화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의거하여 이 연구는 첫째, 1990년대 이후 북한에 서 시장의 확대에 따른 계층분화가 어떠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둘째, 이러한 계층분화현상을 바탕으로 주민의 인권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였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2. 연구방법
이를 위해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론을 병행했다. 첫째, 심층면접 방법이다. 이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치밀한 묘사방법(thick
description)을 중심으로 심층면접을 시도했다. 여기서 ‘치밀한 묘사’
란 연구자가 면접대상자와 오랜 시간에 걸쳐 공동의 관심사항에 대해 세밀한 의견교환을 하고 그 의견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면 접 대상자의 내면세계를 총체적으로 그려내는 연구방법이다. 둘째, 북 한 ‘연고자(緣故者) 활용법’이다. 여기서 ‘연고자’는 남한과 북한, 중국 과 북한 등 양측에 이산(離散)되어 북한 측 가족 등을 부양하는 일종 의 디아스포라(Diaspora)로, 이들은 전화 등을 통해 북한 내외부와 실
9_原付き(겐츠끼)는 원동기가 달린 소형 오토바이를 말한다.
시간 통신을 유지하는 유일한 혈연관계자다. 따라서 ‘연고자 활용법’은 연고자가 주체가 되어 북 내부 상황을 조사·분석하는 방법이다. 본 연 구자는 연고자 활용법을 적극 수용하여 이들이 수집한 자료를 충분히 활용했다. 셋째, 영상자료의 활용이다. 이 연구에서 활용하는 영상자료 는 연구자가 북·중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지원 NGO·NPO, 저널리스트 및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현지인이 직접 북한내부를 촬영한 녹화물이다. 그 외에도 북·중 접경지대 조사 및 위성자료, 북한에서 출판한 공간문헌자료10를 활용하여 필자가 연 구자로서 현지방문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고자 노력했다.
3. 연구대상 및 범위
연구대상으로 회령시를 선택한 배경에는 첫째, 중국과 국경을 마주 하고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정보와 자료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즉 이 지역은 접경지대이므로 사람·물건·돈·정보 등 왕래가 다 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지며 2014년 현재 국내 거 주하는 탈북자 중 회령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게다가 중국 쪽 에서 관망할 수 있어 자료검증이 가능하다. 둘째, 청진과 같은 도(都) 소재지급 도시는 규모가 너무 크고 군(郡)급 도시는 너무 작다. 이런 의미에서 회령은 인구 15만 명 내외의 중소규모 도시로 연구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중국의 동북지역과 북한내륙을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중요한 지역이다. 일제침략시기 회령에 길림을 연결하는 길회선(吉會線) 철도가 구축된 점을 통해서도 회령의 지리적 중요성
10_공간문헌자료로는 교육도서출판사 편, 조선지리서 (평양: 도서교육출판사, 1989);
과학백과사전출판사·평화문제연구소 엮음, 조선향토대백과 (서울: 평화문제연구소, 2005) 등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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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알 수 있다. 넷째, 또한 회령은 회령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으며 내륙으로 관통하는 청진과 직접 연결된 철로와 육로를 구비하 고 있다. 더욱이 두만강의 폭도 넓지 않고 도문이라는 중국의 비교적 큰 접경도시와 육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로써 북한의 도시 가운데 회 령이 지역연구로서 현재 최적의 위치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연구의 공간 범위를 회령시 중에서도 회령 시장권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으로 한정하며 시기는 2000년에서 2009년 화폐개혁 이전으로 국한한다. 물론 회령은 소규모 시급 규모의 탄광도 시여서, 북한을 대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접 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북한 주민의 경제적 계층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고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