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북한 외교정책: 정책패턴과 북핵외교 사례분석
외정책과 대내정치는 상호 작용한다. 먼저 대외환경의 변화는 명확 하고 확실한 것이 아니며, 정책결정자에 의해 해석된다. 다음으로 대외정책 결정자는 대외정책 결정시 국내권력 유지 등 국내정치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 국가의 대외정책의 추진은 경제 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해당 사회의 여러 역량 특히 경제 역량 중에서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크기이 다. 셋째, 한 나라의 대외정책은 상대적 힘의 증감에 영향을 받는다.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의 상대적 힘의 증강을 초래했고, 이것이 북한 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장은 위의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핵 문제가 북한의 대외관 계에서 핵심 사항 중의 하나로 등장한 1990년대 이후 북한의 대외정 책을 다룬다. 또한 분석틀은 국제정치 이론 중의 하나인 신고전 현 실주의를 주요한 기반으로 한다. 이 점은 본문 서술과정에서 논해질 것이다.
Ⅳ. 북한의 대외정책과 핵문제 133 경제국력과 잠재국력이 중장기적으로도 쇠퇴할 경우 그로 인한 군 사력 열세를 보완할 방안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구했다. 전반적 국력 이 열세이지만 군사력은 아직 경쟁력을 가진 상황과 북한의 대외정 책에서 군사적 협박이 주요 수단이었던 전통, 이 두 가지 상황을 배 경으로 북한은 군사 도발과 위협 중심의 대외‧대남 강경 노선을 채 택한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군사력 사용과 위기 유발을 핵심 수단으 로 한다는 점에서 ‘폭력의 외교’로서의 특징을 갖는다. 북한은 협상 에서 우위가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한국 및 미국과 타협을 추구 하기도 했다.
가. 1990년대 북한의 급격한 쇠퇴, 핵개발과 위기 유발 정책의 채택
국제정치 이론 중에서 신고전 현실주의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관 한 이론으로, 어느 한 국가의 대외정책의 대체적 패턴을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해당 국가의 국제체제에서의 위치 또는 상대 적 물질적 힘이라 주장한다.275) 즉 한 나라의 대외정책을 연구하는 데 있어, 국내정치적 요인보다 대외관계에서의 위치와 상대적 국력 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거론하겠지만, 한 나라의 대 외정책과 대내정치는 상당히 복잡한 상호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대외정책을 연구하는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국제체제에 서의 위치’에서 핵심적인 것은 남북분단 국가 또는 남북 숙적관계라 는 맥락이며, ‘상대적 물리적 힘’에서 핵심적인 것은 남북 간의 상대 적 힘의 변화이다. 분단국가인 북한의 대외관계의 여러 측면은 결국 남북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종국적 귀착점을 갖는다. 이는 한
275) Gideon Rose, “Review: Neoclassical Realism and Theories of Foreign Policy,”
World Politics, vol. 51, no. 1 (October, 1998), p.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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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남북한에게 공히 남북관계를 어떻 게 관리하는가에서 핵심 사항은 결국 그 때 그 때 나타나는 남북 간 의 ‘상대적 물리적 힘’의 양태이다. 주지하다시피, 남북 간의 상대적 국력은 역사적으로 변화해왔고, 그 변화에 따라 한국 뿐 아니라 북 한의 대외정책의 목표와 방향, 수단이 변화했다.
본문은 북한의 핵무기 추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이래 북한의 대외정책을 분석한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1950년대까지 소급해 올라가지만, 북한이 무기화와 관련한 직접적 경계선을 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이다.276) 이와 관련하여 핵심 고려 사항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북한 국 력격차가 갑작스럽고도 급속히 북한에 불리하게 변화하였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해, 1990년대 초 남북한 사이의 ‘상대적 국력’에서 북한 이 급격하게 열세에 놓이게 되었다. 1990년대 초반, 구 소련과 동유 럽 사회주의 국가 및 중국과의 ‘우호무역관계’ 붕괴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에 직면했던 북한경제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또한 북한의 안 보 및 외교정책상의 후원국이던 소련과 중국은 한국과 일방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반면,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번성 하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의 쇠퇴의 특징 중 하나는 경제력과(인구규모, 기술능력, 교육수준 등) 잠재력에서는277) 한국에 대해 현저히 열세
276) 나랑(Vipin Narang)의 개념을 빌리자면,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북한은 핵 무기 추구와 관련 그간의 보험적 헷징에서 경성 헷징으로 이행했다. 보험 적 헷징이란,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키우는 단계이다. 경성 헷징이란,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을 보유하며 핵무기화와 관련한 이론적 작업은 행해지나 아직 실질 물리적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는 단계이며, 궁극적으로 핵무기 투발에 사용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는 이중용도 투발수단을 개발하는 단계이다.
Vipin Narang, “Strategies of Nuclear Proliferation How States Pursue the Bomb,” International Security, vol. 41, no. 3 (Winter, 2016/17), pp. 117~120.
277) 잠재력은 인적‧물적인 것을 포함 모든 자본과 자원으로서, 궁극적으로 측정 가능한 경제산품으로 번역될 것이지만, 어떤 이유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자본과 자원을
Ⅳ. 북한의 대외정책과 핵문제 135 였지만, 상대적 군사력에서는 여전히 강했다는 것 또는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에 적어도 경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쇠퇴 국 가로서 북한이 당면한 도전은 다음과 같다. 북한의 경우 당장은 군 사적으로 적어도 열세는 아니지만, 경제력과 잠재국력에서는 한국 에 비해 현저한 열세이며, 또한 그러한 열세가 중장기적으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은 장기적으 로 군사력 성장에 현저히 유리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남북 군비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력과 잠재력에서 열세 인 북한이 한국과 동등하게 경쟁하자면, 현저히 높은 비율의 자원을 투입해야만 했다. 그 경우 북한 경제는 더욱 나빠질 것이 확실하였 다. 북한은 군사력에의 대남 경쟁력도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는 필시 상실하게 될 것이라 예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그 러한 경우 자신의 대남 경쟁력은 모든 차원에서 소멸할 것이라 예상 했었을 것이다. 어느 국가이든 가장 중요한 준거 경쟁국에 대한 상 대적 쇠퇴가 매우 깊고도 장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직 면했다면, 그 쇠퇴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심각한 쇠퇴방지 또는 역전 조치를 고려해야만 한다. 만약 경제력 쇠퇴를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지만 아직 군사적 경쟁력을 가진 상태라면, 그 국가는 군사적 수단을 활용하여, 즉 군사 분쟁 유발을 통해 상대 적 쇠퇴를 회피하거나 역전시키고자 할 것이다. 북한도 이러한 고려 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상대적 국력 변화’에 직면하게 된 국
지칭한다. 잠재력은 인구규모, 예비소재, 기술수준, 교육발전, 미사용한 비옥한 토 지 등을 포함한다. 국력의 상대적 쇠퇴는 국력의 전분야의 약화에 의해서 발생하기 도 하지만, 일련의 경우에는 군사력은 견고하지만, 경제력의 쇠퇴 그리고 잠재력에 서 열세인 경우도 존재했다. 이러한 구별은 코프랜드(Dale Copeland)의 주장 참조.
Dale Copeland, The Origins of Major War (New York: Cornell University Press, 2001),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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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즉 ‘쇠퇴 국가(state in decline)’는 대외정책상에서 어떻게 반응 하는가? 적어도 이론적으로만 볼 때, 북한의 정책 옵션에는 다섯 가 지가 있다. 재보장(타협‧화해), 아무 것도 안하기, 억제‧봉쇄(군비 경쟁, 동맹확장, 격한 어조 등), 위기 유발, 전쟁 직접 발발이 그것이 다.278) 이 중에서 북한이 어떤 종류의 정책을 택하는가는 그 정책을 취했을 때 북한이 안보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 또는 국가의 쇠퇴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가 기준이 될 것이다.279) 또한, 여건상 북한이 선택가능하며, 특히 한국에 대한 북한의 상대적 쇠퇴 속도를 늦추거나, 폭을 좁히거나 또는 궁극적으로 역전시킬 가능성 을 제공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장 중 요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선호하는 것 도 덜 위험하고 비용도 덜 드는 온건정책일 수 있다. 그렇지만 온건 정책이 자신의 상대적 쇠퇴를 오히려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온건정책을 통해 쇠퇴가 역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쇠퇴를 번복할 목적의 강경정책을 취하는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쇠 퇴 국가는 자신의 상대적 쇠퇴를 저지하거나 역전할 목적으로 자신 이 더 약해져 있을 미래가 아니라 아직 힘이 있는 현재 시점에 (예 방)전쟁을 일으키거나 군사 위기를 유발하는 등 강경정책을 추구한 다.280) 북한도 이러한 식으로 판단했을 개연성이 크고, 이렇게 판단 했다면, 북한은 불가피하게 자신에게도 위험스럽고 고비용인 호전 적 대외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준거 삼 아, 각 정책이 북한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보자.281)
278) Ibid., pp. 37~42.
279) Ibid., p. 39.
280) Jack S. Levy, “Preventive War: Concept and Propositions,” International Interactions, vol. 37, no. 1 (2011), pp. 87~96.
281) ‘아무 것도 안하기’는 고려에서 제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