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김정은 정권 5년의 북한경제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하 에서는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김정은 정권 하의 북한경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큰 현 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대북제재 하에서의 북한의 경제운용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 중장기 경제운용 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가. 대북제재 하에서의 경제운용 전망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여러 차례 경제제재를 받아 왔다. 이 러한 경제제재가 지금까지 북한경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 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부문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보기 도 어렵다. 특히 2016년 초부터 제재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2016년도에 1999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제재 속에 서 북한경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처럼 제재 속에서 북한경제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제재에 허점이 많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16년 채택된 2270호의 민생용 예외 규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재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이전에 비 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21 호, 2371호, 2375호 그리고 2397호가 채택됨에 따라 북한의 대외무역, 유류 수입, 해외 노동자 송출 등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거나 새로 마 련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섬유 제품 등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는 생 산 둔화와 함께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보았듯이, 2017 년 3분기까지는 북한 당국이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현재 북한 실정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정책을 지속 해 나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무역적자를 장기간 감당할 만한 여력을 갖고 있지 못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외화벌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노동자 송출에 대해서도 규제가 이루어져, 향후 이를 통한 외화 유입도 점진적으로 감소할 전망인 만큼, 수입 규모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외화수급 상의 문제에 더해 2397호를 통해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금속류 등 북한경제의 원활한 운용에 꼭 필요한 물자의 수입에 대해서도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수입 감소, 그에 따른 생산 수준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경제운용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전반 적으로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의 정책 들이 대체로 대북제재를 염두에 두고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국산화를 강조하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탄 수출이 막힘에 따라, 석탄의 국내 공급 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므로, 석탄을 활용한 국산화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더욱 강화해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료・자 재・설비의 국산화를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은 대북제재 하에서는 불가피 한 측면이 있지만, 북한경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둘째, 시장과 함께 북한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대외무역이 크게 위축
됨에 따라, 시장 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지 않을 전 망이며, 북한 당국도 제재에 따른 경제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들의 사적 경제활동을 묵인하는 기조를 유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이 부족하고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입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의지할 수 있는 자금원은 현재로서는 돈 주밖에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 제가 돌아가도록 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화폐개혁 실패 경험 등에 비추어 보건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지 않는 한 돈주들의 사유재산 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최근과 마찬가지로 묵인 하에 건설 사업 등에 투자를 받는다든지, 국영기업의 명의 또는 생산시설을 대여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민간 부문의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최근 북한 당국이 공식 금융 부문을 활용하여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다양한 형태로 전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출이 사실상 막힌 상황인 만큼, 환율 급등 을 막고 생산에 필요한 물자를 수입하기 위해서 시중의 외화를 흡수할 유인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유류 공급 제한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경우 유발될 가능성이 큰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재정 부족이 지속 또는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이 재정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전자카드 결제 시스템 보급 확 대, 금리 인상 등을 통해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현 시점 이후에도 대북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제재 국면이 장기 화될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고 자 경제개혁 조치를 추가적으로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 당국이 선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갈 가능 성은 낮아 보이며, 시장의 변화를 일정 정도 공식화해주는 선에 그칠 가 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경제개혁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 당국이 개인투자를 보 다 확대하는, 더 나아가 개인기업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개인투자 확대 조치의 경우 추가적으로 취해질 가능성이 있지 만, 개인기업의 허용은 사실상 시장경제를 수용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 는 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개인농 체제가 성립될 것 인가가 관건인데, 제재로 인해 비료・자재 부족이 심해질 경우에는 개인 농 체제에 가까운 형태로 개혁하는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춰 경제 전반 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현재와 마찬가지로 개혁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언급할 것은 북한 당국이 이러한 조치들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대북제재가 강화된 환경 하에서 북한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 망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원료・자재・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의 수입이 줄어들 경우, 국산화를 통해 이를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보완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결국 생산 감 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 능력이 없는 북한 당국은 민간 자본을 최대한 끌어냄으로써 이러한 상황에 대처해 보려 할 것으로 예상 되나, 그러한 방식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더군 다나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해, 유류 공급을 더욱 줄이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경우, 생산・운송 등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북한경제의 어려움은 한층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 김정은 정권의 중장기적 경제운용 전망
현 시점에 북한의 중장기 경제운용에 대해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북핵
문제가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귀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장기 전망을 논하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정부의 목표대로 북한이 비 핵화하고, 그에 따라 대북제재 조치가 모두 종료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 가 마무리되는 상황을 전제한 가운데, 또 북한 당국이 시장경제로 나아가 려 하기보다는 기존 경제 시스템을 고수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러한 경우 김정은 정권은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어떻게 운용해 갈 것인가에 대 해 조심스럽게 전망해 보고자 한다.
김정은 정권의 중장기 경제운용 전망과 관련해 첫 번째로 언급할 사항 은 현재 김정은 정권은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국산화 및 과학기술 을 강조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기조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 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은 예전부터 자력갱생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는 북한의 전통적 산업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됨 속에 자강력, 국산화가 과도하게 강조된 측면이 있는 만큼, 대북제재 조치가 모두 종료된 상황에서는 국산 화를 강조하되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를 다소 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이 개혁・개방 속도를 높일 것인가 여부인 데,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개혁의 경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소극적이고 점진적인 형태의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반면, 개방정책은 보다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개혁정책부터 보면, 대북제재가 종료된 이후에는, 북한 당국이 경제개혁을 빠르게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 된다.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 경제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는 줄어드는 만큼, 자칫 체제 유지에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경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유인을 북한 당국이 갖고 있지는 않 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