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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화폐 및 금융정책

Dalam dokumen PDF 김정은 정권 5년의 북한경제 (Halaman 57-63)

김정은 집권 시점에 북한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으며, 외화 통용 현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게다가 사금융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출범한 김정은 정권은 앞서 Ⅱ장에 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3년 이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 를 거두고 있다. 여기서는 화폐개혁 실패 이후 나타난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적 대응 양상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김정은 정권이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확인한다. 단 사금융 관련 사 항은 Ⅳ장에서 다룰 예정인 만큼, 여기서는 논하지 않는다.

가. 화폐개혁 실패의 후유증

2009년 12월 북한은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구권과 신권을 100:1의 비율로65) 교환하며, 가구당 교환 한도는 신권 기준으로 1,000원으로 제 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교환 한도를 초과한 구권 화폐는 몰

64) 비공개 자료에 따른 출처 생략.

65) 은행(저금소) 저금은 교환비율이 10:1이었다.

수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화폐개혁은 북한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견지해 온 시장통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조치였다. 인플레이션 억제, 계획 부문의 복원, 재정 확충 등을 목적으로 한 시장통제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화폐개혁은 실패로 귀결되었다. 북한 당국은 목표했던 바는 달성하지 못한 채, 화폐개혁 실패의 후유증만 떠안게 되었다. 첫째로 극심한 인플 레이션이 발생했다. 앞서 <그림 Ⅱ-3>에서 본 바와 같이 쌀가격은 2010년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화폐개혁 이후 무상배려금 지급 등으로 인해 적정 통화량 이상의 통화가 발행되었으나 금융기관으로 환수되지 않았다는 점, 뒤에서 보듯 외화통용이 확대되면서 화폐발행 이익(seigniorage)이 감소함에 따라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해야 했다는 점 등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낳은 요인이었다.66)

인플레이션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직후에도 지속되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임에 따라 재정지 출 수요가 증대하였고, 이로 인해 화폐발행 규모가 확대된 것이 물가의 급격한 상승을 낳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게 된 것은 2013년에 접어들 어서 부터이다. Ⅱ장에서 본 바와 같이 쌀뿐만 아니라 주요 식료품 가격이,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2013년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화폐개혁의 실패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즉 외화통 용 현상의 급속한 확산도 불러 왔다. 외화통용 현상이란 자국 화폐의 신 뢰도가 하락함에 따라 주민들이 자국 화폐를 기피하고 달러화를 비롯한

66) 최지영・정승호, “북한시장의 물가와 인플레이션,”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 센터 엮음, 『북한의 금융』 (서울: 도서출판 오름, 2016), pp. 165~167.

외화를 선호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외화가 자국 화폐를 일정 정도 대체하 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북한에서 외화통용 현상은 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대두 되었다. 대외무역에 대한 국가의 통제 능력 및 북한 당국의 외화 관리 능 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민간 경제주체들이 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자, 외화가 비공식 부문에 축적되고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67) 그런 와중에 2009년 화폐개혁이 실패하여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 북한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자, 주민들은 북한 원화의 사용을 더욱 기피하 게 되었다. 그리하여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는 외화가 가치저장 수단으로 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상품의 가격표시 기능도 수행하고 있는 등 외화통 용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68)

특징적인 것은 화폐개혁 실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외화통 용 현상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 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한 최근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연 구에 따르면 북한에서 주로 통용되었던 화폐는 북한 원화라고 응답한 비 율은 2010-2012년 74.9%에서 2013년 이후에는 43.4%로 낮아진 반 면, 중국 위안화라고 응답한 비율은 23.4%에서 52.5%로 크게 증가했 다.69) 물론 북한이탈주민 중 상당수가 탈북 전 북중 접경지역에 거주하였 다는 점에서 북한 전체로 본다면 위안화 통용 정도는 이보다는 낮은 수준 일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외화통용 현상의 확산 속도가 빨 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화폐개혁 실패와 함께 확산된 외화통용 현상은

67) 양문수,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엮음, 『북한의 금융』, p. 119.

68)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의 추이에 관해서는 위의 글, pp. 117~122를 참고할 수 있다.

현재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서는 위안화가, 평양과 그 주변 지역에서는 달러화가 상품 및 서비스 거래 과정에서도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69) 이종규, 『최근 북한의 경제정책 평가 및 향후 전망』, p. 67. 여기서의 연도는 탈북 시점을 의미한다.

북한경제가 화폐개혁 실패의 여파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나. 북한 당국의 정책적 대응

이처럼 2009년 화폐개혁 실패로 파생된,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 화 폐・금융 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 구체적으로 하 이퍼인플레이션과 외화통용 현상의 확산에 대해 김정은 정권은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그리고 그러한 정책적 대응은 어떠한 효과를 낳고 있는 가. 이하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북한 당국은 2013년 이후 통화량을 조절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초반인 2012년에는 ‘강성대국’ 건설, 김정은의 권력 승계 등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했고, 이를 위해 통화증발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북한의 재정은 예전에 비해 안정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을 자제함에 따라 재정수 요가 감소하였으며, 경제가 회복됨 속에 예전에 비해 세수(稅收)가 증대되 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기업소 노동자들에게 거의 임금을 지급하 지 않는 등 재정 상황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음은 그대로이지만, 통화증발을 자제할 정도의 여건은 형성되어 있는 듯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 당국이 외화통용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응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외화통용 현상이 해당 국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에 대해서 검토해 본다.

일단 외화통용 현상의 확산은 화폐발행 이익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해당 국가 정부가 통화증발을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가 한층 곤 란해질 수 있다.70) 자국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되고, 환율의 불안정성이

70) 그럼에도 통화증발을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에는 통화발행 규모가 더 커지게 되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화된다는 점 역시 외화통용 현상이 경제에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외화통용 현상이 해당 국가 경제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미 치는 것은 아니다.71) 우선 기능을 상실해가는 자국 화폐를 대신해 외화가 화폐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경제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 다.72) 또 외화통용이 확산된 국가들의 사례를 놓고 볼 때, 외화통용 현상 이 확산될 경우 일정 시점 이후에는 그로 인해 오히려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73)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화통용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단 외화의 보유나 유통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외화통용 현상이 확산되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원화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도가 크게 저하되어 있는 데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외화통 용 현상이 2013년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 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만큼,74) 북한 당국은 외화통용을 무조건 제한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외화통용을 제한하려 적극적으로 나서 기보다는 사실상 묵인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시장을 통해 시중의 외화를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화통용 현상의 순기능을 활용하고,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되 외환관리는 보다

71) 이에 관한 사항은 주로 양문수,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을 참고하였다.

72) 이석기 외, 『북한 외화통용 실태 분석』 (서울: 산업연구원, 2012), p. 162.

73) 최지영・정승호, “북한시장의 물가와 인플레이션,” p. 172. 캄보디아의 경우, 1990-1998년 연평균 56%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이 외화통용 현상 확대의 영향으로 2001-2011년에는 연평균 3.5%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영훈, “북한의 화폐금융 현황 및 최근의 금융조치 평가: 인플레이션・달러라이제이션・사금융을 중심으로,” 『북한연구학회보』, 제19권 2호 (2015), p. 117.

74) 이영훈, “북한의 화폐금융 현황 및 최근의 금융조치 평가: 인플레이션・달러라이제이 션・사금융을 중심으로,” p. 116.

Dalam dokumen PDF 김정은 정권 5년의 북한경제 (Halaman 5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