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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 전망

가. 미·베트남 관계개선과 경제제재 완화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외정 책과 관련하여 냉전이후시대에 과거의 적성국이었던 국가와 관계를 개선한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월남을 지원하여 과거에 월맹과 전쟁을 치룬 바 있으나, 냉전이후시대 국가전략의 변화와 경 제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개선 사례는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 및 관계개선을 전망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베트남 참전이후 베트남을 적대국가로서 분류하여 대베트

남 제재조치를 적용하였으며, 북한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은 1964년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대베트남 경제제재조치를 취한 이래 1975년 베트남 공산화이후 대베트남 경제제재조치를 확대하였으며,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대베트남 경제제재조치를 더 욱 강화하였다. 미국은 베트남이 1989년 캄보디아에서 철수하기 시작 하자 대베트남 경제제재조치 완화에 대하여 논의하기 시작하였으며, 부시행정부 때인 1991년 4월 베트남과의 관계정상화 계획을 수립하 였다. 미국과 베트남은 이후 일련의 협상과정를 거쳐 1995년 2월 하 노이와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후, 1995년 8월 대사급 국교관 계정상화를 이룩하였다.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개선은 기본적으로 부시행정부하에서 수립된 4단계 항해도(road-map) 접근방식을 클린턴행정부가 이행하는 과정 을 거쳐 이룩되었다. 이 항해도 접근방식은 베트남의 각 단계별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미국이 대베트남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이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1단계로서 베트남이 1991년 10월의 캄보디아 평화협정에 조 인하는 시점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미국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행 한다. 베트남은 미군 전쟁포로와 실종자 문제 해결을 위하여 협력하 고, 미국과 관련된 억류자를 베트남에서 2년안에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미국은 뉴욕주재 베트남 외교관의 25마일 여행제한을 철폐 하고,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베트남간 양자간 대화를 시작하며, 미국 단체여행단의 베트남 방문을 허용하며 대캄보디아 경제관계를 자유화한다.

둘째, 2단계로서 캄보디아 유엔평화유지군 주둔이 순조로이 진행될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행한다. 베트남은 파리협정을 준수하고 미군 전쟁포로와 실종자 문제해결에 대하여 계속 협력한다. 미국은

양국관계 정상화 회담을 위한 고위대표단을 하노이에 파견하며, 미국 과 베트남간 통신망 연결, 미국 기업과 베트남간의 계약 체결 허용, 기본적 생필품에 대한 미국과 베트남간 상거래 허용, 국제금융기관에 대한 베트남의 체불금 지불 지원, 미국 기업의 베트남내 사무소 설치 허가, 비정부차원의 대베트남 협력계획에 대한 규제 철회 등을 조치 한다.

셋째, 캄보디아의 안정을 위한 UN활동이 정착될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행한다. 베트남은 캄보디아문제에 대한 캄보디아 평화협정 을 준수하며,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의 완전 철수, 미군 전쟁포로 및 실종자문제 해결, 미군 유해송환 등을 이행한다. 미국은 양국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무역금수조치의 전면해제, 기본적 생필품에 대한 국제금융기관들의 대베트남 원조회의 지원 등을 이행한다.

넷째, 4단계로서 캄보디아의 자유총선거 실시와 미군 전쟁포로 및 실종자 문제의 완전해결을 조건으로 미국은 대사급 수준 외교관계 수립, 베트남에 대한 최혜국대우 부여, 기본적 생필품 분야 이외에 대한 국제금융기관의 지원 등을 이행한다.15)

미국은 이와 같은 항해도 접근 방식에 근거하여 1991년 12월 베트 남에 대한 관광금지를 해제한데 이어, 1992년 12월 미 기업들의 베트 남 사무소 개설 허용, 1993년 7월 베트남에 대한 여신승인, 1993년 9 월 미 기업의 현지 프로젝트 참여 허용, 1993년 12월 대베트남 경제 제재조치의 일부 해제, 1994년 2월 대베트남 금수조치의 전면 해제 등을 단계적으로 조치하였다.16)

15)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Vietnam-U.S. Relations: The Debate Over Normalization, (Washington, D.C.: The Library of Congress, October 27, 1994).

16)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앞의 책, 참조.

이와 같은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개선 과정을 분석하면, 미국은 전 쟁포로 및 실종자(POW/MIA) 문제의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 음을 알 수 있다. 두번째로 중요한 문제는 인도차이나반도의 평화정 착 문제로서 캄보디아에서의 베트남군 철수 및 캄보디아 정부 수립 이 미·베트남 관계개선의 관건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세번째로는 인도 적 차원의 문제로서 미국 이주 베트남인들의 친척, 친지 초청문제와 월남정부에 협조했던 정치범들의 석방문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 였다.

이와 같은 사항은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하여 조치해야 했던 문제들이었던 반면, 미국은 자국의 국익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 하에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미국은 일 본 및 유럽국가들이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단행함에 따라 인도차이 나 반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인 베트남에 대한 경 제적 이익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였다. 특히 미국 기업가들은 부시 행 정부때부터 클린턴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베트남과의 경제관계를 정 상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또한 베트남은 베트남식 경제개 방정책인 도이모이 정책을 실시하여 서방과의 경제관계를 지속적으 로 확대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시장경제체제를 수용하는 성의를 보 였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경제력이 확대되는 동시에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과도해지는 것을 우려,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통하여 중국 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개선 과정은 미국의 대북한 관계 개선을 전망하는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미국이 베트남 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한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해결이 어려운 장 애요인이 발생하였을 경우 국무부의 정규요원에 의한 정상적 채널보 다는 의회나 분야별 전문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따

라서 미국의 대북 관계개선 협상에서도 실무적 문제와 중요 정치적 문제가 구분되어 실무적 문제는 국무부의 정규요원을 통하여 해결하 는 방식을 취하고 협상의 고비마다 돌출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의 해결을 사안별 전문가나 의회의 인물을 기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이다.

둘째, 미국의 적대국과의 관계개선에 있어 사안별 중요도를 우선순 위에 따라 설정하고, 상대국의 사안별 약속이행을 단계별로 확인한 후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하는 방법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개선의 경우에는 실종미군의 처리문제와 캄보디아 주 둔 베트남군의 철수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으며,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베트남이 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이 미·베트남 관계개선을 가 능하게 하였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한 관계개선에서는 북한 핵개발 동결유지와 미사일 개발·수출 중단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므로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서 성실한 자세를 보일 경우 미국의 대북한 관계개선 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개선 추진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미국 기업인들의 대정부 압력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미국 기업들이 투자대상으로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인 들의 대정부 압력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즉, 냉전이후시대 전세 계적 시장경제체제의 확산이라는 흐름에 따라 동구권 및 동남아시아 지역 등 미국 기업들이 투자할 지역은 넓어진 반면, 국제적 신용도가 최악의 상태에 있는 북한의 경우, 최적지를 선택하여 투자하는 미국 기업들의 경향에 비추어 투자대상으로서의 매력은 결여되어 있는 것 이다.

나.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 전망

미국의 현재 대북 경제정책 시발점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 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이 근본적으로 파산 된 북한과 경제교류 및 협력에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가 없음에 도 불구하고, 대북한 경제제재완화를 고려하게 된 것은 북한 핵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미국은 북한이 다단계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대북한 관심영역을 핵동결 뿐만 아니라 미사 일 확산저지로 확대하게 되었으며,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미사일 개 발저지를 명시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즉,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발사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움 상태를 유지한다는 조건하에 최근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발표한 것이다.17)

따라서 미국의 현재 대북 경제정책은 군사·안보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향후 북한의 경제적 개혁·개방 및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있는 행동 실천과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 여부 등 대북정책의 고려사항에 따라 제네바 기본합의서 및 페리보고서에 따라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는 기본합의문 이행차원에서 북한의 요구에 최소한 부응하는 수동적 입장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이 수동적이라는 것은 ①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더라도 미국내 행정부 및 행정부와 의회간 복잡한 정책결정과정을 통하여 대북 경 제제재의 완화조치가 실질적으로 집행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되 도록 길게 한다는 점과 ②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없는 경제제재 완 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미국의 대북 17) Sanctions Easing for North Korea, BXA Facts, Washington, D.C.:

Department of Commerce, June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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