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에 미치는
1. 직접적 영향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는 ① 북한 경제개혁 및 개방 촉진,
② 미국의 대북지원 및 경협 확대, ③ 북한 경제재건 재원조달 촉진,
④ 남북경협 확대 촉진 등 직접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 효과는 남북 경제공 동체 건설과정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북한이 미국과의 경 제관계를 중시하고 남한과의 경제관계를 소홀히 하게 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가. 북한 경제개혁 및 개방 촉진
미국의 대베트남 경제제재 완화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 은 상대국이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여 경제 개방과 개혁을 적극적으 로 할 수 있는 준비자세가 되어 있을 경우에만 경제제재를 대규모로 완화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경제 개방 및 개혁이 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경제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경제를 개방하고 대내적으로도 시장경 제체제를 채택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미국의 대 북한 경제제재 완화는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 지게 될 것이며, 북한의 경제개혁·개방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에 순 기능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즉, 북한이 시장경제체제의 장점을 이용한 경제난 타개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남북간
의 경제관계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미·북 제네바합의의 결과 탄생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을 통한 남북한 기술 인력의 교류 확대는 북한이 남한과의 교류·협력이 자국의 경제난 타 개와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은 2000년 6월에 대북경제제재를 완화함에 있어, 상무성 및 재 무성과 함께 교통성의 명의로 실무적 검토를 거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대북한 교통 및 수송망 연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남한은 베를린선언을 통해서 북한의 수송인 프라 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천명한 바 있으므로, 미국 과 북한간 정기적 항공 및 해운 수송로가 운영된다면 북한의 개혁·개 방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나. 미국의 대북지원 및 경협 확대
미국은 현재에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한 식량지원을 공여하 고 있으나, 여러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대북 한 경제제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식량 및 의약품 지원 등 인도 주의적 차원에서 제한적인 지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와 관련,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현재까지 지원한 내역을 살 펴보면 다음 <표 2>와 같다.
<표 2> 미국의 대북한 경제지원
(단위: 백만달러) 1995 1996 1997 1998 1999 계 KEDO 중유 5.5 22 21 58.4 31.5 138.4
유류저장설비 28 28
식량 8.2 52.4 183.4 215 459
의약품 0.225 5 5.225
KEDO 운영경비 4 4 3.8 3.5 15.1
총계 9.725 30.2 82.4 245.6 278 645.7 자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북한뉴스레터」, 2000.4, p. 3.
위의 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미국의 대북한 경제지원은 식량지 원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네바 기본합의문 이행차 원에서 제공되고 있는 중유지원이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적으로 대북한 경제제재를 완화할 경우, 미국의 대북한 지원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 원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가 리스트에서 제외시키 는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제 외시킬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다각적으로 취할 수 있 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은 여타 개도국의 경 제발전을 도와주는 수준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에 따른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 확대는 북한의 경제력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북한의 경제력 상승은 남 북 경제공동체 건설과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는 미·북간 무역확대 및 미국기업의 대북진출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2000년 6월에 발표한
경제제재 완화조치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포함하고 있지만, 미국 상무성이 7월에 개최한 대북진출에 관한 설명회에 미국의 유수한 기 업들이 많이 참가하였다는 것은 미국기업들이 대북진출을 실질적으 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미국기업들이 북한과의 수출입 및 대북투 자를 모색할 경우, 남한에 있는 지사나 현지법인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남한에는 유수한 미국기업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진출해 있기 때문에 미국기업들의 대북진출시 남한소재 미국기업 지사가 대 북진출의 창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남한과 북한이 언어 및 문화적 공통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미국기업의 입장 에서는 잘 발달된 남한소재 지사와의 연락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기업의 대북진출 경우 다국적기업은 서 울주재 사무소를 이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를 경색시키는 것은 서방국가들의 대북진출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반면, 미국기업들이 중국소재 지사를 이용할 경우도 상정할 수 있 다. 왜냐하면, 남한과 북한간 통신소통보다는 중국과 북한간 통신소 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남한기업의 대북진출 경우에도 북경을 경유하는 상거래 연락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대 부분의 미국기업들도 북경에 지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경을 경유하는 상거래를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미국기업의 북경소재 지사와 남한소재 지사간에는 긴밀한 연락을 취 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들의 자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미국의 대북한 무역 및 투자확대는 북한이 선진국의 기 술을 습득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과정
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실상 남한의 생산품 및 경영 노하우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자본주의 추세에 따라 발전하 고 있으므로, 북한이 미국기업과 경제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남한 기업의 대북진출 경우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기업의 대북진출시 남한기업이 동반하여 북한에 투자하는 모델 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모델을 채택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생소한 북한시장에 진출하는 위험도를 줄이는 한편,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남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국기업과 동반진출함으로써 대북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세계경제는 상호의존 (interdependence)을 넘어서서 상호연계(interconnectedness)된 상황에 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다국적기업들의 활동이 세계경제에서 차지 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대북진출의 경우에도 남한기업의 독자적 진출을 고집할 필요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다. 북한 경제재건 재원조달 촉진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완화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대상국가 명단 에서 제외하는 수준까지 취해질 경우,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서 받고 있는 불이익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북 한의 국제경제기구 가입 지원을 자동적으로 거부하는 법적 근거가 소멸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북한이 국제경제기 구에 가입하기 위해서 취해야 할 기본적 조치들은 다대하지만, 미국 이 북한의 국제경제기구 가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의 국제경제기구 가입문제가 본격적으 로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
경제기구로부터의 경제재건 재원을 요청할 길이 열릴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경제기구로부터의 대북 경제재건 재원 유입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가속화할 것이다. 북한이 국제경제기구에 가입하 지 못하고 있는 현재 남한의 대북한 사회간접자본 시설 개선사업 지 원은 거의 전적으로 남한이 보유하고 있는 재원에 의존해야 하는 상 황이다. 또한 남한이 대북경제지원 및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재원을 국제경제기구 및 국제적 펀드를 이용해서 조달할 수 있을지도 미지 수인 상황이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개발 및 개성공단 조성 등 대북사 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국제적으로 펀드를 조달하겠다는 구상 을 밝히고 있지만, 북한이 국제경제기구 및 미국으로부터 경제개혁의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현대의 해외로부터의 투자유치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제경제기구의 운용에 실질적으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대북한 경제제재를 완화한다 는 것은 북한의 국제경제기구 및 국제적 펀드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제고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이 국제경제기구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는 길이 열린다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장기적 차원에서 기대할 일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22) 즉,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한 이후에도 각 국 제금융기구의 속성상 금융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까지는 상 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은행의 경우, 각종 프로 젝트 선정에 1-2년, 프로젝트 준비에 1-3년, 프로젝트 평가에 3-6개 월, 융자집행 및 감독에 6년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금융지원이 실제로 집행되기까지는 최장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가 추가적으로 완화되어서 북한이 국제금융 22) 홍성국, “대북 금융거래와 국제금융기구의 지원,” 「통일경제」, 2000. 3,
p. 3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