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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우산의 신뢰성

‘핵우산’(nuclear umbrella)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사해 온 핵억지전략의 일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에서 동·서 양 진영 간의 군사적 대치가 형성되는 가운데 소련을 필두로 한 공산진 영의 재래식 전력이 서방을 압도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이에 대한 대 응으로,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에서 선보인 핵무기의 위력으로 소련의 침공을 사전에 억지하겠다는 정책을 채택했다. 통상적인 ‘억 지’(deterrence)는 적대국의 공격에 대해 재래식 전력으로 충분히 보복할 능력을 갖춤으로써 공격을 예방한다는 개념이다. 이에 비해 서 트루먼의 정책은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바탕으로 침략 당사 국에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가하겠다는 보복위협을 통해 억지를 달성한다는 것으로서 통상적인 억지와는 구분되는 ‘핵억지’(nuclear deterrence) 전략의 초기형태였다.

핵우산은 핵억지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개념으로서 정확하게는

‘핵확장억지전략’(nuclear extended deterrence strategy)이라고 부 른다. 핵확장억지전략 혹은 핵무기가 사용되는 ‘확장억지전략’이란 적 대국이 미국의 동맹국을 재래식 무기와 WMD로 공격하는 경우, 해 당 적대국에게 핵무기를 사용해서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주겠다는 보복위협을 함으로써, 적대국의 공격을 사전에 억지하고 동맹국을 보 호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핵억지전략의 보호대상이 미국에서부터 동 맹국으로 확대되고 핵억지력의 투사지역도 미 본토로부터 동맹국 영 토로까지 확장된다는 의미이다.

핵우산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북핵폐기 이전의 한‧미 안보협력 53 억지의 보호대상에 미 본토와 해외주둔 미군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 국도 포함된다. 서독을 포함한 유럽의 NATO 동맹국들과 한국·일본 등이 핵우산의 구체적인 보호대상으로 적시되어 왔다. 둘째, 억지의 목표는 적대국의 재래식 공격과 핵공격을 포괄한다. 셋째, 억지의 수 단에는 미국이 보유한 재래식 및 핵무기가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핵우산은 미국을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서 동맹국에 대한 적대국의 공격까지 억지하겠다는 미국의 대외 안보공약의 토대이다.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해외 군사동맹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개념이 기도 하다. 결국 핵우산과 핵확장억지는 같은 말로서, 핵우산이란

‘핵확장억지전략’을 쉽게 표현하는 별칭에 불과하다.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에 열린 한·미 SCM에서 핵우산 대신 확장억지라 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두고 우리군 일각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이 더 강화된 것으로 본 것은 잘못된 해석이었다.

나. 핵우산의 법적 근거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의 법적근거는 다음 두 가지 이다. 첫째, 미국이 동맹국들과 맺고 있는 「상호방위조약」인데,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미국이 「핵무기확산금지조 약」(NPT)에 가입하고 핵보유를 포기한 비핵국가들에게 제공하고 있 는 소위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

NSA) 약속이다.

먼저, 한·미동맹의 경우 1978년 제11차 SCM부터 매년 회의 때마 다 미국의 대남 핵우산 제공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해두 었다.51 미국의 핵우산 제공의사를 서면으로 보장받아 온 것이다. 한

54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전략적 협력에 관한 연구

편,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역사상 최초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정상회담의 공동발표문에 명시함으로 써,52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보다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

미국이 비핵국들에게 제공하는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이란, NPT 에 가입하거나 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비핵국가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기본정책으로 견지하는 가운데 특정한 경 우에는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그 조건이란 비핵국이라 하더라도 다른 핵보유국과 동맹관계 에 있거나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경우 해당 비핵국에 대해서는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철회하 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에 따르면, 핵보유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을 공격하는 경우, 미 국은 상기 예외조항에 의거해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 다. 따라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보장하는 원칙적인 안전장치라면, 미국의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에 담겨 있는 예외조항은 핵우산 보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추가 적인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 9번째로 핵무기를 개발한 만큼 이러한 예외조항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핵을 가진 북한이 남침을 감행할 경우 이를 핵으로 보복·격퇴하는 데 국제법적 인 제약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51_전호훤,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공약에 대한 역사적 조명,” 󰡔국방정책연구󰡕, 제24권 제2호 여름호 (한국국방연구원, 2008), pp. 29~57.

52_The White House, Office of the Press Secretary, 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

북핵폐기 이전의 한‧미 안보협력 55 흥미로운 것은 1978년 미 국무장관 밴스(Cyrus Vance)의 유엔연 설로 정책화되기 시작한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이 현재는 중국을 제외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전체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자리를 굳 혔다는 사실이다. 1995년 4월 5일 러·영·불 3개국은 유엔총회에서 비 핵국에 대한 핵보유국의 안전보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조건부 소 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문안까지 그대로 답습하여 발표한 바 있다.

다. 핵우산의 효과와 문제점

핵우산은 냉전시대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 주의의 세력팽창과 전쟁유발 위험을 제거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냉전종식 이후에도 특정국가에 대한 핵보복 위협은 해당국 가의 도발적인 행동을 제어하는 데 기여해왔다. 예를 들어, 1990년 걸프전쟁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에게 화학·세균무기를 연 합군에게 사용할 경우 미국은 ‘가장 강력한 대응’(the strongest

possible response)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핵무기

사용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부시의 경고가 후세인의 전쟁수행 방식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있지만,53 미국의 핵보복 위협이 전쟁당사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주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까지 개발한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 핵우산의 효력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53_Steve Fetter, “Limiting the role of nuclear weapons,” in Harold Feiveson, (ed.) The Nuclear Turning Point: A Blueprint for Deep Cuts and De-Alerting of Nuclear Weapons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1999), p. 39.

56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전략적 협력에 관한 연구

그러나 지금까지 핵우산 정책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핵우산의 신뢰성 문제이다.

적대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공격과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공격이 핵무기로 보복할 가치와 필요성이 똑같은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만들어야만 핵우산 정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우산이 제공 되기 시작한 이후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에도 미국이 과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지속되어 왔으며, 이런 의문은 소련 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더욱 거세 어졌다. 그 이유는 서유럽에 대한 소련의 공격에 대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경우 미국 본토가 소련의 보복 핵공격 위협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즉 독일의 뮌헨이나 영국의 런던을 보호하기 위해서 뉴욕 이나 워싱턴을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는 경우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미국이 서울이나 부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혹 은 워싱턴을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이 초래하는 정치적, 도덕적 부담 이다. 핵우산은 적대국의 재래식 공격에 대해서도 핵무기 사용을 상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의 선제사용으로 인한 여러 가지 형태의 부담을 수반할 수 있다. 미국이 1945년 일본에 두 발의 핵무기를 사 용한 것에 대해서 아직도 정치적, 도덕적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 실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 이 가능하다는 군사안보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역대 미국 행정부의

북핵폐기 이전의 한‧미 안보협력 57 안보전략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부시 행정 부가 이러한 공세적인 전략을 채택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새로 운 안보상황이 핵무기의 선제사용에 따른 정치·외교적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소위 ‘핵무기 없는 세계’(nuclear-weapon-free- world)를 지향하면서 핵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오히려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있다.

라. 핵우산: 핵국과 비핵국의 타협

핵우산 개념을 둘러싼 한 가지 중요한 오해는 바로 핵우산이 핵무 기를 보유한 강대국이 그렇지 못한 약소동맹국에게 베푸는 안보적 시혜라는 인식이다. 여기에는 안보동맹을 책임지는 세계질서의 주관 자로서 우방국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강대국의 패권적 논리가 깔려있 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NPT라는 국제제도의 틀 속에서 핵무장 옵션을 완전히 포기한 많은 나라들이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핵 우산을 안보적 시혜의 관점에서 수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핵우산은 핵국과 비핵국간의 안보적 타협 이다. 핵국이 동맹인 비핵국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전 제조건이 바로 해당 동맹국의 핵포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은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핵우산을 제공 하고 있는데, 한·일 양국이 미국의 안전보장 혜택을 받는 대가로 핵무 장을 포기한 것은 미국에게 핵비확산 체제의 강화라는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준다.54 즉 핵우산을 정점으로 한 핵국과 동맹국간의 관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