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북중경협 현황
과거 북한과 중국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면서 상호간 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왔던 전통이 있다. 특히 중국은 같은 사회주 의 국가인 북한과의 무역에 있어 우호가격을 적용해 왔고,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상당한 규모의 원조를 진행해왔다.
혹자는 중국의 전체 대외원조의 1/3에서 1/4이 북한에 대한 지원으 로 추정하기도 하였다.101 인도주의적 재난 파트에서 언급하였듯 이, 중국은 북한에 상당량의 식량과 원유를 최근까지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2년 남순강화와 한국과의 수교 등으로 인해 중국의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다소 소원해진 측면이 있지만, 2000년대 들어 북중 정
101_Samuel S. Kim, “China and North Korea in a Changing World,” in Uneasy Allies: Fifty Years of China-North Korea Relations, ed. Timothy Hildebrandt (Washington, D.C.: Woodrow Wilson Center Asia Program Special Report, September 2003), p. 13.
Ⅰ
Ⅱ
Ⅲ
Ⅳ
치관계가 복원되면서 경제협력 역시 확대되었다. 특히 2003~2004 년 사이 중국 공산당은 중국 기업들의 북한 투자를 독려했고, 투자 액이 동기간 거의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102 그 이후 북한의
1‧2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양국 무역규모는 끊임없이 증대되었
고, 북한의 대중경제 의존도 역시 증가했다. 북중 경제협력의 심화 는 우선 무역규모와 비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중무역은 2000년 대 중반이후 급증하였는데, 2014년에는 2000년 교역액보다 약 14 배 증가, 68.6억 달러를 기록 했다. 또한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 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해서 대중무역 의존도가 90.2%로 역 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103
그러나 이러한 북중경협의 심화에도 일정 정도 한계가 있었다.
중국자본의 대북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맞지만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중국의 다른 주변국에 대한 투자와 비교하였을 때, 규모나 그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는 것이다. 2012년 김정은 정권은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도입 선언
(6·28 조치)과 장성택의 방중에 따른 황금평 개발 특구 등 북중경
협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며, 그 이후에도 다양한 개발구 정책 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투 자가 쉽게 확대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북한 특유의 폐쇄성과 사업 환경이 낙후되어, 중국 기업들이 성공적인 경협모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중경협 의 핵심인물이던 장성택이 처형되고, 3차 핵실험 등으로 인한 북중
102_Jae Cheol Kim, “The Political Economy of Chinese Investment in North Korea:
A Preliminary Assessment,” Asian Survey, vol. 46, no. 6 (2006), pp. 898~899.
103_KOTRA, “2014년 북한의 대외무역 동향,” (KOTRA 연구보고서, 2014), pp. 12, 38.
정치관계 경색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던 북중경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중경협은 향후 확대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이 질문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경협은 기본 적으로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북중경협 역시도 중국만의 일방 적 선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라는 상대의 선호도 고려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중국과의 경협 과정에서 시장 원칙에 좀 더 부합하는 개방적 태도와 정책을 보여준다면 지리적 접근성과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로 인해 중국의 선택은 당연 경협 확대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특별한 변화를 모 색하지 않고, 핵실험 등 군사적 모험을 통해 중국의 정치안보적 부 담을 계속적으로 가중시킨다면, 중국 역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 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경협 혹은 투자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주변국의 상황과 비교해서 예측해 볼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 았듯이, 중국은 자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주변국과 경제협력 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대일로 전략을 천명하고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까지 출범시킨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주변국 경제전략의 일반적 특징들이 북한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나. 중국의 주변국 경제전략과 북중경협
Ⅱ장에서 살펴본 중국의 주변국 경제협력의 특징들 중 북한에 적용해 볼만한 요소들은 지정학·지경학, 국가발전 전략, 지방의 자 율성, 구동존이 요인 등이 있다. 화교자본과 국제기구의 활용 요소
Ⅰ
Ⅱ
Ⅲ
Ⅳ
는 북한에 적용하는데 일정 정도 한계가 있다. 북한은 화교나 화교 기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104 국제기구의 경우에는 동북아 역내 다양한 협력 기제가 존재하나,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북한을 포함한 경제협력 기제의 활용 역시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 다. 아래에서는 이 두 요소를 제외하고 중국의 주변국 경제협력의 특징을 북한에 적용해보았다.
(1) 북한의 지정학‧지경학적 가치
중국의 주변국 경제협력 과정에는 지정학‧지경학적 요인의 영향 력이 컸다. 무엇보다 중국에 안보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 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분석된 바가 있다. 특히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 및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가 강화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 주가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군사적 모험 노선으로 인한 북한 부담론을 동 시에 고려해 본다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 다. 결국 안정적인 경제협력을 희망한다면 상대국의 정치적 안정 성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는 지경학적 요인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동북아 경 제 공동체에 있어 그 무엇보다 북한의 지경학적 가치는 크다. 두만 강유역개발계획처럼 북중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 자본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적인 지역의 한복판에 북 한의 항구도시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표
104_대신 중국의 조선족이 다수 거주하는 지린성의 조선족 기업들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으나, 전통적인 민간교류 의 형태이지, 국가급 전략 차원의 분석요소로 다루기는 한계가 있다.
적 항구 도시인 나진·선봉을 자유무역지대로 1991년에 지정했음에 도 불구하고, 실제 중국의 투자와 관심이 집중된 것은 2000년대 후 반 이후부터였다. 이는 북한이 지경학적인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 시도 및 정치적 불안정 요소가 중국의 대규 모 대북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실제 중국이 북한의 나선 경제무역지대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자국의 동북지역 발전 계획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해양강국화 시 도가 본격화되면서부터이다. 즉, 태평양으로 해상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항구를 빌리기 위한 정치안보적 목적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105 이는 북한이 희망하는 단동-신의주를 연계하는 위화도 -황금평 지역에 대한 개발에는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나선 특구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행태에 그러한 중국의 속내가 잘 드 러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중국에 북한은 장기적인 미래의 지경학 적 유인보다는 중단기적으로 동쪽을 개척한다는 지정학적 유인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지정학적 유인이 지경학적 유인 보다 크다고 해서 지경학적 유인이 중국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다수의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안 정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주의 접근밖에 없다고 주장하 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를 결코 국제사회의 제재 방식으로는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의 단맛을 볼 수 있 도록 유도하는 적극적인 대북경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전략적 그룹을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개혁
105_중국은 2010년 나진항 1호 부두의 사용권을 확보하고, 2011년부터 운항을 시작 하면서 나진선봉지역의 중국 기업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Ⅰ
Ⅱ
Ⅲ
Ⅳ
관련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중국 중앙 정부 주도의 대북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 다. 이러한 분위기는 종국에 중국이 추진해 온 동북진흥 전략과 최 근 일대일로의 동쪽 실크로드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북한의 지경학 적 가치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2) 국가발전 전략과의 연계
중국의 대북경제 협력은 국가발전 전략과 연계되면서 더욱 확대 된 측면이 강하다. 우선, 중국의 본격적인 대북투자 확대는 중국의 해외투자 전략 즉, 저우추취와 맥을 같이한다. 중국은 2002년부터 주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였고, 이 러한 분위기는 대북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공식 대북 투자 규모는 2003년 100만 달러 정도였으나, 2008년에는 4,123만 달러, 2013년엔 8,62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표 Ⅲ-1 중국의 대북한 직접투자 추이
(단위: 백만 달러) 연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투자액 1.12 14.13 6,50 11.06 18.40 41.23 5.86 12.14 55.95 109.46 86.20 출처: 2013年 中國對外直接投資公報. (北京:中國統計出版社).
그러나 중국의 대북투자 규모가 미얀마‧몽골‧캄보디아‧베트남‧
라오스 등의 국가에 대한 투자와 비교할 때, 그 규모가 14~25%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106 중국에 북한의 시장성이 현재까지 그리 높 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