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변국 영토정책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일부는 중국의 북 한에 대한 국경정책에서도 나타났다. 첫째, 지정학적 세력균형 요 인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지정학적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1960년대 초반 소련과 갈등을 겪을 때 북한에 대해서도 영토의 상 당부분을 양보하면서까지 「변계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둘째, 체 제안정요인이다. 1950년대 말 대약진으로 인해 중국 국내 상황이 불안정했을 때, 주변국과의 안정적인 관계유지를 도모하기 위해 1960년대 초 영토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가 북한에도 적용되었다.
셋째, 중국의 호전적 이미지 쇄신 요인이다. 중국은 1950년대 말 인도와의 무력충돌로 빚어진 호전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인자함을 호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북한과의 영토 문제에서 양보를 통해 국
152_이 절의 내용 중 일부분은 다음 자료의 간도 문제 부분을 발췌하였음. 김애경,
“영토와 영해의 분규-한중 간에 존재하는 잠재적 영토 및 해양경계 획정문제.”
경획정을 완료했다.
그렇다면 향후 북중 간 영토 분쟁의 가능성은 없는가? 중국이 북한과 영토·국경 문제를 두고 분쟁할 가능성을 없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첫째, 양국은 이미 1962년 10월 북중 변계조약(이하, 변 계조약)을 체결하여 천지와 백두산 지역의 경계선을 확정함으로써 국경선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 조약에 의하면 백두산 천지
의 55%는 북한이, 45%는 중국이 관할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천지의 5분의 3과 그 일대는 북측에 편입됐고, 압록강과 두만강의 총 451개 사주(沙柱) 중 264개는 북한이, 187개는 중국이 소유하게 되었다.153 북중 양국이 체결한 변계조약은 UN 사무국에 등록되지 않아 외부에서는 그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없었는데, 1978년 7월 중 국 지린성(吉林省) 창바이산(백두산) 자연보호구관리국에서 발행 한 내부 자료에 중국이 양측의 자연보호 관할구역을 설정하기 위 해 천지를 중심으로 북중 간 경계선을 나타내는 지도를 실었고, 이 로 인해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과 중국 간 국경선 획정사실이 외부 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154
둘째, 북중 국경지대, 즉 간도 문제 대해서는 북한은 이를 이미 매듭지어진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간도지역에 대한 지명의 표기 혹은 호칭을 회피하고, 간도 지역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만주지역 또는 동북부지
153_압록강과 두만강에는 섬과 사주 중 현재 북중 간 귀속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 지 않은 섬 및 사주가 10여 개가 있는 상황으로, 토사 등으로 강 하류 지역의 국경이 수시로 변하고 있어 양국관계가 악화될 경우 국경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중 간 국경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된 상황은 아닌 듯하 다. “북한 당국자 북중 공유하천 환경분야 협력 희망,” 연합뉴스, 2014.7.17.
154_양태진, “북한·중공의 영토분쟁,” 北韓, 제137호 (1983), 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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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라고 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청나라와 조선이 양국 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세운 석비인 백두산정계비에 대한 재논 의를 주장하거나 간도반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보도가 없 다. 보다 명확한 상황은 북중 간 변계조약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어 야 알 수 있겠지만, 변계조약으로 당시 청나라·조선 시기와 비교하 여 북한은 중국보다 280㎢의 영토를 더 확보했기 때문에 중국이 양보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중 양 국이 영토 문제를 두고 분쟁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 된다. 만일 중국과 북한이 국경 문제나 국경지대를 둘러싸고 갈등 하거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해 본다면, 기타 이슈로 인해 양 국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국경 문제를 활용하는 경우일 것이다.
나. 중국의 주변국 영토정책과 통일 한반도
현재 북중 양국이 영토 문제를 두고 분쟁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 해 보이지만, 통일 이후 간도 문제가 논란이 된다면 중국과 통일 한반도 간 영토 갈등의 여지는 존재한다. 이는 간도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견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간도 문제에 대 한 한국 내부의 의견도 일치하지 않는다. 간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내 학자들의 경우 첫째, 간도지역에 대한 조선과 청 의 경계획정이 미해결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조선과 청이 국경 획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 국경조사 및 두 차례 담판을 진행 하였으나 서로 다른 견해를 견지하면서 결론을 맺지 못한 상태에 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통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이 간도지역을 청나라에 넘겨준 「간도에 관한 일청 협 약(이하, 간도협약)」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간도협약은 1909년 9월
4일 조선을 대신하여 일본이 청나라와 체결한 조약으로, 일본은 대
륙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남만주 철도 부설권, 푸순(撫順)의 탄광개발권을 획득하는 대가로 간도지역의 영유권을 청에 넘겼던 것이다. 간도 문제의 당사국은 한국(당시, 조선)인데 일본이 협약체 결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 일단 모순이고, 당시 을사보호조약 역 시 한국을 강박하여 체결된 것이므로 국제법상 무효라는 것이다.
설령 을사보호조약이 무효가 아니더라도 일반 국제법상 보호국 은 피보호국의 영토 처분권을 가질 수 없기에 을사보호조약에 의 해 일본이 한국을 대신하여 영토를 처분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보 호관계에 있는 국가들 간에 보호국이 체결한 조약이 피보호국의 조약이 되기 위해서는 조약이 피보호국을 대리하거나 또는 피보호 국의 이름으로 체결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을사보호조약 에 의거하여 일본이 한국의 대외관계 사무를 총리·지휘하고 있었 지만 영토 처분권을 갖지는 않았다.155 때문에 청나라가 일본과 체 결한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간도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는 중국이 건국 초기 ‘새 술은 새 부대에(另起爐灶)’라 는 원칙을 제기하며 근대 시기 제국들과 맺은 불평등조약과 국민 당 정부가 맺은 조약의 폐기를 주장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간도협약은 당시 청나라가 일본과 불평등하게 맺은 조약이기 때문 에 무효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일련의 종전조약들에 따르면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주장이
155_유철종,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영토분쟁, pp.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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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1943년의 카이로 선언과 그 이행을 규정한 1951년의 포츠담선 언은 “만주, 대만, 팽호제도(澎湖諸島) 등 일본국이 청국으로부터 도 취한 모든 지역을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 … 일본국은 폭력 및 강욕 에 의하여 약취한 기타 모든 지역으로부터 구축(驅逐)된다.”고 규정 하고 있고 “중일 양국은 전쟁의 결과로서 1941년 12월 9일 이전에 체결한 모든 조약·협약 및 협정을 무효로 한다.”는 중일 평화조약 제 4조 규정에 따르면 간도협약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간도 문제는 이미 완결된 사안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간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도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 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한중 간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간도는 조 선유민이 월경하여 개간한 중국의 영토를 부르는 조선인들의 호칭 으로 중국의 사료에는 간도라는 명칭이 없음을 주장한다.156 둘째, 간도협약에 대해서도 이미 매듭지어진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고 있 다. 중국은 청일 간에 체결한 간도협약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간도협약은 일본이 만주를 포함한 중국 전역을 식민화 시키기 위해 간도지역을 교묘히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서 간도지역이 중국 땅이었다는 사실은 재고의 가치가 없는데, 당 시 중국이 지켜야 할 이익을 지키지 못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정책에 이용당했다는 것이다.157 셋째, 간도협약은 청나라가 근대 시기 일본 제국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간 도협약을 폐기해야 할 불평등 조약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정부산하 연구기관에서 관련 연구인 ‘동북공정’
을 진행하였다. 1983년 중국사회과학원 산하에 ‘변강사지연구중심’
156_趙興圓, “‘間島’問題的由來及演變,” 北華大學學報, 第1期, 3 (2000), p. 66.
157_위의 글, p. 66.
이 설립되었고, 1997년 ‘변강사지연구중심’의 마다정(馬大正) 주임 등 11명이 북중 국경선을 시찰하고, 1999년 중국 ‘변강지구역사 및 사회연구 동북공작 팀’이 조직되었고, 2002년에는 ‘동북공정’ 프로 젝트를 시작하여 2007년에 종료시켰다. 중국 중앙 정부는 이 사업 이 단지 지방 정부에서 진행하는 연구프로젝트일 뿐이라고 주장하 지만, 실제 의도는 현 중국영토에 대한 역사적 권원을 주장함과 동 시에 국내적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간도지역은 이 프로젝트의 대상지역에 해당되므로 향후 간도지역이 분쟁대상 으로 부상될 때에는 지방 정부의 프로젝트 결과가 중앙 정부의 논 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158
따라서 통일 한반도가 현재의 북중 국경을 승계하고 간도 문제 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내륙국경 문제로 중국과 갈등이 발생할 가 능성은 낮다. 그러나 통일 한반도가 북중 국경을 승계하지 않고 간 도협약의 합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통일 한반도와 중국 은 영토 문제를 두고 갈등할 가능성이 있다.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 에서 직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은 이미 중국과 국경조약을 통해 국경 문제를 해결한 상태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3조에도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법률적 영토일 뿐이다. 정치적 영토 및 국 제법상 영토는 38선을 기준으로 한국과 북한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북한이 간도지역과 접경하고 있다. 따라서 분단된 한반도의 경우 중국과는 북한이 내륙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과 더 이상 내륙영토 및 국경 문제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은 없다. 중
158_김애경, “영토와 영해의 분규-한중 간에 존재하는 잠재적 영토 및 해양경계 획정 문제,” p. 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