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禎卿의 작품에는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사실적으로 시간의 추이에 따라 묘사한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작시 방법은 대개 감정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진 않지만 한 편의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구체 적으로 내용을 전개시킬 수 있고 자신이 토로하고자 한 바를 생동감있게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러한 방법은 古詩를 창작 하기 시작하면서 사용하게 되었다
.
절구와 율시를 즐겨 썼던 吳中 시기와 비교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서정경이 前七子 일원이 된 이후 고시를 즐겨 쓴 사실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낭중 화옥에게 답하다(答顧郎中華玉)>
1 昔居長安西, 전에는 장안성 서쪽에 살았는데 2 今居長安北. 지금은 장안성 북쪽에 살고 있네.
3 蓬門臥病秋潦繁, 쑥대문 안에서 병으로 누워있는데 가을장마까지 잦아 4 十日不出生荊棘. 열흘 동안 나가지 못하니 마음에 응어리가 생겼네.
5 牽泥匍匐入學宮, 진흙을 끌며 기어서라도 학교에 가려 했건만 6 馬瘦翻愁足無力. 야윈 말 도리어 근심스럽고 발에는 힘이 없네.
2010, pp.136-139 참조.)
7 慵疏頗被諸生譏, 게으른지라 여러 유생들에게 항상 비웃음 사고 있으니 8 虛名何用時人識. 헛된 명성 당시 사람들이 알아주어도 무슨 쓸모 있으
리오.
9 京師賣文賤於土, 수도에서 시문을 팔아도 고향보다 값어치 없고 10 飢腸不救韲鹽食. 나물과 소금을 먹어도 굶주린 배 채워지지 않네.
11 去年作吏在法曹, 작년에는 사법기관에 임명받았지만
12 月俸送官空署職. 월급은 관청에 넘겨주어 헛되이 직무만 행하였지.
13 牀頭一甕不滿儲, 침상 머리에 있는 항아리는 가득 채워지지 못했고 14 囊裏無錢作沽直. 주머니에는 한 푼의 돈도 없어 정직한 척하여 명예라
도 얻고자 했네.
15 歸來困頓不得醉, 돌아오면 곤핍함에 술조차 마실 수 없었고
16 兒女荒涼婦嘆息. 자식들은 서럽게 울고 부인은 탄식만 하고 있었지.
17 今年調官去懊惱, 올해 관직을 옮기게 되어 번뇌는 사라졌지만 18 苦笑先生祿太嗇. 나의 적은 녹봉에 쓴웃음만 지었네.
19 釜中粟少作糜薄, 솥에는 곡식이 부족해 죽을 만들어도 묽어서 20 白碗盛來映膚色. 빈 그릇에 담으면 용색이 비추어지네.
21 丈夫但免溝壑辱, 대장부로서 굶어죽는 치욕만은 피하게 되었고
22 日飲藜羮勝羊肉. 매일 명아주로 만든 국으로 양고기 먹고 싶은 마음 견뎌내고 있네.
23 平生富貴亦何有, 평생 부귀하여도 이 또한 무슨 소용 있겠는가.
24 羸軀幸自弛耕牧. 쇠약한 몸이라 원래 농사와 목축에 종사하지 못하는데.
25 但願時豐民物安, 오직 풍년이 들어 백성들이 편안해지고 26 官府清廉盜賊伏. 관리들 청렴하여 도적들이 숨어들길 바라네.
27 人人鼓腹厭粱菽, 모든 사람들이 배를 두드리며 쌀과 콩을 실컷 먹는 날이 온다면
28 先生雖病甘苜蓿. 나는 비록 병이 들었을지라도 개자리도 달게 먹겠네.
29 一朝雷雨濯亨衢, 폭풍우가 내리쳐 하루아침에 큰 길이 씻기어 30 坐見諸公執中軸. 그대들이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는 것을 본다면, 31 先生翛然卷懷退, 나는 재능을 품은 채 물러나
32 茆齋歸向南山卜. 남산으로 돌아가 초당에서 살 것이네.
이 시는 正德
4
년(1509)
에 지어졌다.
제1-2
구에서 서정경은 과거와 현재 거주하는 위치를 대조함으로써 大理左寺副에서 國子監博士로 강등된 사 실을 밝히고 華玉에게 지금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픈지에 대해 묘사하였다
.
제3-4
구에서는 좌천된 것도 모자라 몸은 병들고 날씨까지 좋지 않아 우울해진 시인의 마음을 묘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제9-22
구에서 시인은 더욱 어려워진 집안 사정과 형편없는 자신의 관직 생활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었다. 서정경은 자신의 재주를 팔아서라도 생활을 이어나가 보려고 노력했지만,
고향 사람들보다 그 재주를 알아주 지 않아서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시인의 적은 월급 마저 관청에 넘겨주게 되니 결국 열심히 일만 하고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시인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정직함을 드러내어 높은 벼슬을 해보고자 했지만 이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인은 궁핍함 에 술조차 살 수 없고,
자식과 부인은 굶주리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표현 하였다.
관직을 옮기게 된 시인은 이전 생활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생활 에 낙담하였다.
그는 죽을 끓여도 넣어야 할 곡식이 부족하여 마치 물과 비슷하다고 설명하였고 가족들은 채소와 소금,
명아주로 만든 국으로 간 신히 연명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었다.
이처럼 시인은 자신의 생활을 생 동감있게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제
25-32
구에서는 나라에 대한 시인의 바람을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앞서 시인이 묘사한 자신의 고달픈 생활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
시인은 풍년 이 들어 백성들이 편히 생활하고 나쁜 세력들이 물러난다면 자신은 평생 병든 몸으로 가난한 생활을 지내더라도 좋다는 뜻을 드러내었다.
또한 친 구들이 고위 관직을 맡아 자신이 이루지 못한 뜻을 이루어주길 희망하는 마음도 표현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유교사상을 지니고 있는 문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두보의<
가을바람에 부서진 띳집을 노래하다(茅
屋爲秋風所破歌)>의 취지를 계승한 작품이기도 하다.위의 시는 서정경의 당시 생활 모습과 그의 심리를 비유 수법을 사용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이와 비슷한 시로는<沈鍾
의 물음에 답한 것을 문장으로 만들어 보내다(答沈休翁所問因成贈
章)>가 있다
.
이 시의 전반부는 시인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하였고 후반부 는 도교사상과 관련된 것들을 통해 탈속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드러내었다.
1 六齡識姓字, 6세에는 이름을 익히고 2 十歲弄歌章. 10세에는 시를 지었으며, 3 十二失慈母, 12세에는 어머니를 잃었고 4 嬉戲道路傍. 길가에서 즐겁게 놀기도 하였지.
5 十七學干禄, 17세에는 벼슬을 하고자 했지만
6 跅弛空徬徨. 규범을 따르지 못하고 헛되이 방황하였네.
7 幸逢黄河清, 다행히 깨끗한 황하를 만나게 되어 8 昭映白日光. 태양빛이 밝게 비추게 되었네.
9 聖心勤草萊, 황제의 뜻으로 백성을 위해 힘쓰고자 했지만 10 焱逐雲羅翔. 불꽃은 먹구름을 쫓아 날아가 버렸네.
11 謬以跌宕資, 방탕함에 재주를 그르치어
12 寘之枳棘塲. 탱자나무와 가시나무가 있는 곳에 놓이게 되었으니, 13 雖有魯連節, 비록 魯仲連과 같은 절조가 있다 해도
14 濩落無所將. 능력이 없어 뜻을 잃고 떠돌기만 할 뿐이네.
(…) (…)
이 시는 正德 원년
(1506)
에 지어졌다.
위의 시는 전체 시의 제1-14
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시인은 어릴 적부터 관직에 오른 후까지 자신이 겪어 온 일들에 대해 서술하였다. 그는 시를 배우던 시기와 어머니를 잃었던 슬픈 시기,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뛰어다니며 놀던 시기,
학업에 매진했던 시기를 회상하였다.
또한 자신의 문학적 성향과 맞지 않아 힘들어 하던 때와 여러 번 낙방하던 때를 떠올렸다. 이렇게 방황하던 시인에게 “깨끗 한 황하(黄河清)”
즉,
행운이 따르게 되었다.
그는 과거시험에 급제하게 되었고 황제의 은총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백성들을 돌보고자 하 였다.
하지만 시인은“
먹구름(雲羅)”
의 방해로 조정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자신의 실수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된 사실을 밝혔다.
또한 그는 고상한 절조를 지니고 있지만 조정의 나쁜 세력을 배척할 능력이 없어 뜻을 이 루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신세를 나타내었다.
이 시는 사실적 묘사와 비유 수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적 묘 사가 더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
비유 수법은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사실적 표현 방법에 비해 본래의 뜻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시인은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힘든 내용들
,
주로 조정에 관한 일들은 비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내었다.
반면 사실적 묘사는 짙은 감정을 담아내지 못하 지만 현실을 마주한 시인의 무력함을 사실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 에게 시인의 처지를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다음 시는 친구들과 작별해야 하는 시인의 마음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이다
.
<도성의 여러 벗들과 작별하다(留別都城諸同志二首)>
1 對酒忽不樂, 술을 마주하다가 홀연 즐겁지 않으니 2 悵然懷別離. 이별할 생각에 속상하기 때문이라네.
3 別離結中勞, 마음속에는 이별 때문에 근심이 맺혀있어 4 眷彼長路歧. 뒤돌아 저 먼 갈림길을 바라보네.
5 苒苒郊河樹, 무성한 교외 강가 나무와 6 曖曖關門祠. 희미하게 보이는 문 닫힌 사당.
7 佇望瀟湘水, 오랫동안 서서 상강과 소수를 바라보다 8 先與秋風期. 먼저 가을바람과 만나겠지.
9 鴻雁雲中來, 기러기들은 구름 타고 돌아와서 10 噭噭使人悲. 지저귀며 사람들을 슬프게 만들겠네.
11 懷哉爾方集, 그립겠구나. 너희들과 함께할 때가.
12 悵矣予當辭. 슬프구나. 나는 떠나야 하네.
이 시는 正德 원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