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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 기회 만들기 : “맞으면은 ‘다음 문제도 풀어야겠다.’”

수학 학습동기의 촉진을 위해 첫 번째로 계획하고 실행한 것은 ‘성취 기회 만들기’였다. ‘성취의 실패’가 수학 학습동기 부진의 요인임을 발견 하는 과정에서 이미 실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기에 이를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구체물 조작 등의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처음 보는 단어가 아니라 익숙한 단어로부터 출발하며, 무리한 과제가 아니라 해볼 만한 과제를 부여하고, 자유로이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수 업을 구체화하여 실행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설명’보다는 ‘이해’, ‘실패’

보다는 ‘성취’를 경험하게 하고자 했다.

실행에 앞서 성취의 성격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성취는 교수자가 학 습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수자의 수업 계획을 통해 수업 시간 중에 성취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학습자가 성취를 경험하기 위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성취는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성취 기회 만들기’라 는 실행은 그 본질상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참여(participation)해야만, 즉 한 부분(part)이 되어야만 한다. 교수자 혹은 학습자 중 한쪽의 참여 만으로는 성취의 기회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성취 기회 만들기’를 실행했다.

먼저 나는 무게중심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는 수업에서 자신이 직 접 그림판을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고, 또 그림판의 무게중심을 찾아보는 실험을 하면서 무게중심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그리 고 이 수업이 단순한 “공작 시간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실험 중에 관찰 한 현상의 이유를 묻고, 그와 관련된 교과 내용인 삼각형의 무게중심과 연결 짓는 질문을 포함한 활동지15)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수업을 계 획하기 전에 “수업 진도”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이런 계 획과 걱정이 수업일지에 기록돼있다.

15) 부록의 ‘도형의 무게중심 실험’ 활동지 참고

오늘 무게중심 실험 수업을 진행했다. (중략) 수업 진도를 다 못 나갈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준비하기가 꽤 번거롭기도 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학기 말까지 진도 계획을 세워보고서 진도를 다 나 가기에 수업 시수가 꽤 여유있게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준 비를 하게 됐다. 출처가 된 자료를 보고 그에 맞는 활동지를 만들 었다. 글만 읽고 실험만 하고 끝난다면 공작 시간이 되어버릴 거라 고 생각했기에, 실험 중에 관찰한 현상의 이유를 묻는 질문, 그리 고 관련 개념인 삼각형의 무게중심과 연결 짓는 질문을 추가했다.

수업을 시작하고는 진도에 대한 걱정을 잊은 채 아이들과 함께 수업 을 즐겼다. 아이들은 준비물을 챙겨서 종이 상자를 자르고, 나를 불러 질 문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찾으며 수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주 즐겁고 기뻤다. 그날의 수업 장면을 수업일지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둠마다 색연필, 사인펜, 가위, 그리고 적당한 양의 종이 상자를 가져가라는 나의 말에 모둠마다 한, 두 명의 아이가 나와 준비물을 챙겨서 자리로 들어가서 친구들에게 나눠준다. 종이 상자가 잘 안 잘리는지 칼로 자르는 아이가 있다. (중략) 몇몇 아이들이 어떻게 찾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부른다. (중략) 몇몇 아이들은 압정과 실 을 이용하지 않고 여러 지점에 손가락을 대보는 시행착오를 하고 는 무게중심을 찾았다고 나에게 다가온다.

[사진 1] 무게중심 실험을 위해 그림판을 만드는 아이들

무게중심 실험 수업은 아이들이 하는 생각의 변화, 그리고 행동의 변 화를 가져왔다. 현석이와 명수는 “손으로 글자를 쓰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하니까 관심과 흥미가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또 효진이는 그림판을 만들고 그 그림판이 꾸며질 때마다 ‘뭔가 채워 지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뭔가 채워지는 느낌, 뭔가 이뤄가는 느낌, 성취감이라고 표현할만한 어떤 감정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2020년 12월에 들어서고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시간이 갑작스레 늘어났다. 비대면 수업의 특성상 무언가를 만지고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다른 활동을 포함한 수업을 계획해야 했다. 이를 위해 확률에 관한

이효진 : 아무래도 활동이다 보니까 막 그림 그리고… 저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거 좋아하거든요. (중략) 막 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미 고 그런 건 좀 좋아해서… 뭔가 그런 거 하고 있으면 꾸며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뭔가 채워지구나.’라는 느낌이 딱 드 니까…

최현석 : 어… 저번 주에 그… 무게중심 찾을 때 활동한 거, 그거, 그거 를 할 때는 재밌었어요. (중략) 네. 약간 흥미도도 생기고.

이명수 : 그… 무게중심 할 때 그냥, 단순히 그냥 손으로 쓰는 게 그, 글자를 쓰는 게 아니고, 그… 상자나 그런 걸로 직접 만들어 보고 직접 삼각형의 무게중심을 찾아보는 그런 활동들을 하니 까 약간 좀 더 관심도 생기고 흥미도도 좀 높아지는 것 같았 어요.

퀴즈 쇼 형식의 동영상을 함께 보고 동영상에서 나오는 퀴즈를 함께 푸 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을 하는 것이 갑작스레 결정되어 이에 관한 수업 계획을 급하게 세우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수업 진행 방법을 전달하는 문자가 전송되지 않아 수업 시작을 제때 못하기도 하고, 모든 학생이 퀴즈 플랫폼에 접속한 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퀴즈를 함께 푸는 데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며 겪은 시행착오가 수업일지에 고스 란히 담겨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다음 주에 하려고 계획했던 실생활 속 확률에 관해 퀴즈를 풀어보기로 계획을 급하게 변경했다. 퀴즈를 만들고 혼자서 모의로 진행을 해본 뒤에 오후 10시 37분이 되어서야 내 수업을 듣는 학생 100명에게 수업 참여 방법, 수업 계획, 포트폴리오에 관 한 안내를 포함한 문자를 발송하고 잠에 들었다.

수업 시간에 화상 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데 늦는 아이들이 유달리 많았다. (중략) 장문의 문자 전송이 원활 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의 아이들에게만 문자가 전달되는 상황들이 종종 있는 듯하다. 참 여러 가지가 방해 를 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조용반과 시끌반 모두 15분쯤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수업이 시작됐다. 모든 학생이 퀴즈 플랫폼에 접속해야 퀴즈 풀기를 시작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계속 들락날락해서 누가 접속하고 누가 접속하지 않았는지 확인이 되질 않는다. 이미 수업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마음이 다급하다. “누가 안 들어온 거야? 빨리 들어와~ 왜 나가는 거야? 나가지 마.” 일일이 확인을 할 수가 없어 서 아이들에게 묻기로 한다. “접속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잘 안 되는 사람?” 25명이 다 접속하지 않았더라도 이 질문에 답하는 학 생이 없는 것만 확인하고서 퀴즈 풀기를 시작한다. 20명 내외의 아

이들이 접속한 채로 수업을 진행했다. 접속하지 않은 아이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퀴즈 풀기가 시작된 후에는 뭘 했을까?

아이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비대면 수업의 특성상 수업 시간 중에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 는지 확인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퀴즈 플랫폼에 남겨진 기록 을 통해 학생 대부분이 하나 이상의 퀴즈에 답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또 그 수업에 관한 연구 참여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아이들이 그 수업 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그 수업이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면담에서 “문제를 맞히면 점수가 생기니까 게임을 하는 것” 같았고 “노는 기분”이 들고 “흥미로웠다고”

여러 연구 참여자가 이야기했다.

지영이가 말한 “점수”라는 것이 결국엔 ‘성취’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뭔가를 이뤄냈다는 것을 점수의 상승이라는 직접적인 지표를 통 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연구 참여자들이 점수를 자신의 성 취를 확인하는 지표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현석이, 연식이와의 면담에서

김가흔 : 그러니까 문제를 그냥 무작정 푼다가 아니라 애들끼리 다 접 속을 해서 퀴즈를 풀면서, 뭔가 노는 기분이었어요.

김서진 : 그냥 그냥 평소에 하면서 했던 수업보다는 그냥 문제 푸는 거… 이제 쓰는 거 하나도 없이 그냥 영상이랑 게임으로만 했 던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을 하면 되게 뭔가 조금 더 훨씬 흥 미로웠던 것 같아요.

윤지영 : 그게 조금 게임 같은 거잖아요. 문제 맞히면 점수가 생기니까.

그래 가지고 게임 하는 거 같아서 재밌었어요.

분명히 드러난다.

현지는 퀴즈 수업을 돌아보며 “성취감이 느껴졌다.”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교과서 문제를 풀었을 때는 성취감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 데, 퀴즈를 맞혔을 때는 성취감이 많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마 점수라 는 직접적인 지표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무게중심 실험 수업과 퀴즈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동안 나와 연 구 참여자는 성취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는 수

박현지 : 긴장이 풀리면서 다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거 같고 어떤 한 문제를 맞혔을 때, 성취감? 같은 게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중 략) 평소에 수업할 때는 각자 교과서를 풀면서 이렇게 막 하 잖아요? 근데 교과서 문제를 그냥 푸는 거는, 풀었을 때 성취 감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데 그렇게 게임 형식으로 해서 하 니까 다른 친구들은 어떤 답을 선택했는지도 알 수 있고…

최현석 : 퀴즈 같은 거는 제 스코어도 알 수 있고, 제 순위도 알 수 있 고 해가지고 약간 좀 더… 어 경쟁심이라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어서 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연구자 : 그러면 왜 재밌는 걸까? 친구들이랑 같이 뭔 경쟁을 하면?

최현석 : 제가 친구는 얼마나 했고, 나는 얼마나 얼마나 했고 하는 것 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뭔가 어…

김연식 : 친구들하고 같이 경쟁하듯이 문제를 풀 때 좀 즐거웠던 것 같 아요.

연구자 : 그렇게 하는 게 왜 즐거웠을까?

김연식 : 점수가 높을수록 애들끼리 경쟁할 때 자기가 좀 더, 자기가 많이 맞췄다고 자랑하고 그래서 좀 재밌었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