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담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VNR 제출을 계기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사 회로부터 VNR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지표 구축과 관련한 다른 선택 지로서 VLR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직 북한이 VLR을 준비하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VNR이 전 국토가 조사대상이라면 VLR은 도시나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덜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고, 도시 또는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공간 안에서 지표 구축 노하 우를 집중적으로 전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여기서 VLR을 시행할 대상지 선정을 두고서 북한은 크게 두 가지 선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수도 평양처럼 북한의 타 지역보다 발전된 곳을 대상지로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VLR을 SDGs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목적보다는 대내, 대외적으로 체제선전의 기회로 삼고, 또한 북한 의 열악한 내부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정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열악한 도시나 지역을 선택한 경우로 국제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목적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두 가지 선택 중에서 반드시 후자를 선호할 필요는 없으며, 한국사회에서 대상지 선정을 둘러싼 과도한 논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VNR은 북한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북한 내부의 도시 및 지역 간 차이가 간과되고, 북한을 일괴암(一魁巖) 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론적 국가주의가 나타난다. 따라서 방법론적 국 가주의를 벗어나야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어느 지역이 되었든 지 북한의 도시/지역 스케일 상에서 데이터를 확보, 구축하려는 시도 는 상당한 의의가 있다. 설사 체제선전의 의도로 읽힐 수 있는 평양이 선정되더라도 평양에는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주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입장에서도 조사의 출발점으로 평양이 수월하며, 평양 이 지방에 비해 발전되었다고는 하나, 평양 내부에서도 사회공간적
계층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의 체제선전에 대한 목적만을 이유로 VLR의 대상지에서 평양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68)
둘째, 남북한의 공간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북한의 SDGs 이행에 접목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섬세한 논리와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 하다. 방법론적 국가주의는 국가 아래 스케일의 역동성을 간과한 것과 더불어 국가와 국가 간에는 명확한 경계가 형성되어 있고, 그러한 경계 를 가로지르는 역동성을 간과하는 것도 가리킨다. <그림 Ⅱ-3>은 국제 사회를 국가들의 집합이며, 국가 간 명확한 경계가 그어져 있는 것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그림 Ⅱ-3>의 ‘Developed region’은 공여국에 해당하고, 나머지 는 수원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인식 틀을 따르면, 한국은 공여국, 북한 은 수원국 범주에 속한다. 전형적인 ‘공여국(제1세계)-수원국(제3세 계)’의 이분법적 구도에서는 원조를 받은 수원국에서 발생하는 효과 (경제발전, 복지개선 등)는 수원국에 한정되며, 수원국으로부터 원거 리에 위치한 공여국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 것으 로 간주된다.69) 하지만 남북한은 <그림 Ⅱ-3>에 깔려 있는 이분법적 인식과 달리, 공여국과 수원국이 떨어져 있지 않고, 한반도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정치, 사회, 문화, 생태적으로 상호 긴밀히 얽혀져 있다. 이러 한 남북한의 상호연계성에 대한 이해에 기초하여 북한의 SDGs 이행과 한국 정부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한국국제협력단은 국내 지자
68) 황진태, “‘평양의 강남’은 어디인가?,”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26권 3호 (2020), pp. 245~259; 황진태, “대기오염물질 월경에 의한 북한의 코로나 감염 가능성 및 남북한 공동대응,”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21-25, 2021.9.28. pp.
6~7.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
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625520> (검색일: 2021.12.5.).
69) 물론 공여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 효과는 있을 것이다(이진수‧지상현, “한국 공적개 발원조의 지정학적 담론,” 한국경제지리학회지 제19권 1호 (2016), pp.
143~160).
체의 공적개발원조의 지원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역국제개발협력센터 를 설립하고, 지자체들도 공적개발원조 참여에 관심이 높다는 사실은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경기도, 강원도를 중심으로 산림으로 연결된 남북한의 공간적 특성과 두 지자체의 대북 산림사업 참여경험을 활용 하여 북한의 SDGs 이행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70)71)
<그림
Ⅱ-5> 산림(목표 15)과 다른 SDGs와의 연계성
출처: 지속가능발전포털 <ncsd.go.kr> (Accessed December 10, 2021).
70) 권상철‧고은경,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지방정부: 공적개발원조(ODA)의 발 전방안과 제주도 사례,” 한국지리학회지, 제9권 3호 (2020), pp. 587~608.
71) 권상철, “북한의 효과적인 SDGs 이행 & 북한 특구 실정 및 향후제안” (통일연구원 서면 자문회의 자료, 2021.12.13.); 나용우 외,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평가 지표와 발전방향 (서울: 통일연구원, 2019), pp. 21~48.
본 연구는 북한의 효과적인 SDGs 이행을 위하여 북한의 국가 및 지역에 대한 공간적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북한의 SDGs 이행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간전략의 필요성을 제언하고 자 한다. 특히 SDGs 중에서 목표 15(육상생태계 보전)의 실현과 관련 된 산림 부문을 주목한다. 산림 부문은 산림황폐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자연재난(홍수, 가뭄 등) 방지, 과실수 경작을 통한 소득창출 효과, 이산화탄소 흡수 등을 통해 SDGs의 다른 목표들(목표 2(식량안보 및 지속가능한 농업 강화), 목표 13(기후변화대응) 등)의 달성과도 긴밀히 연계된다(<그림 Ⅱ-5>). 또한 대북제재 하에서 인도적 성격(산림 병해 충 방제, 종자와 묘목 지원)이 강한 산림 부문은 지정학적 영향으로부 터 벗어나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용이하다. 본장에서는 북한이 SDGs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한국 정부가 SDGs를 통하여 남북협력을 재개할 필요성을 환기했다면, 다음 과제는 보다 구체적으 로 어떤 지역에서 목표 15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특구를 통하여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특 구전략을 시도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북한의 특구전략에 대한 내재적 이해를 바탕으로 Ⅲ장에서는 산림특구 전략의 추진 가능성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