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 조직, 구성한 교육 콘텐츠는 결국 본교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교수자의 일방적인 설계만으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종 강의안이 완성되기 이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시범 수업을 준비하고 실시하였다.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호서대학교의 수월성 교육 프로그램인 벤처프론티어 교과과정에 재학 중인 1학년 학생 15명으로서, 강의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본교의 상황을 학생 의 입장에서 대변하기에 충분한 리더십 및 표현 능력이 있으며, 강의 결과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가장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는 특성을 고려하였다.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90분간 시범 강의 및 평가를 진행하였다.
강의의 내용은 전체 강의 계획안에 대주제로 설정되어 있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주제별 특강 형태로 이루어졌다. ‘죽음’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하여 ‘자연과학에서 바라보는 죽음’, ‘인 문학자가 설명하는 인간의 죽음’,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죽음’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다루게 되었다. 각 주제별로 약 20분 정도의 강의가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졌으며, 강의 시작 전 약 5분 간 강의 설강의 의미와 특성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강의 후 25분 동안 강의 평가를 위한 협의회를 진행하였다. 시범 강의의 전체적인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그림Ⅰ-2] 시범 강의 진행 개요 및 강의 장면
22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
24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
[그림Ⅰ-3] 시범 강의 1부: 강의 개요 설명(슬라이드 20매)
[종료 여백]
[그림Ⅰ-4] 시범 강의 2부: 노화와 죽음의 생물학적 이해(슬라이드 11매)
26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
[그림Ⅰ-5] 시범 강의 3부: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슬라이드 16매)
28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
[그림Ⅰ-6] 시범 강의 4부: 정보화 사회에서의 죽음―디지털 죽음(슬라이드 12매)
이상의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약 수업을 진행한 후 수업 설계, 수업 내용, 수업에 대한 인상 등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토론식 평가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루어졌는데, 학생 반응을 유형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수업에 대한 공감대 표명・긍정적 반응 정리
•학문의 융합적 시각, 사고에 대해 좋은 브레인스토밍이 되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 엇보다 내 머리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관심과 흥미를 느꼈다.
•인간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새롭게 음미해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죽음’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지만 강의 계획을 보니 우리가 태어나서 살고 죽는 아주 기본적인 주제들인데 이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기획이 좋았다.
•다양한 얘기를 들어 유익하고 유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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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의 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내 전공이 아닌 다양한 학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도 많은 학생 들이 이 수업을 통해 융합적 통찰을 얻으면 좋겠다.
•새롭고 재미있었다. 사람이 죽은 뒤의 반응은 누구도 나에게 알려준 준 것도 본 적 도, 그렇다고 내가 직접 찾아본 적도 없었다. 또 가상의 죽음을 뜻하는 디지털 죽음 이라는 개념도 처음 접했다. 신선하다는 느낌이 나에게는 가장 컸다.
•인문학에서 말하는 죽음 얘기가 재미있었다. 특히 유학에서 3대 제사를 모시는 이유 를 ‘기(氣)’의 모임과 흩어지는 시간성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강의를 들으면 서, 인문학의 사고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근거와 논리, 논증을 이야기하는 과학적 사 고와 서로 맞닿고 한편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가 인간의 삶과 관련된 것이어서 더 멋있고, 뭐랄까 더 철학적이었다. 나는 디 지털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공학에서도 생각보다 훨씬 더 인간 일상의 문제 를 다룬다는 것에, 또 법적 문제나 산업 전반의 문제에도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다.
•내 생각인데, 나중에 이 강의들을 교육방송(EBS) 같은 데에서도 기획해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강의처럼 촬영, 제작해서 방송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학교의 교수님들이 이렇게 멋진 얘기를 함께 준비하셨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② 수업에 대한 비판적 인식 표명・부정적 반응 정리
•강의 주제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나는 주제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오늘의 강의 주제가 나에게는 좀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 같다. 우리도 잘 알 수 있을 만한 사례도 많이 보여 주고, 그 결과로 우리 일상이 바뀐 것이라든지 재미있는 에 피소드라든지, 그런 것들도 알려주면서 우리의 일상 중심의 얘기가 더 다루어진다 면 좋겠다.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인데, 나로서는 오늘 이야기한 자연과학, 공학
에서 나온 이야기나 용어 중 일부는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냥 이과 이야기라고 하면 일단 내가 잘 모를 것이라는 내 선입감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융복합적 사고를 배우는 것’과 ‘다각적(다원적) 시각을 배우는 것’은 서 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수업은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융복합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어떤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을 소개하고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알려주려고 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완성될 수업의 전체 모습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수업의 흐 름은, [A: 과학(죽음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B: 인문학(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접 근)]=[C: 융합형 공학(죽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등장)] 이런 식의 의도된 방식처 럼 느껴졌다. 원래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맨 앞에 알려주신 강의 계획을 보니 자연과학 분야에서 한 주, 인문학 분야에서 한 주, 공학 분야에서 한 주 이런 식으로 따로따로 진행하는 것 같은데, 가능하다면 강 의의 흐름을 이렇게 나누지 말고 한 주 강의 안에서 각 학문 분야의 생각의 차이를 알 수 있는 강의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현황을 보면 이과 전공은 다 아산에 있고, 문과 전공은 주로 천안에 모 여 있다. 또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준이나 학업 동기 등을 고려하면 수업 의 기대 효과나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수업의 대상을 어떻게 잡을지, 어떤 수강생들로 구성해서 진행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수업에서는 전공 분야가 다른 세 분의 교수님이 각각 준비해 오신 강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강의계획안에는 토론도 있고 프로젝트 발표도 있는 것 같은데, 이 계획에 있는 것처럼 학생들 사이의 토론이나 같이 공부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할 것 같다.
③ 수업에 대한 환류, 수업 개선을 위한 요청과 이에 대한 연구진의 답변 정리 [수업의 내용과 목표에 대한 토론]
•앞에서 나온 의견 중에 이 수업이 ‘융복합적 사고나 융복합적 문제 해결’을 알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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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수업 방식인 ‘융합을 위한 학문 간 시각의 차이’를 소개해 주고 보여주는 지금의 강의안이 좋다.
•나는 앞의 의견과는 반대의 입장이다. 나는 이 수업이 가급적 융복합의 사례를 중심 으로 해서 실생활에 닿는 흥미를 끌만한 주제를 가지고 강의 내용을 구성하면 좋겠 다. 우리가 융복합하면 딱 떠오르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사례들이 있었는데 그 뒷이 야기라든지 누군가 떠올린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든지 그게 세상에 얼만큼 영향을 미 쳤는지 그런 것들을 강의 내용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 연구진 : 우리 수업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고 의미 있는 의견을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융합 같은 것을 강조하고 이것을 주제로 다루는 수업들이 있었지만, 융합의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든지 융합을 위한 각 학문 영역의 노력을 알려주는 강의들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수업은 그러한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융합 의 결과물들만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언젠가 여러분들이 융합적 사고 를 해야 할 때 여러분이 다니는 전공의 바탕 위에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 통하고 포용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교양 강좌를 통해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정한 이 강의 제목이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이다. 만남 그 자체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뜻이 담겨 있다.
[수업의 대상에 대한 토론]
•다가오는 미래 시대가 융복합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 다. 그래서 이러한 수업은 우리 학교를 위해서, 또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필수적이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수업을 1학년들을 중심으로 해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그 반대의 생각이 드는데, 교수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삶을 이해하는 다양한 학문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학년으로는 사실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에 대한 지식이 좀 갖추어지고 자기 전 공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3학년 정도가 이 수업을 수강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