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시 감상 과정에서 정서적 문식성 실행의 원리

면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성찰과 표현에 대한 고민은 타자를 염두에 둔 행위로, 학습자로 하여금 시 감상이 자기표현임과 동시에 타자와의 소통을 전 제로 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게 할 수 있다.

2. 시 감상 과정에서 정서적 문식성 실행의 원리

앞서 시 감상에서의 정서적 문식성의 개념을 ‘텍스트의 정서적 상황을 적 절히 인식하고, 시에 표현된 타자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와의 관계 속에서 자 신의 정서를 이해하며, 자신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정서적 반응을 성찰하는 능력’이라 정의한다면, 시 감상 과정에서 실행되는 학습자의 정서 적 문식성은 크게 텍스트 정서 인식의 차원, 타자 정서와 자기 정서에 대한 심층적 이해의 차원, 성찰 및 표현의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는 매튜가 정의한 정서적 문식성의 다섯 가지 영역(자신의 기분을 아는 것, 공감의 감각을 가지는 것,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 감정적 손상을 복 구하는 것, 그리고 이것들의 상호작용)26)과, 샐로비 & 메이어(Salovey &

Mayer), 골먼(D. Goleman)이 제시한 정서 지능의 다섯 영역(자신의 감정 인식 하기, 감정 관리하기, 동기부여하기, 타인의 감정 인식하기, 관계를 잘 풀 기)27)의 틀에 기반하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텍스트를 경유하는 시 감상 과정에서 초점화될 수 있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구분한 것과도 같다.

한편 이러한 체계는 반드시 선형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며, 지속적인 시 감상 과정에서 상호 개입하여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를 최초로 접 할 경우에는 정서 인식 작용이 선행할 수 있으나, 학습자의 실제 감상 과정에 서는 정서를 심층적으로 이해한 후 다시 이 정서를 나타내는 정서 표지의 발 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정서 이해 과정에 대한 성찰이 그 이해의 결과를

26) Brian Matthews, 앞의 책, 2006, p.43.

27) Daniel Goleman, 한창호 역, Emotional Intelligence, 『감성지능』, 웅진지식하우스, 2008, pp.176~177.

수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절에서는 이러한 텍스트 정서 인 식의 차원, 타자와 자기 정서의 심층적 이해의 차원, 성찰 및 표현의 차원에 서의 정서적 문식성의 실행 원리를, 예술작품의 감상에 대한 하르트만(N.

Hartmann)의 이론에 근거하여 텍스트의 표현된 정서 인식, 주관적 정서 이해 를 위한 소통, 정서 내면화를 위한 반응 성찰로 체계화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1) 시 텍스트의 표현된 정서 인식

시를 읽는 과정에서 독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일은 바로 시 텍스트 자체 를 ‘읽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 내의 정보들에 대한 일 차적인 발견을 의미하는데, 이 텍스트 내의 정보들은 시인이 자신이 전달하고 자 하는 바를 객관화하여 시적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것들이다.

이는 ‘예술작품이란 정신적 내용이 객관화를 통해 대상성으로 드러난 것’28) 이라고 보는 하르트만의 견해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때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 는 바, 즉 시에 담긴 정신적 내용이란 그 내용을 담고 있는 언어와 같은 실재 적 질료와 비교하여 비실재적인 것29)으로서, 시에서는 시에 담긴 정서와 그 정서를 유발하는 타자의 심적 경험, 대상에 대한 가치적 평가와 지향, 개인적 의미30) 등이 될 수 있다.

하르트만에 의하면 예술작품은 크게 두 개의 계층을 가지는데, 하나는 질료 적이고 감성적인 형성체이며 실재적 성격을 지니는 전경(前景)이고, 다른 하 나는 정신적 내용이자 비실재적 성격을 지니는 후경(後景)이다. 전경은 감상

28) Nicolai Hartmann, 김성윤 역, Ästhetik, 『미학이란 무엇인가』, 동서문화사, 2017, p.92.

29) 하르트만은 비실재적인 정신적 내용이 ‘정신적’이라는 용어에 의해 관념적인 어떤 것 으로만 파악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후경(정신적 내용)이 반드시 사상적이거나 이념 적인 것, 즉 관념적인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되며, 단지 ‘듣고 읽고 이해하는 의식 속 에 표상된 내용’으로 나타난다는 것만이 정신적인 내용의 존재형식으로 충분하다고 말 한다. 따라서 시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표상되는 정서 역시 포괄적인 의미로 정 의된 정신적 내용에 포함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위의 책, p.99.

30) 이들에 대해서는 이하 “개인적 특성”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자가 예술작품을 접할 때 먼저 접하게 되는 물질적이거나 감각적인 질료 자체 (회화의 경우 화면, 문학의 경우 언어 등)를 의미하며 후경은 그러한 전경을 통해 감상자가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즉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의미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경과 후경의 상호 연결은 객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데, 다시 말해 객관화란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적 내용인 후경이 질료인 전경 을 통해 대상성으로 드러나는 것이다.31) 시에서의 정신적 내용이라 할 수 있 는 정서는 언어를 통해 객관화된 형태로 제시된다. 그런데 회화나 음악은 그 것이 담고 있는 정신적 내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시의 경우 정서 가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는 점에서 후경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경과 관련을 맺 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서 어휘나 정서적 상황의 발견을 통해 시의 후 경인 정서와 타자의 심적 현상을 보다 덜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학습자가 일차적으로 텍스트 표면에 드러난 정서적 정보를 발견한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심미적 관조32)가 완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 다. 요컨대 텍스트에 객관화된 정서를 단순히 발견하는 것은 심미적 관조의 출발이 될 수는 있으나 감성적 관조를 뛰어넘는 2차적 관조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대상에 심층적으로 접근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심미적 관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심미적 관조에 대해서는 이후 2항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예정이 다.

시 텍스트를 읽는 독자인 학습자는 시인이 객관화를 통해 전경에 제시한 정 서적 정보들을 인식함으로써 시의 정신적 내용인 정서와 타자의 심적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이때 시를 창작하는 시인의 관점만을 고려한다면 시에 잠재되어 있는 정서에 대해 ‘객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시의 감상 과정은 이미 표현된 정서를 학 습자가 다시 추론하며 재구성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학습자가 이해하는 정서 는 시인이 본래 객관화한 정서를 반드시 따라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본 연구

31) Nicolai Hartmann, 앞의 책, 2017, p.92.

32) 심미적 관조는 1차적인 감성적 관조와, 이를 뛰어넘는 2차적 관조-한 풍경 속에서 어떤 감각 감정을 발견하며 한 인간에게서 어떤 심적 자세나 고민 등을 발견하는 것-의 관계 맺 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위의 책, pp.25~26.

에서는 이후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전제된 것으로서의 정서’로 읽힐 수 있 는 ‘객관화’ 보다는 ‘잠재적이면서 구성되는 것으로서의 정서’를 의미하 는 ‘표현된’정서로 나타내고자 한다. 이처럼 텍스트에 표현된 정서를 인식 하는 일은 학습자가 텍스트를 마주한 후 그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형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으로, 정서적 문식성의 요건 중 감정과 관련된 정보들을 활용하는 것과 관계된다. 또한 학습자가 시 텍스트를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객관화된 정서의 인식이 심층적인 정서 이해의 출발점이 되지만, 앞 서 언급하였다시피 심층적인 이해의 결과 새로운 정서 인식이 일어나는 경우 도 가능하다. 타자와 자기의 정서에 대한 합리적 추론과 깊이 있는 이해가 이 루어진 결과로 그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서 어휘나 잠재적인 정서 표지를 발견하는 경우, 재구성된 정서적 상황이 더욱 구체화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이처럼 학습자가 시 텍스트의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활용하여 시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텍스트에 드러난 정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텍스 트 문면에 드러난 충분한 정서 어휘, 이미지, 선행 지식, 관련된 경험 등이 필요하며, 이들이 학습자의 상상력이라는 매개를 통해 종합될 때 시적 상황이 구체적으로 재현될 수 있다. 학습자가 정서 표지를 발견하거나 텍스트 인용을 통해 정서를 인식하는 경우는 학습자의 내면보다는 텍스트 조건에 따라 활성 화되기 쉬우며, 상황을 재구성하여 정서를 유추하는 경우는 학습자의 내면에 서 상상력을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일 수 있다.

학습자가 텍스트의 정서를 일차적으로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관련 된 정보들, 즉 정서 어휘, 이미지, 선행지식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 등을 포 착하도록 하거나, 상상력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정서적 문식 성이 언어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정서 어휘의 발견은 학습자의 정서 인식에 가장 기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어는 감정 의 이해에 있어 개인적인 차이를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학습자가 알고 있는 정서 어휘가 많을수록 더 쉽게 서로 다른 정서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됨으 로써 정서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학습자가 텍스트에 표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