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소비규모 증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소비 증가로 인해 동북아 시아(이하 동북아라 함)는 세계 에너지소비의 중심 지역으로 부상 하였다. 중국․일본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3국의 에너지소비
량은 1990년까지만 하여도 세계 전체 에너지소비의 14%를 점하였
으나, 이제는 세계 전체 에너지소비의 23%를 점하게 되었다. 반면 에 전통적인 에너지소비의 중심 지역이었던 미국과 유럽 지역의 소비비율은 같은 기간 중 각각 24%에서 21%로, 22%에서 18%로 낮아졌다(<표 Ⅳ-1> 참조). 동북아의 에너지 소비규모는 2003년부터 유럽의 소비규모를 추월하였고, 2006년부터 미국의 소비규모를 추 월하였다. 동북아 국가별 에너지 소비규모의 세계 순위는 중국이 미국에 이어서 2위, 일본이 3위, 우리나라가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의 석유 소비규모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석탄을 주종으로 하고 있어서,49) 동북아 지역이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석유소비 비율은 총 에너지의 비
49) 중국의 2008년 총 에너지소비 중 석탄이 70.2%이고 석유는 18.8%로, 석유의 비중 이 세계 평균인 34.8%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석유가 주 에너지 원이며, 같은 해 석유소비의 비중은 각각 43.7%, 43.0%로 세계 평균 비중을 상회 한다(BP(June 2009)).
구 분 1990년 1995년 2000년 2005년 2006년
동북아
중 국 26,999 34,851 37,179 66,803 73,808
일 본 18,723 21,000 22,433 22,743 22,786
한 국 3,842 6,361 7,891 9,226 9,447
합 계 49,564
(14.3)
62,212 (17.0)
67,503 (17.0)
98,772 (21.4)
106,041 (22.5) 미 국 84,652
(24.3)
91,173 (24.9)
98,975 (24.9)
100,506 (21.8)
99,856 (21.1) 유 럽 76,379
(22.0)
76,882 (21.0)
81,531 (20.5)
86,184 (18.7)
86,422 (18.3)
전세계 347,655 365,598 397,931 462,060 472,274
<표 Ⅳ-1> 동북아 3국의 에너지소비
(단위: 1조(1012) Btu)
주: ( )안의 전세계 소비 대비 비율(%)
자료: EIA(www.eia.doe.gov) 자료에 의거하여 작성
구 분 1990년 1995년 2000년 2005년 2007년
동북아
중 국 2,296 3,363 4,796 6,695 7,565
일 본 5,316 5,700 5,512 5,324 5,007
한 국 1,048 2,008 2,135 2,191 2,214
합 계 8,660
(13.0)
11,701 (15.8)
12,443 (16.2)
14,211 (16.9)
14,786 (17.2) 미 국 16,988
(25.5)
17,725 (25.3)
19,701 (25.7)
20,802 (24.8)
20,680 (24.1) 유 럽 14,694
(22.0)
15,389 (21,9)
15,914 (20.7)
16,423 (19.5)
16,077 (18.7)
전세계 66,689 70,133 76,712 84,005 85,897
<표 Ⅳ-2> 동북아 3국의 석유소비
(단위: 천b/d)
주: ( )안의 전세계 소비 대비 비율(%)
자료: EIA(www.eia.doe.gov) 자료에 의거하여 작성
율에 비해서는 낮지만, 그 비율이 17%를 넘어섰다. 동북아 3국의 석유 소비규모는 아직 미국의 소비규모 보다는 적지만 유럽지역의 소비규모에 근접하였다(<표 Ⅳ-2> 참조). 국별 세계 순위는 중국이 2위, 일본이 3위, 우리나라가 7위이다.
동북아 지역이 세계 에너지 및 석유의 소비 중심지로 부상하였지 만, 역내 부존 에너지원이 부족하여 소요되는 에너지를 역외에 크 게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석유의 경우, 일본․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2․3․4위의 수입국이 동북아 지역에 밀집해 있다.
중국은 국내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나, 일본과 우리나라는 소요 원유의 거의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원유의 수출 국이었던 중국도 경제성장으로 인해 국내 석유수요는 급격히 증가
0 2000 4000 6000 8000 10000 12000 14000 16000 18000
1993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 2007 2009 2011 2013 2015 2017 2019 2021 2023 2025 2027 2029 0 10 20 30 40 50 60 70 80
생산 소비 수입비중
천b/d %
[그림 Ⅳ-1] 중국의 석유 수입수요
자료: 실적은 BP(June 2004)․(June 2009), 전망은 EIA(May 2009)에 의거하여 작성
하는데 비해 원유생산은 정체되어 1993년부터 석유의 순수입국이 되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의 석유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2000년에서 2008년까지의 기간 중 수요증가분이 323만b/d에 달하
였는데,50) 이 물량이 모두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입수요 증가로 이 어졌다. 중국의 원유수입 비중은 2008년 53%이지만, 석유수요의 지 속적인 증가에 따라 그 비중은 2020년에 69%, 2030년에 73%로 높 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림 Ⅳ-1]).
여기에 더해, 동북아 3국의 원유수입은 정정이 불안한 중동지역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원유의 공급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2008년 중동원유 수입비중은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86%를 넘고 있
으며, 중국이 50% 정도이다(<표 Ⅳ-3>). 중국의 중동원유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중국의 정제시설이 중동산 고유황원유 처리 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수송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산
구 분
중 국 일 본 한 국
물량 (천b/d)
비율 (%)
물량 (천b/d)
비율 (%)
물량 (천b/d)
비율 (%)
중동 1,795 50.1 3,633 86.9 2,041 86.3
아․태 100 2.8 282 6.7 232 9.8
아프리카 1,081 30.2 123 2.9 27 1.1
유럽․미주 492 13.7 142 3.4 64 2.7
전세계 3,583 100.0 4,180 100.0 2,364 100.0
<표 Ⅳ-3> 동북아 3국의 원유수입(2008년)
자료: Energy Intelligence(February 9, 2009), p.5.
50) 이 기간 중 세계 석유수요는 832만b/d가 증가하였으므로, 중국의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대한 기여도는 무려 38%에 이른다(BP(June 2009)).
저유황원유를 많이 수입하여 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신설 또는 확장되는 중국의 정제시설은 고유황원유 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어서 중국 원유수입의 중동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동북아 국가들의 역외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수요 증가와 에너지 수입지역 편중으로 공급구조가 취약해지면서, 석유를 비롯 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동북아 국가들 모두에게 중요한 국가 적 과제가 되었다.
나. 국제 에너지정세 변화
동북아 국가들에게 에너지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지 만 국제 에너지정세는 해외에서 에너지를 도입해야 하는 국가들에 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정세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변화는 또다시 부상한 자원민족주의의 경향이다.
과거 1970년대의 자원민족주의는 세계열강에 의한 식민지배 또는
제국주의의 영향으로부터 산유국의 독립과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 한 것으로, 자국의 경제 및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이데올로기적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의 고유가와 더불어 대두된 새로운 자원민족주의는 이데올로기적 측면보다는 자원보유국들이 부존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여 자국의 수익 배분 몫을 증 대시키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실용적 목적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부연하면, 고유가 상황에서 자원보유국들은 사회적 비용 지 출 및 경제개발에 요구되는 재원확보를 위해 국제석유회사들(IOC) 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미 좌파정권
산유국들에서는 유가가 상승하자 1990년대에 추진한 에너지산업에 대한 민영화가 국부의 해외 유출만 초래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원보유국들은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확보하기 위 한 수단으로서 자국 국영 에너지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자원보유국들은 자산의 몰수나 전면적인 국유화 조치보 다는 계약내용의 변경과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 부존자원을 통 제하고 정부 수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51)
새로운 자원민족주의의 대두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부문의 투자 감소와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자원민족주의는 IOC의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하여 투자의 부진을 가져오 므로 공급이 감소하여 장기적으로 고유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들(NOC)은 IOC에 비해 기 술이 부족하고 운영 효율성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므로 IOC의 석유 자원에 대한 접근 제한은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생산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원보유국들의 자원판매수입이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여유 공급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자원가격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자원민족주의 경향에 더하여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중국의 등장은 일본과 우리나라 등 에너지 도입국들 사이에 더 치열한 경 쟁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석유회사(CNPC 사, Sinopec사, CNOOC사)와 함께 해외 석유회사의 인수와 지분 매입, 생산유전의 매입 등에서 매우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51)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이달석(2007. 8.31)을 참고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의 해외 시장 진출에서 입찰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등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 국은 에너지 전략의 하나로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상외교 등 쌍무관계 중심의 적극적인 외교 전 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자원 보유국이 대부분 개 발도상국가임을 감안하여 과거의 ‘제 3세계 외교’ 대신 ‘개발도상국
(發展中國家) 외교’를 강조하면서 이들과의 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석유회사들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국제 에 너지시장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 역 시 미국의 견제 또는 미국과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는 2005년 6월에 CNOOC사가 추진한 미국 석유개발회사 유노칼
(Unocal)사의 인수가 미국 의회의 반대로 인해 좌절된 사건이다.52) CNOOC사의 유노칼사 인수 실패는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이른바 ‘중국위협론’이라는 미국 내의 정서를 반 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미국 의회에서는 CNOOC의 유노칼 인수에 대해 ⓛ 국가안보상의 위협 가능성, ② 미국 멕시코만 심해 유전 개발기술의 군사적 목적으로의 전용 가능성, ③ 유노칼사가 보유한 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에서의 석유자산을 중국이 지 배함으로 인한 미국의 아시아 에너지정책에 대한 영향력 저하, ④ 중앙아시아 BTC(Baku-Tbilisi-Ceyhan) 파이프라인의 이권 일부를 중국이 취득함으로 인한 미국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저하, ⑤ 미국경제의 상징인 석유산업에 대한 중국의 시장지배력
52) 유노칼사는 2005년 8월 10일 셰브런(Chevron)사가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강화에 대한 우려 등 여러 관점이 제기되었다.53)
다. 대륙붕 유전개발을 위한 각국의 전략 강화
동북아 국가들에서 석유소비의 역외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국 제 에너지시장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
중․일 3국은 모두 자국 연안의 해양유전 개발을 위한 전략을 강
화하게 되었다.
중국은 석유소비 등 에너지소비가 급증하자 이를 충당하기 위해
‘조우추취(走出去: 밖으로) 전략’의54) 일환으로 해외유전개발을 위한
투자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해상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중국이 육상유전 개발에 비해 해상유전 개발을 강화하게 된 것은 육상유전의 생산량이 감소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중국 원유생산의 거의 절반 정도가 북동부의 다칭(大慶)유전과 북부의 셩리(勝利)유전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두 유전은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르러 생산이 정체 내지 감소 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중 국은 상류부문에 대한 시장개방을 통해 탐사․개발․생산을 확대 하는 등 CNOOC를 중심으로 해상유전으로부터의 생산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중국해에서 중․일 간의 유전개발 분쟁도 이렇게 중국이 해양에서의 유전개발 전략을 강화하면서 본격화되 었다고 볼 수 있다.
53) オイル․リポ一ト社(2005. 9.19)
54) ‘조우추취’ 전략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파생된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1998년에 수립․발표되었다. 주요 내용은 자원개발 해외투자, 시장개척 해외투자와 첨단기술연구개발 해외투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자원개발 해외투자는 해외 자원의 원활한 확보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