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보조양육자에서 주양육자로의 역할이 변화되면서 손 자녀를 양육하는 경험을 통해 은퇴자로서 했던 고민들, 양육과 관
련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할아버지로서 어떤 삶의 의미를 찾았는지를 서술하고자 한다.
1) ‘애를 안 봤으면 내가 더 힘들었을 거야’
손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자신의 상당부분의 시간을 손자녀에 게 투자하여 손자녀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으 로 고되고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양육을 한다는 행 위만 놓고 봤을 때에는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은 퇴를 앞두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 는 은퇴자에게는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나도 그 때 사실은 막 60대... 막 60될 때까지 그때까지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조금 인제 학교에서 빨리 예상보다 빨리 퇴직을 하게 되면 서 마음 속에 갈등이 굉장히 많았거든.
그러나 김철수에게 있어서 외손녀에게 헌신하며 매달리는 삶은 오히려 은퇴자로서의 시름과 고민을 잊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외 손녀를 주양육자로서 헌신적으로 돌보게 된 것은 자신이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바쁘게 손자녀양육에 몰두하다 보니 은퇴자로 서 고민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내 자신을 돌아보고 뭐 어떤 신세를 어쩌고 저쩌고 할 틈이 없는게 손녀하고 같이 사는 데 매달리다 보니까 내 문제는 어느 순간에 잊 어버려. 진짜 그게 신기했더라고. 만약에 니가 안 아프고 내가 손녀를 안 봤다고 그러면은 내가 정신적으로 내가 많이 힘들었을거야.
은퇴자로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은 할아버지로서 손자녀 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경제적인 활동 의 단절과 재진입의 어려움 속에서 가정세계에서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은퇴자로 하여금 직업세계와의 단절에 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정세계에서의 적응을 하는 데 도움 을 준다.
2) ‘애가 나를 제일 좋아하잖아’
김철수는 외손녀가 자신을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이 주양육자로서 아이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자신의 모든 필요 를 채워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을 제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외손녀가 나를 제일 좋아하잖아. 내가 주양육자니까. 애들은 누가 자기한테 필요한 거를 해 주는지 금방 알거든. 내가 원래 주양육자가 아닌데...뭐 상 황이 그러니까...애가 자기한테 필요한 거를 해 주는 사람을 제일 좋아해.
자신이 사실은 보조양육자로서의 역할만 하면 됐었는데 부인의 타지역에서의 경제활동과 딸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주양육자의 역할을 떠맡게 되면서 외손녀가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는 것에 고 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외손녀의 그러한 반응이 자신이 열심히 외 손녀를 양육한 것에 대한 하나의 ‘보상’으로 생각했다.
손자녀가 할아버지를 생각해주고 좋아하는 마음은 손자녀를 양 육하는 ‘할아버지’로서 양육을 잘 해오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를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할아버지를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을 제일 좋아하는 손자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3) ‘손녀하고 노는 건 일이 아니라 힐링이야’
김철수는 은퇴 이후에 외손녀를 돌봐주면서 외손녀가 어린이집 에 가 있는 낮 시간에는 개인 사무실을 마련해서 그곳에서 노인에 대한 책, 노인의 손자녀 양육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 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외손녀를 돌봐주려면 자신 이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서 외손녀를 돌봐 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 만의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게 손녀를 키우면서 내가 외부활동을 스스로 많이 제약을 당하는 거. 예 를 들면은 다른 지역을 멀리떨어진 데 가서 1박2일이나 2박3일 자료 조사 를 해야 되는데 애를 봐줘야 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전혀 못하니까 그게 이제 좀 제약이고 아쉬운 경우이기는 한데...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김철수에게는 손녀를 봐 주는 시간이 일 을 못하거나 공부를 못 하는 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외손녀를 돌보는 일이 한 편으로는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 은 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뺏고 제약하는 일이 될 수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자신을 ‘힐링’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은 그러한 내가 시간제약 저녁에 와서 밤에 아무것도 계속 손녀하고만 요새도 그렇지만 계속 놀아주는 게 내한테는 그것도 하나 의 힐링이 되는구나. 왠고 하면은 손녀하고 같이 대화를 하면은 손녀가 성 장하는 걸 보면서 난 기쁘거든 사실은. 손녀가 뭐 할아버지하고 뭐 인제 어 리광도 부리고 어떨 때는 육체적으로 막 이렇게 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 러나 그게 없었다면은 내가 내가 손녀를 안 키운다고 해서 훨씬 더 많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은 안해. 밤에 그 시간에 나는 딱 집에 오 면은 쉬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손녀하고 노는 거를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외손녀를 키우면서 ‘힐링’이 된다는 생각은 외손녀가 성장하면서 서로 대화가 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었 다.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수도 있고 또 함께 대화를 하면서 외손녀로부터 손자녀양육과 관련된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앞으로 손자녀 양육과 관련된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할 때 도움을 주었 다.
그러니까 낮에는 좀 아까 얘기했는데 집중을 하고 내 시간으로 집중할 수 있는거고 밤에는 손녀하고 그냥 같이 놀아주니까 그게 훨씬 좋지. 요새는 보면 손녀가 가끔가다가 스스로 책을 읽고 혼자 앉아가지고 혼자 인제 뭔 가 자기 일을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인제 그 시간이 조금 조금씩 이제 집에 와서도 책을 본다던가 이런 것도 가능하지. 근데 그 전에는 사실 난 새벽 한 5시 6시쯤 되면 일어나니까 손녀가 일어날 시간까지 2-3시간 정도 항 상 책을 봐왔어요. 한 때는. 그렇기 때문에 뭐 그렇게 뭐 집에 와가지고 손 녀하고 노는 게 내 인생에 마이너스고 이렇게 생각은 안 해. 오히려 내가 책에 보고 내가 글을 쓰고 하면서 손녀하고 놀면서 손녀로부터 영감을 많 이 얻지.
손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함께 놀아주는 일들은 할아버지에게 있
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손자녀양육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두어야 하고 시간상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시간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손자녀를 돌봐 야 하는 정해진 시간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리고 그 시간에 손자녀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맞물리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결과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손자녀를 양육하는 ‘일’을 ‘힐링’으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Ⅵ. 자신에 대한 이해와 손자녀에 대한 인식 변 화
손자녀가 영유아기를 거쳐 유치원생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서 손자녀는 신체적·언어적 발달을 이룬다. 손자녀가 유치원에 다 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이의 생활습관이 규칙적이 되고 어른의 전적인 보살핌을 받지 않아도 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손자녀의 양육자인 ‘할아버지’는 그간의 양육경험을 되돌 아 보고 노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관심과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 는 노인에 대한 관심으로 그 관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손자녀가 보살펴 줘야할 대상에서 대화가 통하고 함께 ‘동반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1. ‘노인’으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영역 확장
1) ‘내가 노인이잖아, 노인에 대해 잘 알아야 돼’
김철수는 자신이 노인으로서 외손녀를 양육하면서 노인으로서 손자녀 양육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젊은 시절에 아이를 돌보 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상황은 비슷할지라도 아이를 돌보는 주체가 ‘노인’으로 달라졌기 때문에 손자녀를 양육하는 노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 은 ‘노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노인이잖아 첫째는. 그건 내 아... 노인의 손자녀양육을 볼 때 왜 노인 이랑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은 젊은 사람들이 애를 키우는 것 과 노인들이 애를 키우는 건 상황이 달라.
‘노인’으로서 외손녀를 양육하면서 김철수는 자신처럼 ‘노인’으로 서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손 자녀양육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노인 전반에 대한 것들에 대 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인의 손자녀 양육을 ‘노인 이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그 현상 자체에 맞추기 보다는 노년 전반에 대해 이해해야만 노인의 손자녀양육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년학, 노인의 심리, 건강, 노인과 죽음 등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노인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노인들은 애 보는 게 귀찮아. 생각해봐. 지금 나이 60이 넘어가지고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드는 사람이 애하고 붙어 앉아가지고 있으면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거든. 그러니까 그 노인의 심리, 노인의 건강, 그 다음 노인의 경 제사정, 노인의 이런 저런거를 다. 그러니까 노인들이 무슨 자, 후손들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되는거지. 그거를 모르고는 강의 를 못 해. 노인들이 자기 손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노인들은 손주 양육하 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될 거 아니야.
종합적으로 봐야지 한 가지만 보면은 애 봐주는 요것만 보면은 굉장히 비 참한 거야. 사실. 그러면 안 돼. 그래 나는 책을 참 이때까지 그런 쪽에서 책을 안 읽다가 그런 쪽으로 책을 많이 읽은 이유가 그거라니까. 남들은 어 떻게 생각하는건지.
노인으로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험은 ‘노인’으로서의 자신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