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비 설계
3.2. 자료를 해석․구성․조직화하기
이 단계는 5차시에서 7차시 수업에 걸쳐 이루어졌다. 5차시에는 코로나19 발생부터 13주 동안 각 주의 새로운 확진자 수 자료를 제 시하였으며, 6차시에는 새로운 확진자 수 대신 새로운 사망자 수 자료를 제시하였다. 7차시에는 새로운 확진자 수, 새로운 사망자 수,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여부 등의 자료를 동시에 제시하여 학생 들이 자유롭게 자료를 선택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 에게는 자료집합이 포함된 Tinkerplots 파일에 가로축이 시간, 세로 축이 확진자 수 또는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점 그림을 그려서 제공 하였다. 학생들은 주어진 점 그림의 가로축과 세로축을 새롭게 설 정하거나 점 그림을 막대그래프 또는 꺾은선그래프로 바꾸기도 하 였다. 학생들이 자료에 대하여 어떻게 추론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두 단계의 발문을 제시하였다. 첫째, 제시된 자료집합의 그래프에서 알아낸 사실이 무엇인지 제시하게 하였고 둘째, 알아낸 사실들 중 에서 세 달 뒤 코로나19로부터 더 안전한 나라를 예상하기 위한 비 교의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첫 번째 발문으로는 자료집합에
대해 묘사하도록 함으로써 자료를 어떻게 조망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으며(Konold et al., 2015), 두 번째 발문으로는 안전성 개념을 활용하여 자료집합의 일반적인 경향이나 추세에 주목할 수 있게 하 였다(Ben-zvi, 2004).
3.2.1 신호적 조망
코로나19 맥락은 학생들에게 비교적 친숙하고 초등학생 수준에 서 강조되는 방역 지침, 예방 수칙 등의 맥락적 지식과 관련이 많았 기 때문에 학생이 자료 세계와 맥락 세계를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 하기도 하였다. 다음의 <사례3>은 B나라의 사망자 수 그래프로부 터 어떤 사실을 알아내었는지 질문하였을 때 자료보다는 맥락에 근 거하여 설명하는 학생의 사례이다.
<사례3>
6-B18 T2 : B는? B나라는 어때?
6-B19 S6 : B나라요?
6-B20 T2 : 응.
6-B21 S6 : B나라는 처음에는 코로나 들어오자마자 그냥 엄청 올라갔고, 그래프가 엄청 올라가다가 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여덟 주까지 계속 아 여덟 주래. 일곱 똑같이 A나라처 럼 일곱째까지 쭉 가다가 또 뭔가 똑같이 무슨 방역을 했겠 죠? 한 다음에 방역을 아주 잘하다가 또 방역 또 빈틈 같은 게 생기니까 또 올랐고 이렇게 뒤죽박죽되는 걸 그걸 얘기하고 싶어가지고.
S6의 Tinkerplots 화면을 보면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점들을 이 어 선으로 나타내었다([그림 Ⅳ-4]). 하지만 B나라의 사망자 수 그 래프로부터 알아낸 사실을 설명할 때는 주어진 자료보다는 자료집 합에서 확인할 수 없는 방역에 대한 맥락적 지식을 주로 활용하였
다. 이는 수업을 관찰하였던 연구자의 관점과도 일치하는데, 연구자 는 S6이 자료값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면서 개인의 맥락적 지식을 주요 근거로 사용하여 자료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사례3>은 자료를 제공한 더 큰 맥락에 주목할 뿐 자료에 근거한 추론을 하고 있지 않은 조망의 유형을 보여주며, 이는 Konold et al.(2015)에서 제시한 신호적 조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2.2 국소적 조망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배경에서 검토하였던 Ben-zvi(2004)의 연 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자료값들의 국소적인 편차에 주목 하는 경우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초기에 그래프의 모양의 특징을 중심으로 자료집합의 특성을 묘사하였던 학생들이 Tinkerplots의 기능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여 자료에 대해 추 론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시간 축을 기준으로 자료집합 의 일부 구간에 주목하거나(사례5) 자료집합의 일반적인 경향이나 추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요인을 기준으로 자료집합을 몇 개의 구간으로 분할한 뒤 비교하는 경우가(사례6) 나타났다. 이러한 새로운 추론 방식은 자료값의 국소적인 편차에 주목하는 경우에 비 하여, 자료집합의 경향이나 추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예를
[그림 Ⅳ-4] <사례3>의 Tinkerplots 조작 화면
들어, 시간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요인)을 중심으로 구간을 분할하 여 추론한다는 점에서 분포의 여러 측면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었 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소적 조망의 유형을 다시 점별 조망과 구간별 조망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점별 조망은 자료값 사이의 국소적인 편차에 주목하여 자료집합을 다루는 경우를 나타내며 구간별 조망이란 자료집합을 몇 개의 구간 으로 분할하여 다루는 경우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1) 점별 조망
다음의 <사례4>는 A나라의 확진자 수 그래프로부터 어떤 사실 을 알아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그래프 상에서 점들의 위치를 국 소적으로 비교하면서 알아낸 사실을 제시하는 학생의 사례이다.
<사례4>
5-A270 T1 : 어 그럼. 이제 설명 한번 해봐. 간단하게.
...(중략)...
5-A275 S6 : (가로축을 가리키며) 이게 주잖아요.
5-A276 T1 : 어. 이거는 확진자. 세로축은 확진자.
5-A277 S6 : 아. 그러면. 처음 일주일은 코로나가 들어온 처음은. 초반 시 기니까. 일단은 제일 낮잖아요. 2주부터 A나라는. 여기 젤 낮 은데. 2주부터 쭉 조금씩 올라가서 최대가 4주부터 엄청 높다 가 점점. 그다음부터 이제 중후기에는 뭔가 정부 아니면 뭐 대 책을 내렸겠죠. 대책을 내렸으니까 점점 내려가다가. 잠시만요.
내려가다가 8주부터는 어느 정도 유지하다가 9주부터는 올라 가다가 하다가 쭉 내려가요. 이게 끝이에요.
S6은 확진자 수의 그래프에 나타난 점들을 하나씩 가리키고 점 의 높낮이를 국소적으로 묘사하면서 그래프의 모양을 설명하고 있
다. S6은 이 설명을 토대로 A나라의 확진자 수 자료에 대한 전체적 특성을 찾지 못하였으며 <사례3>에서도 볼 수 있듯이 6차시에서도 그래프의 모양을 단순히 묘사할 뿐 전체적인 특성에는 주목하지 못 하였다. 이는 단순히 자료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형태에 대한 추론 하는 것만으로는 전체적 조망이라 볼 수 없다는 Konold et al.(2015)의 지적과 연결된다. 연구자의 관찰일지에서도 그래프에 나타난 각각의 값들을 하나씩 가리키는 장면에 주목하고 S6이 각 값의 국소적 차이에 주목하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그래프의 형 태에 주목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일반적인 경향이나 추세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단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료값의 국소적 차이를 묘사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2) 구간별 조망
학생들이 시계열 자료에 대해 추론하는 과정에서 전체 기간이 아 닌 특정 기간에 주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러한 구간별 조망은 전체 자료집합의 일부를 시간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이 자료집 합의 전체적 특성과 관련된 요인을 기준으로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낱낱의 자료들에 주목하는 점별 이해와 달랐다. 또한 구간별 조망 은 일부 학생들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수의 학생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의 <사례5>는 A팀 학생들이 세 달 뒤에 코로나19로부터 더 안전한 나라를 예상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료집합에서도 시간의 흐 름 상 최근의 자료들에 주목한 사례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Tinkerplots의 Meter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이 설정한 특정 기간 동 안의 확진자 수 또는 사망자 수의 평균이나 중앙값을 구할 수 있음 을 소개하였다.
<사례5>
8-A561 S3 : 음.. 일단 우리는 세 달 뒤를 예상하는 거잖아. 그치?
8-A562 S2 : 응.
8-A563 S3 : 그러니까 뭐 일단 기준은 뭐 일단 최근이 포함되는 내용이..
1순위라고 해야 되나 어쨌든 더 중요한 것 같아…. 나는.
8-A564 S1 : 나도 최근이 더 중요한 것 같아.
8-A565 S2 : 그치 최근이 중요하지…..최근이 중요해...(중략)...
...(중략)...
9-W3 T2 : S3가 설명 한 번 해볼래?
9-W4 S3 : 네. 우선 A팀은 1순위를 최대 확진자 수하고 2순위는 마지막 4 주 동안의 확진자 수 평균, 그리고 3순위는 그래프 모양을 봤 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을 때 확진자 수가 얼마나 늘었는 지에 대해서 했는데...(중략)...
[그림 Ⅳ-5] <사례5>의 Tinkerplots 조작 화면
학생들은 세 달 뒤를 예상하려면 최근의 자료, 즉 시간의 흐름 상 마지막 부분의 자료들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마지 막 4주 구간에 속한 확진자 수 자료들에 주목하였다([그림 Ⅳ-5]).
특히 학생들의 Tinkerplots 화면을 살펴보면 A나라에서는 확진자 수가 11명에서 21명에 모여 있는 구간을 선택하였고, B나라에서는 확진자의 수가 23명에서 67명에 모여 있는 구간을 선택하였다. 이 는 Konold et al.(2002)의 결과와 비추어 볼 때, 본 연구의 학생들도 확진자 수 자료가 모여 있는 구간에 주목함으로써 자료집합의 중심 경향(점차 감소하는 추세)을 인식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7차시 수업에서는 확진자 수 또는 사망자 수 자료에 더하여 각 주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자료가 동 시에 제시되었다. 학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확산 예방 에 도움이 된다는 맥락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례6>과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기간과 시행이 끝난 이후의 자료집합을 각각 비교함 으로써 두 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교사와 연구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요인을 기준으로 자료집합을 세 개의 구간으로(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이전, 실시 중, 실시 후) 분 할하여 확진자 수 자료에 대해 추론하였기 때문에 구간별 조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사례6>
7-A264 S3 : 어.. 그리고 B나라의 그.. 음.. 잠깐만요. [잠깐 생각했다가]
음.. 음.. 이걸로 설명하는 게 맞는 거 같네요. 어 A나라는 사 회적 거리두기를 했을 때 확진자의 평균이 81명이고 B나라 의 확,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을 때 평균 확진자가 71.8명이었 어요.
7-A265 T1 : 응.. 그다음에? 아 그 사실을 알아 낸 거야?
7-A266 S3 : 네.
7-A267 T1 : 그럼 그걸 가지고.. 코로나19 안전성이 어디가 더 높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세 달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