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세창고 지정권의 현행 유지
상법 제135조에 의하면 운송물이 운송, 보관, 인도 중에 멸실, 훼손 또는 연착됨 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운송인은 그에 대해 잘못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된다. 이것은 화물이 운송에서부터 수하인에게 인도 될 때까지 사고 또는 멸실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운송인에게 있다는 뜻이 며, 그러한 의무는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할 때까지 운송물에 대한 지 배력 내지 통제권을 가질 것이 전제로 된다. 다시 말하면 운송물은 최종적으로 보 세창고에서 반출되기 때문에 상법 제135조에 따른 책임을 운송인이 지려면 보세창 고에 대하여서도 운송인이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173)
앞서 보았듯이 현행 보세화물관리에 관한 관세청고시가 원칙적으로는 보세창고 지정권을 수입자에게 부여하고 있으나 컨테이너 터미널의 경우 화물의 하역·임치에 대해서는 선사가 컨테이너 터미널 (보세창고)과 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 고시 에 구속받지 않고 터미널에서 반출시까지 운송인이 화물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운송인은 선박에서 화물을 양하할 때는 선하증권 없이 양하할 수 있고 터미
172) 이진홍, 앞의 논문, 247쪽.
173) 이영철, 앞의 논문, 340쪽.
널에서 화물을 반출하기 전에만 선하증권 회수를 확실히 하여 터미널에 D/O를 내 리면 되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실수나 고의로 이 절차를 위반하지 않는 한 운송인 의 지시 없이 화물이 터미널에서 반출될 우려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유류나 케미칼 같은 액체화물에 대해서는 운송인은 위 보세화물 고시와 또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수입자가 지정한 탱크터미널에 화물을 장치할 수밖에 없 고, 또한 탱크터미널은 사실상 수입통관만 확인되면 자신과 임치계약을 한 당사자 인 수입자의 지시대로 화물을 반출해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운송인은 현실적으로 탱크터미널에 있는 해상운송물에 대한 통제권이나 지배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신용장으로 물건을 수입한 수입자가 은행에 신용장 대금을 상환하지 않은 채 화물을 통관하여 출하하게 되면 선하증권 소지인인 은행이나 다른 제3자의 화물에 대한 권리가 상실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앞서 액체화물인도와 관련한 판결174)에서 살펴보았듯, 유류화물의 경우 화물이 선박의 영구호스를 떠난 시점에 이미 인도는 일어난 것이고 탱크터미널은 화주와의 임치계약에 의거하여 출 하를 한 것이므로 보세창고인 탱크터미널로서는 문제의 소지가 거의 없을 것이지 만,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수입자로부터 면책증서나 은행의 화물선취 보증서 (L/G)만 받고서 화물을 양하한 경우라면 은행 혹은 제3의 선하증권 소지인 과 운송인간에 분쟁이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운송인이 탱크터미널에 사전 주의조치로써 D/O 징구에 관한 요청을 하거나 서로 합의가 있었던 경우라면, 탱크터미널은 화물 반출 전 D/O 징구의무를 지켜야 할 것이고 운송인의 D/O 없이 운송물을 반출한 것에 대해서는 탱크터미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탱크터미널로 서는 자신과 임치계약을 한 당사자인 수입자의 지시를 무시하고 운송인의 지시만 따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에 대하여 운송인과 탱크터미널 그리고 화주 간 에 사전에 합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2. 보세화물관리에 관한 고시 제4조 제1항 제1호의 현행 유지
관세청의 보세화물관리에 관한 고시는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에게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나,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세관과 지속적인 업 무관계에 있는 운송인들로서는 위 고시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화물인도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경우 창고지정을 수입자가 하게 함 으로써 얻는 효율성이라는 편익에 비해 운송인이나 선박대리점, 보세창고 등이 떠 안아야 할 손해배상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위 고시 규정을 개정하여 보세창고 지 정권을 운송인에게 부여하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있다.175) 그렇게 함
174) 대법원 2009.10.15. 선고 2008다33818 판결.
175) 이진홍, 앞의 논문, 2002, 242쪽. ; 서동희, “화물인도와 관련된 선사의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해법학회지』제38권 제2호, 2016, 76쪽.
으로써 운송인이 일관되게 운송물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수입자의 요청 으로 인한 운송물의 무단 반출을 막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176)
그런데 그동안 화물 오인도와 관련한 많은 분쟁들과 또 그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 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터미널은 실무적으로 대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해상수입 화물이 항구에 도착한 후 첫 관문이 컨테이너 터미널인데, 위 의견대로 컨테이너 터미널과의 하역·임치 계약은 거의 대부분 선사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보세화 물관리에 관한 고시 제 2장 제4조 2항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규정에 저촉되는 것 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컨테이너 터미널 밖을 벗어나 ICD나 기타 보세창고에 화물을 장치할 경우 는 수입자가 임치계약의 주체가 될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 대해 선사가 보세창고와 계약을 하게 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한 의견인 것으로 생각된다.
액체화물의 경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선사가 탱크터미널과 미리 계약해두고 운 송·보관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이미 실무 관행이 어느 정도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고시를 개정하여 다시 혼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운송 및 보관과 관련한 권리자들이 자신들의 주의 의무 를 잘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보세창고지정을 선사가 하도록 현행 동 고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3. 신용장개설은행 및 선하증권을 소지한 은행의 의무 강화
수입화물이 정당한 권리가 없는 자에게 잘못 인도되어 멸실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신용장개설은행 역시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권리를 뒤늦 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고방지를 위해 사전에 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신용장개설은행이 할 수 있는 선행조치로서는 수입자의 신용 및 영업 상황 등을 철저히 심사하고 충분한 담보 등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신용장을 개설하 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 신용장 발행 후에는 신용장 개설은행이나 매입은행이 수입화물의 동정을 파악함으로써 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가 령 화물이 보세창고에 입고된 후에도 은행이 보세창고와 임치계약을 한 수입자로부 터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는, 보세창고 (특히 탱크터미널의 경우)가 자신의 임 치인으로부터 출하 요청을 받고 화물을 반출하지 않도록, 화물을 출하하기 전에 은 행에 먼저 확인을 하도록 보세창고에 미리 업무협조를 요청해 두는 방법이 있을 것 이다. 다만 보세창고가 은행의 그러한 요청에 따라 자신과 계약을 한 임치인의 출 하 요청을 거부하고 제품출하를 보류함으로 인해 임치인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거나 이로 인해 또 다른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3자, 즉 은행, 보세창고, 수입자(혹
176) 이영철, 앞의 논문, 343쪽.
은 임치인)간에 공히 이런 내용에 대해 명료하게 사전 합의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으로 생각한다.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필히 확인하고 터미널에 D/O를 발행하는 절차가 정착되어 있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나, 탱크터미널의 경우 에는 인도문제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 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