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3章 국내의 판결에 나타난 퍼블리시티권
3. 퍼블리시티권의 인정과 발전과정
가.퍼블리시티권의 정의 :1995년 이휘소 사건
이 사건은 미국에서 활동하였던 저명한 한국인 물리학자 이휘소를 소재로 하는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관한 법정 분쟁이다.이 소설에서 소설가 김진명은 박정희 대통령 당시 미군철수에 대비하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이휘소 박사를 국내 에 불러들여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계획을 세우게 되는데,이휘소 박사는 이에 부응하 여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져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오려는데 한국의 핵보유를 원치 않는 미국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이휘소를 미국 정보기관 CIA가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암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고 이휘소 박사의 미망인과 그의 딸은 작가를 상대로 프라이버시권,성명권,퍼 블리시티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출판금지가처분신청을 하게 된 사건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 명인의 성명,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rightof commercialappropriation)라고 할 수 있는데,문학작품인 위 소설에서 위 이휘소의 성
140) 그 밖에도 서울지법 2001. 3. 20 선고 99가합62260 판결에서 유명연예인의 사진을 출연하지도 않 는 뮤지컬연극 광고현수막에 허락없이 게재한 피고에게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명,사진 등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시하였다.141)
이 판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첫째,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용어를 사용함과 동 시에 그것을 정의하였다는 점이다.법원의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당시의 견해는 i)퍼 블리시티권은 유명인에게 인정된다는 점,ii)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인 성명ᆞ사진 등은 재산적 가치가 있어야 하고 또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이어야 한다는 점,iii)퍼블리 시티권은 그 대상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보호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둘째,성명이나 초상 등이 소설에 이용된다 하더라도 상업적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 다고 하였다.142)
이 사건에서는 비록 법원이 퍼블리시티권의 인정이 거부되었지만,이로 인하여 국내 법학계에 퍼블리시티에 관한 논쟁을 크게 촉발시켰다.
나.퍼블리시티권의 인정 :1998년 황인정 사건
143)이 사건은 텔런트 황인정이 무명시절 피고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변비약 광고출연계 약을 체결하면서 모델료만 정하였을 뿐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는데,피고 회사는 수년간 계속 방송과 영화관 등에서 위 광고를 방영함으로 인하여 자신의 초상권이 침 해당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광고모델 등 연예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달리 일종의 재산권으로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타인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그 성명이나 초상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 리가 침해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상의 손해 외에 정신상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의 의미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의 퍼블 리시티권과 동일한 권리를 인정하였다는 점이며,그 권리의 속성이 인격권이 아니라
141) 서울지법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판결.
142) 이에 대하여 동의하는 견해는 김재형, “모델소설과 인격권”, 인권과 정의(Vol.255, 1997. 11), 61면 과 한위수, 앞의 논문, 121면. 반대하는 견해는 남형두, 앞의 논문, 104면과 김세권,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연구”(전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76면 등. 한편 이 논문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의해 퍼블 리시티의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43) 서울고법 1998. 3. 27 선고 97나29686 판결.
완전한 재산권적 권리로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144)
이러한 시각의 판례는 이휘소판결과 함께 우리나라의 법원이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관점이 미국적인 시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145)
다.퍼블리시티권의 인정과 부정의 혼란 :제임스 딘 사건
(1)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1997년 제임스 딘 사건
제임스 딘 사건은 개그맨으로 명성을 떨치던 주병진이 아무런 연고 없이 미국의 유 명한 배우 이름인 ‘제임스 딘’이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여 의류,신발,화장품,레스 토랑 등에 사용한 것에 대하여 제임스딘의 유족 및 재단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관 련 소송을 제기한 일련의 사건을 말한다.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첫 번째 사건은 1997년 8월 29일 선고된 마르커스 디 윈슬로 우 주니어 v.(주)좋은사람들(대표 주병진)사건146)을 말하는데,제임스 딘 유족과 재단 은 주병진이 설립한 내의회사인 (주)좋은 사람들을 상대로 제임스딘의 성명과 초상 등 의 사용금지와 허락없이 사용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예방청구를 한 사건이었 다.
이에 대한 수소법원인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의 판시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근래 저명한 영화배우,연예인,운동선수 등의 초상 등이 상품의 표장이나 광고에 사 용되는 경우 그 저명성으로 인하여 이를 사용한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 월등한 인지도와 신뢰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이들의 성명,초상 등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보 편화되었고,따라서 위와 같은 영화배우 등의 성명,초상 등이 본인들의 승낙 없이 무단히 사용되는 경우 본인들이 입게 되는 손해는 자신들의 성명,초상이 무단히 사용된 데에 따 른 정신적 고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경제적인 이익의 박탈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법률학자들과 실무가들 사이에 유 력하게 주장되고 있는데 이는 현실에 부합하는 해석론이라고 할 것이고,이미 미국의 경우 22개 주에서 성문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며,국내에서도 퍼블리시티 권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성명,초상 등의 상 업적 이용과 같은 특수분야에 있어서는 기존의 인격권의 일동으로서의 초상권과는 별도로
144) 남형두, 앞의 논문, 105면.
145) 같은 취지; 김세권 앞의 논문, 78면.
146) 서울지법 서부지원 1997. 8. 29 선고 94가합13831 판결.
재산적 권리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을 인정할 여지가 있어 보 인다.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이 상속이 가능한 권리인지에 관하여 보건대,퍼블리시티권이 아직까지 성문법상의 권리로서 인정되지 않고 있고,향유주체(저명인에게만 인정될 것인가, 저명인이 아닌 일반인 모드에게도 인정할 것인가,또는 법인이나 단체에도 인정될 수 있는 가의 문제)및 양도의 가능여부 등에 관하여 아직 학설의 대립이 있을 뿐,이에 대한 일치 된 견해가 없는 점,퍼블리시티권이 한 사람의 인격을 상징하는 성명,초상 등을 상업적으 로 이용이 가능한 특수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그 당사 자의 인격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된 권리 또는 무채재산권과 유사한 권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재산권이라고 하여 반드시 상속이 가능한 것은 아닌 점(예컨대 연금청구권)등을 고려 하여 볼때,일반적으로 인격권은 상속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도 상속될 수 없는 권리라고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다만 저명한 당사자가 사망한 이 후 그 성명이나 초상이 무단히 사용되는 경우에는 유족들이 입은 손해배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가사,퍼블리시티권의 상속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이 사건의 소는 제임스 딘이 사망한 후 약 39년이 경과한 후에야 제기된 것인 자,퍼블리시티권이 당사자의 사망 후에 도 위 기간 동안 존속한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고 권고의 주장과 같이 퍼블리시티 권의 사후존속기간이 저작권의 경우와 동일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할 만한 근거는 더욱 없다”
비록 하급심이기는 하나 이 판결은 퍼블리시티권의 형성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이정 표를 세우게 되는 의미있는 판결이었다.판결전문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퍼블리시티권 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되 그 인정근거를 관습법에 의한다는 것이었다.147) 둘째,재산적 성질을 갖는 퍼블리시티권이라 하더라도 인격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된 권리가 아니라는 점.
셋째,퍼블리시티권은 다른 재산권과는 달리 상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넷째,퍼블리시티권의 양도성에 대하여는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수 있 다.
아무튼 내용이야 어떻든 연혁적으로 볼 때,퍼블리시티권의 본질에 대하여 어느 정 도 정리된 판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판결로 인하여 국내의 법학계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 고,판례의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리도 어는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147) 남형두, 앞의 논문, 10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