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4章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입법화 논의
2. 퍼블리시티권 관련 법률들
200) 서울고등법원 2008. 6. 19 선고 2008노 108판결 :
201) 같은 입장으로 송영식, 『지적소유권법(하)』(육법사, 2008), 590면.
가.부정경쟁방지를 위한 표지에 관한 규정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202)가목,나목에서 규정한 상품표지 혼동행위나 영업표 지 혼동행위는 각각 상품이나 영업과 결합된 표지인 것을 요구하는 점,아울러 혼동 (confusion)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요건과는 차이가 있지만, 아직 퍼블리시티권을 직접 보호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현실에서는 퍼블리시티 권이 보호할 만한 사건(가령 유명인의 외양을 모방하여 타인이 영업할동을 하는 경우) 에서 근거규정으로 원용될 만큼 퍼블리시티권과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예컨대 앞서 설명한 ‘가수 박상민의 짝퉁가수사건’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 사례에서 원고가 부정경쟁을 이유로 청구할 것이 아니라 퍼블리시티권권의 보호를 주장했더라면 결론이 달라졌으리라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다만,부정경쟁방지법상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이른바 ‘희석화 조항’(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동법시행령 제1조의2203))의 경우,퍼
202)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부정경쟁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標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頒布) 또 는 수입·수출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
나.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 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
다. 가목 또는 나목의 혼동하게 하는 행위 외에 비상업적 사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 또는 영 업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하여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
……
203)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1조의2(정당한 사유)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에서 "비상업적 사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비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2. 뉴스보도 및 뉴스논평에 사용하는 경우
3.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이하
"표지"라 한다)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기 전에 그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를 사용해온 자(그 승계인을 포함한다)가 이를 부정한 목적 없이 사용하는 경우
4. 그 밖에 해당 표지의 사용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블리시티권과 달리 일단 상품이나 영업과 결합된 표지인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을 특히 ‘상업적 이용’으로 이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퍼블리시티권 의 골격 중 상당부분을 포섭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 규정이 전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의 본질 속에 파고들어 규정하고 있 는 내용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나.타인의 성명ㆍ초상 등의 임의적 이용의 제한에 관한 규정
타인의 성명ᆞ초상 등의 임의적 이용을 제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규정이 상 표법 제7조 제1항 제6호의 규정 내용이다.이 규정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의 하나로서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아호·예명·필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다만,그 타인의 승낙을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 다.』고 하여 개인의 초상,성명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규정처럼 보인다.이 규정이 의도하고 있는 내용은 저명한 타인의 성명ᆞ명칭 또는 초상ᆞ서명ᆞ인장ᆞ아호 ᆞ예명ᆞ필명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징표는 그 타인의 승낙을 얻은 경우가 아 닌 한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좁게 해석하여 주로 인격 권 보호를 위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취지의 판례도204)있지만 오늘날 인격권의 경제 적 가치를 고려할 때 종래 초상권의 가치는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목적뿐만 아니라 재 산상 가치에까지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205)에 동의할 수 있다.특히 일부 논자는 위 규정을 들어 퍼블리시티권의 성격이 저작권이 아니라 상표권에 가깝다 는 견해도 있으며,206)상표권에 가깝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권 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207)그러나 위조항의 적용은 어디까지나 상표의 등록에 있어 서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를 위한 규정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멀 다.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이 반드시 상표로 사용되는 것만을 제지 하고자 인정하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4) “상표법 제5조 제1항에 의하면 등록할 수 없는 상표로서 그 제10호에 타인의 성명, 명칭 또는 상 호, 초상, 서명 또는 인장과 동일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규정의 취지는 주로 특정인의 인격 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본 대법원 1971. 3. 23 선고 71후1 판결 참조.
205) 박준석, 앞의 논문, 322면.
206) 정경석, “초상권의침해요건과 구제방법”, 『저스티스』, 제98호, 한국법학원, 2007, 126면.
207) 박준우, 앞의 논문 322면.
다.저작물ㆍ초상화 등에 대한 성명표시에 관한 규정
저작권법 제12조의208)성명표시권이나 제35조의209)초상화 위탁자의 초상 이용에 대 한 동의권 등에 있어 ‘성명ᆞ초상’이라고 하여 마치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인 성명ᆞ초상 과 흡사한 문구를 포함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1)저작물 등에 대한 성명표시권 규정
우선 저작권법 제12조에서는 저작인격권의 내용 중의 하나로 성명표시권을 규정하고 있고 이와 유사하게 최근 신설된 제66조에서는210)실연자(實演者)에게 성명표시권을 부여하고 있다.그러나 이들 권리는 성명 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
208) 저작권법 제12조(성명표시권) :
①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 할 권리를 가진다.
②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 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 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09)저작권법 제35조(미술저작물등의 전시 또는 복제) :
① 미술저작물등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 다. 다만, 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러 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등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건축물을 건축물로 복제하는 경우
2. 조각 또는 회화를 조각 또는 회화로 복제하는 경우
3.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개방된 장소 등에 항시 전시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4.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③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전시를 하는 자 또는 미술저작물등의 원본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그 저작 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하여 배포할 수 있다.
④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
210) 저작권법 제66조(성명표시권) :
① 실연자는 그의 실연 또는 실연의 복제물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
② 실연을 이용하는 자는 그 실연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실연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 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실연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저작물이나 저작인접물에 대하여 성명을 표기할 권리를 정하고 있을 따름인 점,타 인이 해당권리를 침해하는 양상은 임의의 적극적인 성명표시가 아니라 소극적인 불표 시나 누락행위에 의한다는 점 등에서 퍼블리시티권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 는 견해가 유력해 보인다.211)즉,저작권법 제12조와 제66조의 성명표시권은 그 대상이 어디까지나 저작물 또는 저작인접물에 미치는 것이지 퍼블리시티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의 Identity의 범위에까지 적용하기에는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
(2)초상화 등의 사용에 대한 ‘이용동의’규정
또 저작권법 제35조 제4항에서는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 물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유명 연예인의 사진사가 보유하고 있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는 이를 전시하거나 하는 등의 이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용에 대한 동의’란 자본주의 경제에서 다름 아니라 해당 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수 익배분에 참여할 수 있는 재산상의 이익 내지 권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위 조항은 확실 히 퍼블리시티권보호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그러나 위 조항은 그 대상 이 초상화나 사진 저작물에 국한 되어 있다는 점,특히 이용에 있어 상업적 이용을 요 구하지 않고 있어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초상권까지 아우른 규정으로 보 일 뿐 퍼블리시티권과의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다른 법률의 유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당해 법률이 부여하는 권리(저작권)와 그 법률 밖의 권리(초상권 내지 퍼블리 시티권)사이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조항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추어212)저작권법이 이미 퍼블리시티권 관련 내용을 일부 포섭하고 있다는 논거로 비약되어서는 곤란하며, 오히려 저작권법은 초상권 내지 퍼블리시티권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다는
211) 박준석, 앞의 논문, 320면.
212) 이렇게 당해 법률이 부여하는 권리와 그 법률 밖의 권리사이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조항은 저작 권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법의 모든 법률이 거의 필수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조항이며 위 저작권법 제35조 제4항도 그런 결과물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가령 저작권법 제35조제1항이나 제3항은 저작권 과 소유권의 충돌에 대비하여, 특허권 제105조는 특허권과 존속기간이 만료된 디자인권의 충돌에 대 비하여, 상표법 제53조는 상표권과 디자인권의 충돌에 대비하여, 디자인보호법 제54조는 마찬가지로 디자인과 특허권, 상표권 등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는 그런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나 우리 판례(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마1569 결정)는 상표권에 기한 권리행사의 외 관을 갖추었더라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여 상호 저촉문제를 규율하고 있다.; 박준석, 앞의 논문, 320-321면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