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평화협정의 법적 성격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우리 내부적으로는 평화협정의 법적 성격 문제를 제기한다. 현행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 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73조에서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60조 제1항에서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 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라 한다)」

은 ‘남북합의서’의 체결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규율하고 있다. 구체적 으로, 동 법은 제4조에서 ‘남북합의서’를 “정부와 북한 당국간에 문서 의 형식으로 체결된 모든 합의”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제4장에서 ‘남 북합의서’의 체결‧비준(제21조),73) ‘남북합의서’의 공포(제22조),74)

‘남북합의서’의 효력범위(제23조)75) 등을 규정하고 있다.

72) 이 부분은 2019년 4월 17일 개최된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4·27 판문점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 발표문(“한반도 평화체제의 법적 과제”)의 일부 를 수정 및 발전시킨 것임.

73) 제21조(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① 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며, 통일부장 관은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한다.

② 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비준하기에 앞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④ 대통령이 이미 체결‧비준한 남북합의서의 이행에 관하여 단순한 기술적‧절차적 사

항만을 정하는 남북합의서는 남북회담대표 또는 대북특별사절의 서명만으로 발효시킬 수 있다.

74) 제22조(남북합의서의 공포) 제2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회의 동의 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남북합의서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공포 한다.

75) 제23조(남북합의서의 효력범위 등)

남북합의서는 남한과 북한사이에 한하여 적용한다.

이 같은 법체계하에서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중이 지 지‧보장하는 방식, 즉 이른바 ‘2+2’ 방식을 취할 경우 동 문서는 ‘남 북합의서’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북 관계발전법」 제23조 제1항은 “남북합의서는 남한과 북한사이에 한 하여 적용한다고”고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 에서도 ‘남북합의서’는 기본적으로 양자조약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 이 언급된 바 있다.76)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남북관계발전법」

상의 ‘남북합의서’는 남‧북 양자 간에만 체결된 합의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평화협정 에서 이른바 보장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측면 이 있다. ‘직접적인 제1당사자’에만 초점을 두고 본다면 ‘2+2’ 방식 의 평화협정이 남‧북 양자 간의 합의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전 혀 없는 것은 아니나, 한국전쟁 참전 주체이자 「한국정전협정」의 당 사자인 미‧중이 참여한 문서를 남‧북 양자 간의 합의서로만 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2’ 방식의 평화협정이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에 해

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제3항에 따라 평화협정에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항이 있거나 입법사항이 있는 경우에만 국회가 동의권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강화조약’은 그 자체로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 경우에는 ‘2+2’ 방식의 평화협

②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

③ 대통령은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에 대하여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76)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임채정의원 등 125 인 발의) 검토보고서」 (2004), p. 11.

정의 국내법적 효력 문제도 제기된다. 헌법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의 국내법적 효력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으며, 「남북 관계발전법」에는 ‘남북합의서’의 국내법상 효력을 명시적으로 밝혀 주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2+2’ 방식의 평화협정이 「남북 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동 문서의 법적 성격은 무엇이며 어떠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실 이 문제는 남‧북‧미‧중 4자가 대등한 당 사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경우에 보다 본격 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법체계하에서는 ‘4’ 방식이나 ‘4+2+2’ 방식 처럼 남‧북‧미‧중 4자가 대등한 당사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동 협정에 대하여 헌법상 조약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어 보인다. 이는 헌법상 조약 체결 당사자로서의 북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북한이 당 사자로 포함되어 있는 합의서에 대하여 헌법에 따른 조약의 체결‧비 준 절차가 적용되고, 조약번호가 부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동안도 ‘남북합의서’를 사실상 헌법상 조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 하고 「남북관계발전법」 제4장의 규정들을 헌법의 조약 관련 규정의 확인적 성격으로 간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하에서 도 ‘남북합의서’가 모든 면에서 조약과 동일한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 었으며, ‘남북합의서’에 조약번호가 부여된 것도 아니었다.

조약은 국제법 주체들이 국제법의 규율하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체결한 국제적 합의이다. 종래 국가를 기본단위 로 하는 국제사회에서는 국가만이 국제법의 주체로 간주되었으나, 오늘날에는 국제기구, 교전단체, 반란단체, 민족해방기구 등과 같은 비국가실체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약체결능력을 향유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조약을 국가 사이의 합의에 국한 하여야 할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국제법에서와 마찬가지로 헌법에 서도 조약을 국제법 주체 사이에서 권리‧의무를 창설‧변경‧소멸시 키려고 체결한 합의문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77) 실제로 한국 정부 는 유엔, 유네스코,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여러 국제기구와 조약을 체결하였으며, 퀘벡, 홍콩, 마카오 등과도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러 한 조약들은 통상적인 조약 체결 절차를 거쳐서 조약번호를 부여 받 았다. 이처럼 조약이 반드시 국가를 상대로만 체결되는 것은 아니라 는 점에서 당초에도 ‘남북합의서’의 조약성 문제와 남‧북한 특수관 계라는 두 가지 사안이 필연적으로 연계될 필요는 없었다.78) 그럼에 도 불구하고 북한과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북한의 국가성을 간접적 혹은 묵시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79) 정치적으 로 민감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80) 등이 크게 작용하여 헌법상 조약 과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라는 이원화된 체계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중 4자간 평화협정을 계기로 우 리 헌법상 조약의 체결당사자로서 북한의 지위를 인정하게 된다면 헌법상 조약과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라는 이원화된 체 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 로 생각된다.81)

77) 허완중, “한국 헌법체계에 비춘 헌법 제3조의 해석,” 저스티스, 통권 제154호 (2016), p. 47.

78) 배종인, 헌법과 조약체결: 한국의 조약체결 권한과 절차 (서울: 삼우사, 2009), pp.

238~239.

79) 위의 책, p. 239.

80) 한명섭, “남북합의서의 법적 성격과 법제화 방안,” 통일과 법률, 제5호 (2011), p. 97.

81)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합의서’의 정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서와 법적 구속력 없는 합의서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 에 따른다면, 「남북관계발전법」 제4장을 존치시킬 필요성이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 다. 즉, 법적 구속력 있는 ‘남북합의서’는 헌법을 적용하고 법적 구속력 없는 ‘남북합

문제는 헌법상 조약 체결 당사자로서의 북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조약이 ‘평화협정’이라면 그 본질적인 성격상 상대 당사자를 국가로 승인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 는 우려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하 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