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북한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북·미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단기적 차원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현 정부의 실무자와 차기 정부의 통일문제 담당 예상 인사를 중심으로 북한핵문제 및 대북정책에 관한 태스크 포스를 형성하여 종 합적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 정치인 및 전문가로 구
성된 ‘대북정책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통일관련 연구기관 등을 활용
하여 각계 전문가 및 여야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대북 특사 및 대주변국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대북특사는 핵
프로그램 재개에 관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북한 핵문제로 인한 위기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 포기시 제공될 반대 급부를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대북특사는 북한에게 북한 핵 개발 중단에 대한 미국의 의사가 매우 확고하며, 핵문제로 인한 위기 가 고조될 경우 북한의 경제회생 노력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을 지적하는 한편,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할 경우 제공될 경제협력 방 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북특사 파견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경우 북한 특사의 방한 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본인의 답방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김용 순 당비서 등 대남 인사의 방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등이 가능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 장 바람직한 것은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이며, 이를 통해 핵 문제 등 안보위기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 특사교환 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핵문제로 인한 위기상황을 해소하고 국 제사회에 대해 북한의 대화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북 한에게 설명해야 한다.
대미특사는 미국의 행정부 고위층 및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한 반도문제 전문가를 폭넓게 면담하여 평화적 방법을 통해 북한핵문제 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한 한·미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 울러 대미특사는 남북대화를 통해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게 설 명하고 북·미대화를 촉구하겠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대미특 사는 미국측에게 북한도 최악의 상태를 피하기 위해 핵프로그램을 단 계적으로 재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위기타개를 위해 실무차 원의 북·미대화를 재개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국제연합 등에 특사를 파견 하여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체제를 구축
해야 한다. 특히 대중국 및 러시아특사는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 로 해결하도록 설득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셋째, 한·미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신정부에게
대북 현금 지원의 중단, 경수로 건설 중단, 남북대화 및 남북경협의 중단, 식량·비료 등 대북인도적 지원의 축소 등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동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 북현금지원 중단, 남북경협 및 경수로 건설의 속도 조절 등은 수용하 되, 남북대화와 대북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유용하다는 점을 미국에게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가 각각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활용하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일정부문 분리함으로써 북·미관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남북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
다.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너무 강하게 연계시킬 경우 한국의 입지
가 좁아질 수 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구체적 로 드 맵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 한·미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 북한의 핵개발 중단과 북·미협상 개시의 시점, 남북대 화의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병행발전시키고 한반도평화정착을 위
해서 다음과 같은 중·장기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첫째, 남북관계교류·협력 증진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병행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신정부는 남북간 교류·협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상호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포용정책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남북협상의 주요 목표도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로 설 정해야 한다. 서해교전사태, 북한의 핵개발 문제 등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시급함을 입증하였다. 포용정책에
대한 대내적 지지 확보를 위해서도 긴장완화측면에서 구체적인 성과 가 필요하다.
둘째, 남북대화 및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 대내외 환경변화와 돌 발상황 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 해서 남북대화의 정례화·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상회담 및 장관급 회담을 주축으로 한 남북대화의 제도화를 모색해야 한다.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 남북군사회담의 정례화를 적극 추진하고, 남북한간 돌발적 위기상태의 관리 및 긴장해소를 위
해 ‘남북한 위기관리세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셋째, 북·미 협상 타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미협상에
의해서 제네바기본합의문과 같은 포괄적 합의가 채택될 경우에 대비
하여, 한·미·일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장기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
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북한체제의 안정화, 한반도평화정착, 남북한 평화공존체제 정착, 한·미동맹체제의 변화, 동북아안보협력체제 등에 관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정부 부처간 정책조정 및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 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정부부처간 정책조정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보강하고 정책형성 및 정책조정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Ⅵ. ‘포괄적 접근’을 통한 문제해결과 남북한 관계발전의 기반 구축
김 학 성 1. 서론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이후 더욱 활성화된 정치적 대화를 바
탕으로 경제 및 사회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사업들이 한층 활발해 졌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예컨대 2000년과 2001년도에 유럽연합국가 들과의 수교를 비롯하여 대외정책에 주력했으며, 2002년도에는 가격 조치의 개혁과 신의주, 개성, 금강산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등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모습과 달리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의 약속사항인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이행하고 있지 않으며, 또 한 경의선과 동해선의 복원에도 한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2002년 6월말에는 서해상에서 남한의 함정에 대한 무력도발
을 자행했으며, 10월 초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의 평양방문시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이래 미국의 제재에 대해 「북·미 제네바 합 의」를 위반하는 핵개발 재개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앞에서 언급한 긍정적 변화모습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일련의 「제네바 합의」 위반행위는 그 동안 힘들게 일구어왔던 남북한 관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매우 중대 한 사안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남한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물론이고, 더욱이 북·미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될 경우에 남한은 원하지 않게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려들 수 있는 위험성이 증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반도 긴장고조는 지 난 몇 년간 북한이 보여준 경제난 극복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
이처럼 북한정권이 스스로에게나 한민족 모두에게 큰 위험을 초래 할 수 있는 핵위기를 재현하고 있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미국은 켈리의 방북시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북한이 인 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핵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들의 ‘시인 도 부인도 않는’(NCND) 일반적 행태를 감안하면, 북한의 시인과 핵 동결 해제조치는 의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나, 근본적인 배경에는 체제생존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 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처럼 핵동결 해제 조치는 북·미협상의 재개 및 불가침조약의 체결을 위한 단순한 협상카드일 수 있다. 이에 반해 북 한의 주장은 단지 눈가림에 지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안보차원에서 체제생존을 도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아마도 북한은 할 수만 있다면, 후자의 결과를 얻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를 향한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못할 것이며, 설령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안보문제의 해결이 체제생존 을 담보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의 체제생존은 단지 외부로부터의 위협뿐만 아니라 경제난으로 인해 야기되는 내부의 위협을 극복할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독자적 능력으로는 경제난 을 해결할 수 없으며, 외부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 다는 데 있다.
북한이 핵동결 해제조치를 북·미 불가침조약과 연계시키는 것도 결 국은 정치적·경제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북한이 경제적 대가보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