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면서 미·
중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한반도에 대한 양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가 점 차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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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양 강대국은 한반도에서 대치중인 한국과 북한에 대한 각자의 전략적 이해가 증가할수록 한국과 북한이 자국의 이해에 맞게 행동하도록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할 것이다.
중국은 1992년 수교한 이래 한국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하여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양국의 교역량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 파 트너가 되었으며 한국의 대외교역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 전체 교역량의 약 25 %에 해당한다. 그리고 향후에도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대외교역이 차지하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국 의 중요성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이 정치·외교적으로 한·중 관계는 2000년대 들어 더 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을 중심으로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의 외교적 매력적 선심공세(Charm Offensive)는 강화되고 있다.170 이는 중국 신지도부의 국력에 대한 자신감과 미
170_매력공세(charm offensive)는 중국이 주변국들에 대해 경제적 지원과 포용정책 을 강화하면서 관계를 강화하는 적극적 외교를 의미한다. 한국과는 양국관계 강화를 위해 경제협력 강화, 정상회담 및 고위급 회담의 채널과 개최횟수 증가, 다양한 형태의 민간교류 지원확대 등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의 매력공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Joshua Kurlantzick, “China’s Charm Offensive in Southeast Asia,” Current History (September, 2006), pp. 270~
276; Joshua Kurlantzick, Charm Offensive: How China’s Soft Power Is Transforming the World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8) 참조.
국과의 관계에 대한 변화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중국의 지도부는 미국을 위협으로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협 력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미국중심의 국제질서 내에서 자국의 국력 증강에 주력했다면, 현재의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치를 미국과 대등하게 보면서 점차 미국중심의 국제질서에도 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동북아에서 한반도 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과거보다 훨씬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외교가 과거와는 다른 형태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중국의 한반도 전략 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관점에서 조화외교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이 설정하고 있는 한반도의 미래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상황전개는 한반도 정세의 ‘현상유지’이다. 여기서 ‘현상유지’는 기 본적으로 남북 분단과 현재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의미한다.
다만 ‘현상유지’ 상황은 다시 ‘현상유지+’, ‘현상유지’, ‘현상유지-’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현상유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정권을 유 지하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것이다. 동시에 한·중 관계가 더욱 강화되어 한국과 중국이 동맹 또는 준동맹을 결정하는 경우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최근
‘한·중 동맹’
필요성과 개연성이 제기되기 시작하고 있다.171 즉, 북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을 하고 중 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안보에 있어 한국과 미국 에 대응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남고, 한국은 중국과 동맹을 수립함171_閻學通, 历史的惯性:未来十年的中国与世界 (北京: 中信出版社, 2013),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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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써 중국에 우호적인 친중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 경 우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라인에 치명적 구멍을 낼 수 있는 발 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현상유지’ 상황에서 중국이 고려할 수 있는 다른 경우는 ‘현상유지-’이다. 북한 정권이 현재의 정책을 유 지하지만 중국으로부터는 보다 독립적인 행태를 나타내고 한국과 미국에게는 보다 타협적인 정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경 우에 해당 된다. 중국은 이 경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지만 북한은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준다 는 점과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의 전략적 상황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한반도에서 자국의 이해를 최대화할 수 있는 ‘현상유지+’를 목표로 북한과 한국에 대해 적극적인 매력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한 국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한·중 동맹’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전단계로서 인문유대 강화와 일본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한·중 역사동맹’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 한 외교적 공세는 미·중 관계 맥락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주변국 전 략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것으로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조화외 교를 전개하는데 역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한·미 동맹 강화와 함께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필요성 보다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한국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전략 적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국은 또한 중국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에 한국이 참여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 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취하고 있는 정치외교적 입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되고 보다 긴밀해질수록 한·미 동맹과 성숙한 한·중 전 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에 대한 의심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미·일 동맹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현 재 아베 총리는 한·중 관계에 대한 자국의 경계심과 우려를 미국에 확산시킴으로써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
중 관계에 대한 미국의 의심의 결과는 향후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 날 것이다. 미국은 우선 한국이 한·미 동맹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 하게 보여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지위와 전시 작전권 등을 포함해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를 보다 높이 도록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은 동시에 한국의 상황 전개에 대한 준 비에 있어 ‘플랜B’ 준비의 필요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도발, 북한의 급변사태, 통일 등과 같이 한반도에서 한·미 동맹의 견고한 대응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전개될 때 미국은 한국 과 한·미 동맹에 대한 최대한의 공약 이행을 보여주지 않을 개연성 을 높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변화하는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으 로서는 한·미 동맹에 대해 보다 흔들림 없는 헌신과 노력을 보여주 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향후 더욱 강화해 올 한국에 대한 외교공세와 충돌할 개연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반드시 한·중 관계와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도 북한의 위협변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국이 한·미 동맹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향후 보 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미·중 경쟁에서 한국은 양 강대국 사 이에서 균형 잡힌 조화외교를 전개하기 위한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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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중 양 강대국 사이에서 조화외교를 전개하는데 있어 고려해야할 점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중 관계는 강대국 간의 외교라는 사실이다. 강대국 외교의 특징은 이들 국가가 국제 적 영향력을 세계적 수준과 지역적 수준에서 경쟁하는 강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전개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는 강대국에게 있어 한국은 그들의 전 세계 전략 또는 지역전략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전략에서 고려하는 한 부 분으로서 이들 강대국이 고려해야하는 사안에서 후순위에 해당한 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예를 들어보면, 한국에게 있어 미국, 중국, 북한은 가장 우선순위에서 고려해야 할 대외변수이지만, 미국과 중 국에게 있어 한국과 북한은 정책적으로 후순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와 북한문제가 이들 강대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가치와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한반도 문제가 미·중 관계 그 자체를 훼손 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한국에게 있 어 북한의 도발 또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같은 상황은 국가와 민족 의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동일한 사건으로 양 강대국이 직접 충돌하는 경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맥 락에서 이른바 ‘한국 따돌리기(Bypassing Korea)’ 문제가 제기되기 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예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
일 갈등이다. 이 열도에 대해 일본은 사활을 건 대응을 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중·일 간 무력충돌 발생 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당연히 상 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과 다른 이해를 가지고 다르게 대응할 개연성이 더 높다. 현재 일본은 미국이 확고히 공약을 이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를 하고 있고 그를 위한 외교적, 전술적 노력을 경 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의 변화가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