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화관
가. 남한: 소극적 평화(전쟁이 없는 평화)
남한은 평화를 전쟁 또는 전복의 반대 개념으로 정의하고, 헌법에서 평 화통일을 통일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28 평화통일이 남한헌법의 이념으 로 규정되고 있음은 평화통일의 실현이 남한의 국가적‧국민적 과제로 제
28_헌법은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 을 공고히”(前文)할 것과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제4조)할 것을 규정하고 있
다. 또한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제66조
3항)고 규정함으로써 평화통일을 위한 대통령의 의무도 제시하고 있다. 「1987
년 대한민국 헌법」 참조.
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남한 정부는 분단상태를 평화적으로 관리 하면서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해 상호 적대감과 불신을 해소하는 한편, 가공적인 국가체제의 조립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민족공동체 형성’에 주력하는 공동체통일방안29을 수립하여 평화통일을 추진해 왔다.
남한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통해 통일의 기본원칙으로 ‘자주‧평 화‧민주’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평화’의 의미와 관련하여 남한은 통일 이 전쟁이나 상대방을 전복하려는 방식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반 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민족공동 체 통일방안은 아무리 통일이 민족지상의 과제로 절실한 염원이라 할지 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민족의 희생을 강요하는 무력이나 폭력의 방 법을 결코 사용해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통일은 무력의 사 용이나 폭력적인 수단을 배제하고 대화와 교류를 통하여 평화적인 방법 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경험에 기 초하여 평화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30 그리고 평화의 문제 를 신뢰의 문제와 연결시켜, 1992년에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신뢰 를 구축하기 위한 조항을 삽입하였다.31그러나 남한은 평화를 통일의 방
29_‘공동체통일 방안’은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 (1982)으로 시작되어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1989)을 거쳐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1992) 등의 남북관계 개선을 고려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1994.8.15)으로
발전적으로 제시되었다.
30_남한은 1950년 한국전쟁을 북한의 남침에 의해 발발된 것이며, 따라서 전쟁 당 사자도 북한과 미국이 아니라 남‧북한이고 평화의 당사자도 남‧북한인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1953년 휴전이후에도 남‧북한간에 폭력사태가 끊일 날이 없었 음도 강조한다. 1968년 1‧21사태를 시작으로 1970년대 비무장지대 남침땅굴 굴착행위와 1983년 미얀마 아웅산묘소 테러사건과 1987년 대한항공여객기 폭 파사건 그리고 1996년 잠수함 침투사건, 1998년과 2002년 서해교전이 그 대표 적 실례이다.
31_기본합의서 12조는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훈련의 사전통보와 통제, 비무장지 대의 평화적 이용, 군인사의 상호교류와 정보의 교환, 검증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신뢰구축조치의 시행을 통해 필요한 정도의 투명성(Transparency)을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포함한 단계적 군축 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선 신뢰, 후 군축」의 수순을 거부하고,
「선 군축, 후 신뢰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법‧과정‧목적 중 방법과 관련하여 주로 강조하는 제한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화란 소극적 의미에서는 전쟁으로 상징되는 무 력적 충돌이 없는 상태를, 적극적으로는 여기에 더하여 분쟁요소가 해소 되고 평화가 유지‧관리되는 상태를 의미한다.32 남한의 평화관은 소극적 평화관에 가깝다.
나. 북한 : 굴종적 평화와 진정한 평화
북한은 계급적 관점에 기초해서 평화를 2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이 른바 ‘제국주의 국가’들의 억압에 의해 이뤄지는 노예적 굴종의 ‘부르죠 아 평화’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제국주의 국가’를 지구상 에서 영원히 축출한 후 이룩할 수 있는 ‘진정한 평화’가 있다는 것이다.33 또한 북한은 ‘진정한 평화’는 협상과 같이 구걸하는 방법이 아니라 제국 주의자들과의 투쟁에 의해서 이룩되는 것이며,34 ‘미 제국주의’와의 투
32_평화연구자 갈퉁(Johan Galtung)은 평화를 ‘소극적’(negative)의미와 ‘적극 적’(positive) 의미로 구분하였다. 소극적 평화관은 전쟁의 반대가 곧 평화라는 인식 아래 전쟁 및 갈등, 또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평화 상태로 본다.
소극적 관점에서 평화는 분쟁이나 전쟁, 갈등의 제거를 통해서만 달성된다고 본다. 적극적 평화관은 전쟁이나 대립을 발생하게 하는 요소들과 원인들을 근 원적으로 제거해야 비로소 평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적극적 평화관 은 사회‧경제적 측면의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빈곤, 기아, 정치적 탄압 등)의 제거를 통하여 평화가 보장된다고 본다. 따라서 평화는 인간의 기 본적 욕구 충족, 경제적 복지와 평등, 정의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가치가 구현 되고 보전되는 진정한 발전 상태를 의미한다. Johan Galtung, “Violence, Peace, and Peace Research,” Journal of Peace Research, No. 6 (1969), pp.
167~191.
33_“노예적 굴종이 가져다 주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평화의 파괴자들을 반대하
여 투쟁하며 노예의 평화를 반대하여 억압자들의 통치를 뒤집어 엎지 않고서 는 진정한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 김일성, 김일성 저작선집 4 (평양: 조선로 동당출판사, 1968), p. 521; “부르죠아평화주의의 반동적 본질은 제국주의의 존 재 자체가 전쟁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면서 제국주의를 때려 부시지 않 아도 지구상에서 영원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설교하는 데 있다.” 정치사 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3), p. 1163.
34_“침략과 전쟁은 제국주의의 본성이다. 제국주의자들에게 구걸하는 방법으로써
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의 주체적 혁명력량을 강화하여 침략자들을 단 매에 소멸할 수 있을 때 평화의 유지와 그 공고성은 담보된다. 평화를 전취하기 위해서는 또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원칙적 립장을 견지하고 견결한 반제투쟁
쟁35이 그 기본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이러한 평화관에 기초하여 북한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이 지속되는 한(제국주의가 남아 있는 조건하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노예적 굴종의 사이비 평화이며, 진정 한 평화는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의 평화’는 주한미군 철수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통일수단으로 평화적 방도와 비평화적 방도의 두 가지 방 법을 제시하고 있다.36 평화적 방도란 남한 내에서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한 다음,37 남한의 혁명정권을 흡수하거나 또는 남한의 현 체제가 연 공정권 또는 용공정권으로 교체된 후, 이 정권과 합작통일을 실현하는 방 법을 말한다. 이러한 평화적 방도를 적용한 전술이 바로 연방제 통일론이 다. 그리고 비평화적 방도란 전쟁의 방법으로 남한을 공산화하고 통일을 달성하는 것으로 무력통일론을 의미한다. 무력통일론은 가장 완전하고 가장 빠른 통일방법이므로 북한으로서는 가장 원하는 방법일 수 있다. 단 지 월등한 대남 군사력 우위와 외국간섭의 배제 (특히 미국)라는 두 가지 조건이 쉽게 갖추어 지지 않아서 그 동안 주저해왔던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북한이 분단 이후 줄곧 주장해 온 주한미군 철수는 바로 비평화 적 방도의 통일을 지향하는, 즉 무력통일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라
을 전개해야 한다.” 김일성 “우리의 혁명과 인민군대의 과업에 관하여,” p. 31.
35_“제국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에서도 반미투쟁은 평화를 위한 투쟁의 기본이다.
미제국주의는 평화의 주된 교란자이며, 평화의 가장 흉악한 원쑤이다. 미제국 주의를 반대하는 투쟁을 떠나서는 세계평화를 수호할 수 없으며, 민족적 해방 과 독립도,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승리도 이룩할 수 없다.” 김일성 저작선집 3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75), p. 415.
36_김일성 저작선집 4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68), pp. 91~93. 북한은 평화 적 방법에 의한 통일이란 ① 남한 당국이 인민들의 압력에 못 이겨 「조국통일
3대원칙과 5대강령」을 접수‧실현할 경우, ② 남한에 반제‧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되거나 중립화될 경우, ③ 「남조선혁명」이 승리할 경우 가능함을 주장하였 다. 한편 비평화적 방법에 의한 통일은 ① 미국이 북침하여 전쟁을 일으킨 경 우, ② 미국의 세력이 약화된 경우, ③ 남한의 혁명정세가 고양되고 남한 인민 이 북한의 지원을 요구할 경우 가능함을 주장하였다. 허종호, 주체사상에 기 초한 남조선혁명과 조국통일 리론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5), pp. 264~271.
37_“평화통일은 남조선에서 파쇼통치제도의 청산과 원수들을 반대하는 계급투쟁
을 동반한다.” 위의 책, pp. 205~210.
할 수 있다.
남북한의 평화관을 정리해 볼 때,한반도 평화에 대하여 남북한은 공통 적 인식과 상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바,38 이를 정리하면 <표 4>와 같 다. 남북한의 한반도 평화인식은 적극적인 의미에서 “한반도에서 무력적 충돌이나 군사적 행동이 없고, 한반도 평화를 교란할 수 있는 비평화적인 요소들이 제거되어진 상태”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무력적 충돌의 소 멸이란 점에서는 상호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비평화적 요소들에 대한 해 석에 있어서는 상호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표 4> 남북한의 평화개념
남 한 북 한
소극적 평화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없이 국내적‧국제적으로 사회가 평온한 상태
굴종적 평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이 지속되는 가운데 군사적 행동이 중 지된 평화상태
적극적 평화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없이 국내적‧국제적으로 사회가 평온하고, 북한이 적화통일 전략‧
전술을 포기한 상태
진정한 평화
조선반도에서 군사적인 행동이 중 지된 가운데 평화상태를 회복하고, 주한미군이 철수되어진 상태
38_‘자주’의 개념과 관련, 남한은 통일이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민
족자결의 정신에 따라 남북 당사자간의 상호협의를 통해 우리 민족 스스로의 뜻과 힘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의미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자 주는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끝장내고, 남조선에서 미제가 나가도록 하 는 것입니다(1990.8)’라는 김일성의 주장처럼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 안보동 맹체제의 와해를 의미한다. 심병철, 조국통일문제 100문 100답 (평양: 평양출 판사, 2003), p. 13; 강승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밝히신 조국통일사상 과 그 빛나는 구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3), pp. 39~51; 허종호, 주체사 상에 기초한 남조선혁명과 조국통일 리론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5), pp.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