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승선 실습 후기
저는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인 기관, 해양경찰학부에 재학하며 이제 졸업을 앞둔 4학년입니다. 저는 약 5개월간의 외부 승선실습과, 약 1달 반정도의 내부 승선실습 을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저는 외부실습의 경우 IMS KOREA라는 선사에서 ‘DORAJI GAS’라는 선명을 가진 LPG선에 승선하여 실기사로 업무를 진행하였고, 교내에서는 세계로호 에서 한달 반 가량의 내부 승선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승선 실습 후 기에서는 외부 승선 실습의 경험을 다루고자 합니다.
저는 외부실습을 하는 동안 미국,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중동의 항로를 다녀왔습 니다.
처음으로 저는 외부 실습 승선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여, 휴스턴에서 승선을 진행 하였습니다. 처음 휴스턴에서 승선을 하고, 첫 일주일간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 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1기사님께서 제가 답답했는지, 억지로 공부를 시키고자 매일매일의 데 이 워크가 끝날 무렵에 ECR에 모여 앉아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저에게 간단한 퀴즈 및 문제들을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교내에서 배운 것들을 응용하여 안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저는 당연히 제가 모든 질문 에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기본적인 부분은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다르게 기관실의 구조 및 각 탱크의 구조 등에 대한 것들에 대 하여 질문하셨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도 하지 않았던 터라, 대답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조차 못했고, 그 날 저는 1기사님께 엄청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이 는 제게 실습생활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고, 제 풀어진 정신을 다시 잡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신을 다잡고 그 후 약 한달 가 량의 시간을 매일 밤 21시부터 1시간가량 ECR로 내려와서 기관실을 한번 둘러보고, 인스트럭션 북을 한번이라도 더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기사님은 그 과정을 끝마치며 질문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고 하면 되는 걸 왜 하지 않느냐 라며 칭찬해 주시면서 음료 한박스와 함께 맥주 한 캔을 선물하셨습니다. 당시 혼나기만 해서 무서웠던 1기사님께 선물을 받고 처음 칭찬을 받다 보니 얼떨떨한 저에게는 생각치 도 못한 큰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그날 이후로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고자 질문을 하다 보니, 1기사님께서는 기특하셨는지 야간 순찰시간에 직접 저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기기를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기기의 원리 및 사용하는 곳 에 대하여 설명 해주셨습니다. 딱딱하게 설명 해주시는 게 아니라, 3기사의 담당 기기를 중심 으로 설명해주시며, 모르면 3기사한테 다시 물어봐 나도 잘 모르겠다 라고 장난도
치시며 분위기를 풀어주셨습니다. 이를 통해서 다음 승선때부터는 우선적으로 겁부 터 먹는 것이 아니고, 뭐든지 시도해보고 안되면 상급자에게 질문해서라도 풀어나 가려는 모습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실습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딱 두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로 제가 처 음으로 보일러의 버너를 수리하고자 할 때와 조수기를 돌리려고 할 때 기관장님께 서 해주신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기관장님께서는 처음으로 수리해보러 가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는 “실기사 긴장 많이 했고만, 무슨 문제생기면 뒤에서 3기 사가 도와줄거고, 그래도 문제가 지속되면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걱정 하지 말고 가서 한번 해봐.” 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어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거라 긴장을 많이 하던 저에게는 정말이지 큰 힘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제게는 승선실습을 하는 내내 귀에 멤돌았던 말들 중 하나이며, 이런 기관장님의 말씀은 제가 노래 다음으 로 가장 많이 되새겼던 말들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일은 제가 승선하던 선박에서 중국 닝보에 입항하게 되었을 때 보일러 버너의 문제로 백 파이어, 즉 역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처음에 3기사님 이 ECR로 달려오셔서 보일러의 불이 안 꺼진다고 말했을 때 저는 막상 겁부터 났 습니다. 그 말을 들으신 기관장님, 1기사님, 2기사님 모두 보일러 앞으로 달려가셨 고, 저는 ECR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얘기를 듣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때 브릿지에서 전화가 왔고, 브릿지에서는 검정연기가 왜 나는지 상황을 파악하 기 위함이었으나, 저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기관사관을 찾는 선장님의 말씀에 기관사들 다 보일러 앞에 가 있습니다. 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선장님께서 얼른 가서 연기 빨리 해결하라고 전달하라는 지시를 하셔서 저는 보일러 앞으로 달 려가던 중 모든 사관들이 보일러에 달라붙어서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담당 사관인 3기사 한명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일인 것마냥 모든 사관들이 달라붙어 일을 도와주고 조언해주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두가지의 경험이 제가 5개월간 외부실습을 진행하는 동안 3기사로 승선 해야겠 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도 뭐든 도전하기 두려우면, 저에게 1기사님이 해주셨던 말씀 중 하나이신 ‘할 수 있는 데 왜 도전도 안해봐?’ 라는 말씀이 떠올라서 무엇이든지 도전해보는 습관이 생겼 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처럼, 모든 실습생들이 실습에 나가기 직전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두려움 뿐만 아니라 선배들에게 전해들은 부정적인 영향에 의해 두려움 이 형성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후배들이 알고 있는 단순하게 금전적인 부분 제 외하고도, 저처럼 새로운 점을 느끼고 깨우치는 계기가 되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에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실습에 임해보는 것 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