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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와 정부: 네트워크 속에서의 공존

IV. 네트워크 거버넌스

의 근거이다. 오히려 신성로마제국이나 유럽연합과 같이 비(非)근대국가적 인 다양한 정치시스템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느슨하게 운영되어온 것이 바로 웨스트팔리아체제라고 할 수 있다.33

이처럼 웨스트팔리아체제 내에 다양한 단위체들이 공존했다는 점은 기존 의 국가중심적 패러다임에서는 쉽사리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34 웨스트 팔리아체제의 시스템 관리기능이 허술했다는 점도 이러한 반박에 힘을 실 어주는데, 주권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크래스너(Stephen Krasner)는 다양한 협의와 계약, 위협, 강압 등의 방법을 통해 주권 원칙이 수없이 위반 되어온 웨스트팔리아의 역사를 지적하고 있다.35이와 같이 웨스트팔리아체 제가 느슨한 형태로 계속 유지되어 왔으며 강대국들 사이의 밀약과 협상을 통해 작동되어 왔다는 점은 오늘날 “거버넌스”의 등장에서 시사해주는 바 가 크다. 결국 “거버넌스”와 “국민국가” 사이의 관계는 그동안 상황과 조건 에 맞추어 적절한 방식으로 “타협되어온(compromised)” 웨스트팔리아 체 제가 새로운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집약 된다고 할 수 있다.36

이러한 경험적, 역사적 관찰을 받아들인다면, 최근 들어와 논의되고 있 는 국민국가의 쇠퇴가 겉보기와는 달리 사실상 웨스트팔리아의 전통 속에 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온 국가체제의 한 가지 변화양상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37 전통적인 국민국가는 반드시 국내 및 대외적인 영역의 전부를

33_Andreas Osiander, “Sovereignty, International Relations, and the Westphalian Myth,” International Organization, 55(2) (2001), pp. 269-273.

34_안드레아스 오시앤더(Andreas Osiander)는 근대 세계체제의 발전과정에서 주권 관념의 등장이 하나의 분수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주권관 념은 19세기에 들어와 프랑스혁명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서서히 발전되어 왔을 따 름이다(Ibid, pp. 281~282). 이렇게 보면 거버넌스도 주권개념처럼 장기간에 걸쳐 자리 잡게 될 대안의 복합적 개념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하루아침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버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35_Stephen D. Krasner, “Compromising Westphalia,” International Security, 20(3) (1995).

36_스티픈 크래스너(Stephen Krasner)에 따르면,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과 규 범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한 규범과 권위적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인식론적 각본 (cognitive script)” 또는 “조작된 허구(organized hypocrasy)”에 불과한 것이 바로 주권개념이다. Stephen D. Krasner, Problematic Sovereignty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1), p. 42.

37_일관성을 유지해온 것처럼 보이는 웨스트팔리아의 주권원칙이 크게 위반 또는 변

통제할 필요도 없으며, 단지 선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에 서 융통성 있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국가의 권력이 쇠 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것이 충분하게 회복될 수도 있 다. 지난 수백 년 간의 웨스트팔리아체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는 새로운 세계화의 도전 속에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 (shrunken)”되면서 완전하게 새로운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으로 옮겨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 하위단체 및 초국가적 단위체 등에 의해 국민국가의 권력과 권한이 상당 부분 분산되기는 했지만, 국가는 “물러난(rolled back)”

것이 결코 아니다.38국가는 내부에서 여전히 국내사회를 통제하고 시장을 움직이면서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을 활발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 가에서 정부는 여전히 경제활동에 세금을 부과하고 시장의 왜곡현상을 통 제하며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또한 경제 및 사회활동의 혁신과 투자에 있어서 지도적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들 의 해외활동이 대폭 확산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들의 정체성은 국가 단위 체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39 세계화의 추세로 인하여 국가의 권한이 상당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외적으로 국가가 소멸되었다는 징후는 아직 찾기 어 렵다. 또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가 반드시 민족국가와 주권의 원리를 초월한 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40 하지만 서구 복지국가 및 제3세계 발전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

질된 사례로는 19세기의 식민지주의, 소국가들에 관련된 여러 조약, 유럽연합, 리고 인권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자행된 국가들 사이의 상호 내정간섭을 꼽을 수 있다. Daniel Philpott “Westphalia, Authority, and International Society,” Political Studies, 47(3) (1999), p. 578.

38_Alberta M. Sbragia, “Governance, the State, and the Market: What Is Going On?”

Governance: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olicy and Administration, Vol. 13, No. 2 (2000), p. 249.

39_William W. Keller and Louis W. Pauly, “Globalization at Bay,” Current History, Vol. 96, No. 613 (1997), pp. 370-373.

40_Edward S. Cohen, “Globalization and the Boundaries of the State: A Framework for Analyzing the Changing Practice of Sovereignty,” Governance: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olicy and Administration, Vol. 14, No. 1 (2001), p. 93.

구하고 근대국가는 여전히 스스로를 외부환경에 맞추어 변화시키면서 생존 해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국제정치가 여전히 “국가 간(inter-national)” 영역 에 머물러 있다는 월츠(Kenneth N. Waltz)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 어렵다.

그의 표현대로, “전(全) 지구적 정치 또는 세계정치는 아직도 국가 중심의 정치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41 오히려 국가가 세계경제의 변화 즉, 세계 화의 추세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왔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 변화능력을 주 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화라고 하는 경쟁적 체제 속에서 국가는 생존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국가가 스스 로의 적응능력을 갖출 때에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세계화와 내부로 부터의 분리요구라는 양면공격에 직면하여 국민국가는 스스로를 변화시키 고 환경에 적응시키면서 생존해왔다.42 주권의 원리 역시 전통적인 폐쇄형 의 웨스트팔리아 모델로부터 벗어나 세계화시대에 맞춘 새로운 개방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개방형 체제는 단위체들 간의 상호의존과 허술한 경계선, 그리고 국경을 손쉽게 넘나드는 초국가적 기구들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 한 노력들을 통하여 국민국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내부 및 외부환경에 적응해왔던 것이다.43

결국 세계화의 추세 및 그로 인한 국민국가의 변화는 별개의 과정이 아니 라 상호 연관된 중첩 현상으로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오래 전에 카(E. H.

Carr)가 이미 예측했듯이 통합과 분리라는 모순적인 힘의 대치관계 속에서 주권의 원리는 모호해지고 국민국가는 점차 변화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국 가 역시 세계화의 추세가 가능하도록 하는데 일조해왔다고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국민국가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특징으로 하는 전 지구적 네트워 크 속에 내재된(embedded) 형태로 존재해 온 것이다.44 국가와 세계체제는

41_Waltz, “Globalization and Governance,” p. 696.

42_Graham Wilson, “In a State?” Governance: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olicy and Administration, Vol. 13, No. 2 (2000), p. 239.

43_Christopher K. Ansell and Steven Weber, “Organizing International Politics:

Sovereignty and Open Systems,” 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20, No. 1 (1999), pp. 73-83.

44_Ibid., p. 89.

David Held and Anthony McGrew, “The End of the Old Order? Globalization

상호 연계 및 의존되어 있으며 서로를 변화시키고 재구성한다. 국가하부 단위체 및 초국가 단체와 같은 새로운 거버넌스의 등장은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45 국민국가는 다양한 거버넌스 단위체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재구성해왔으며, 국내 및 국제적 영역을 넘나들면서 “중 재자(broker)”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46

네트워크 거버넌스는 이와 같은 국가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비록 거버넌스라는 용어 자체가 국가기능과 권위의 분산을 전제로 자리 잡아왔 지만, 지금까지 국가 또는 정부라는 핵심 행위자의 위상에 대해서는 심각한 논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논의에서는 무엇보다도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즉 “노드(nodes)” 뿐 아니라 노드들 사이 의 “링크(links)”가 중요하며, 특히 링크의 수로 측정되는 노드들의 집중도 를 기준으로 하여 불균등 분포를 보이는 노드의 규모가 중요시된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거버넌스에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공존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의 힘과 자원의 분포가 불균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네트워크 거버넌스 이론은 국가의 역할에 대해 한층 더 나아간 논의를 전개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근대 국민국가는 그 권위 와 역할에 있어 분산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소멸 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적극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기능이 다변화 되고, 특히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복잡한 형태로 재편성되 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네트워크 거버넌스에서는 바로 국가라는 노드가 다른 비정부 행위자 노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국가와 정부는 분산형 거버넌스가 원활 하게 작동하도록 책임 있는 조정기능을 수행하고 그로부터 전통적인 정당 성과 민주주의의 원리가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능으로 인하여 대의

and the Prospects for World Order,”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24 (1998), p. 242.

45_David Held, “Regulating Globalization? The Reinvention of Politics.”

International Sociology, Vol. 15, No. 2 (2000) 참고.

46_Ian Clark, “Beyond the Great Divide: Globalization and the Theory of International Relations,”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24 (1998), p. 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