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유엔 인권레짐이 북한 인권정책에 미치는 효과
1. 국제규범의 사회화: 외교적(형식적) 수용
북한이 유엔 인권레짐과 국제인권민간단체들과의 접촉 증대로 국제 인권규범에 대해 순응하는 정도를 사회화로 규정하고, 사회화의 효과 는 외교적 수용과 실질적 수용으로 대별할 수 있다. 외교적 또는 형 식적 수용으로 는 북한이 국제 인권레짐에 가입하고, 인권레짐이 요 구하는 기본적인 절차와 요구에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실질적 수용 은 국제인권규범이 국내 입법과 실행에서 충실히 반영하는 것으로 사 회화의 학습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화 정도는 남한과의 정통성 경쟁이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유엔 인권레짐이 북 한의 인권 실태의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가. 국제 인권레짐에 적극 가입
제4장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은 다양한 유엔 인권레짐에 가입 하였고, 특이한 점은 북한은 남한보다 10년 앞서 1981년 9월에 국 제인권규약 A 규약에 가입하였다. 아동의 권리협약에 대해서도 1990
년 9월 효력을 발생한지 20여 일 후에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에
가입하였다. 북한의 B규약 탈퇴 선언은 반발과 순응이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으나 이것은 유엔 인권레짐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또한 B규약 탈퇴 성명 이후 1988년 5월 아동의 권리협약에 관한 정기보고서의 심사를 받는 것은 북한이 사안별로 주 권원칙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 이다. 특히 아동의 권리위원회에서는 북한에게 아동의 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종차별철폐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과 같은 다른 국제인 권규약에 가입하도록 권고하였고, 북한 당국은 2001년 2월 여성철폐 협약에 가입하였다.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단일민 족 내부에 인종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 하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에 대해서는 북한은 B규약 2차 정기보고서 심사에 대한 대응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북한 내에는 고문의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이 협약에 가입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또한 B규약의 선택의정서에 가입하고 있지 않는 이유는 B규약
2차 정기보고서 심사에서 B규약에 유보 없이 규약에 가입하였고 공
민의 권리를 원만히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주장과 협약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정 하고 엄격한 신소와 청원제도를 갖추고 있어 국내에서 원만하게 해결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라 밖으로 이 문제를 들고나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는 내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은 국제기구로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민기 구(IMO), 국제조약으로는 부녀자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협약, 인신 매매금지 및 타인의 매춘행위에 의한 착취금지에 관한 협약 및 최종 의정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등 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교적 차원에서 국제인권규범을 수용 하는 것이 당장 국제인권 규범의 실행적 수용으로 연계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국제 인권레짐, 다자적-양자적 인권 포럼 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곧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와 가입 자체는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이에 따른 실리를 챙길 수 있다. 북 한 당국은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테러 참사 이후 기존의 반테러
유엔 인권레짐이 북한 인권정책에 미치는 효과 81
조약에 모두 가입할 의사를 표명한바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제인권규약의 가입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인권정책의 순응도를 평 가할 수 있다.
한편, 유엔회원국으로서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북한당국의 인식을 통하여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의 반응과 관 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기념하여
「로동신문」,
「민주조선 」에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 것은 인권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으로 외형상으로는 긍정 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나, 신문의 기본논조는 인권문제를 정치 적으로 인식하여 국제인권규범의 기준과는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 은 국제인권규범의 내재화, 실질적 수용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극히 부정적인 반응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78)나. 인권레짐의 절차 및 요구수용
절차적 수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엔 인권레짐이 요구하는 정 기보고서의 제출일 것이다. 북한 당국이 국제인권규약 A, B규약에 동 시에 가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규약의 최초보고서를 A규약의 보고 서에 앞서 제출한 것은 남한의 권위주의 정권을 의식한 인식의 발로 라고 할 수 있다. 이는 1983년 제출한 최초보고서에서 남한의 인권 유린실상을 강하게 비난하는 부분을 수록하고 있는 데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국제인권규약의 절차적 수용의 순응도 평가라는 측면에 서 최초보고서는 B규약의 권리이행과 관련하여 규약에 규정된 권리를 포괄적으로 나열하면서 보장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78) 「로동신문」, 1998.12.10, 1999.12.10, 2000.12.10.
법규의 조항, 실천적 방도와 현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 으며 김일성의 시혜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 당국은 B규약의 이행실태를 보고하는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B규약보다는 A규약의 권리보장에 대하여 양적으로 더 많은 부분을
할당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남한에서의 인권침해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부각하였다. 최초보고서에서 작성양식에 없는 남한의 인 권을 거론한 것은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정치적 의도로 인해 작성규 칙을 숙지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유엔인권규약에서 요구하는 절차조차 순응하지 못하는 것이거나 알면서도 선전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1984년 유엔 인권 이사회가 요구하는 작성규칙에 따라 추가보고서를 제출하였다.
B규약 2차 정기보고서의 제출도 지연시킨 것은 부정적 반응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1987년까지 제출해야 하는 2차 정기보고서 제출이 지연되자 유엔인권이사회는 수십 차례 제출을 촉 구하는 독촉장을 발송하였지만 이행을 하지 않았다.79) 특히 절차적 수용이라는 점에서 보면 북한의 순응도가 극히 나쁘다는 점은 1997 년 유엔인권소위에서 채택한 대북인권결의안에 잘 나타나고 있다. 유 엔의 인권소위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결의안을 두 번 연속 채택 한바 있다. 이에 북한이 B규약 탈퇴를 선언하자 유엔 인권레짐을 중
심으로 B규약의 탈퇴선언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하고 B
규약의 의무를 준수하라는 압력이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B규약 탈퇴 선언과 의무불이행에 따른 국제적 고립이라는 정치적 불이익을 고려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태도를 바꿔 2000년 3
월에 B규약에 대한 제2차 정기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하였다. 북
한은 앞으로도 국제적 고립 탈피와 경제적 지원 확보를 위해 유엔 인 79) AI INDEX: ASA 24/03/93, OCTOBER 1993.
유엔 인권레짐이 북한 인권정책에 미치는 효과 83
권레짐의 의무 사안인 보고서 제출은 국내 정치의 급격한 변화가 없 는 한 현재와 같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다.
북한 당국의 긍정적 반응은 주로 아동, 의료 및 보건 분야에서 나 타나고 있는바, 경제적 현실이 앞으로 인권정책 분야에서의 북한의 선택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아동분 야에서 활발하게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보 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유니세프의 세계 어린이통합정보체계(Global Information System and Child Info) 구축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중앙통계국 관계자 4명은 호주 국제개발처의 자금 지원으로 금년 10월 호주 시드니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실무교육을 받을 예정이고, 국제기구를 통한 보건, 의료분야의 해외연 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어 린이와 산모들의 질병 퇴치를 위한 국제 연수 계획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방북단과의 정치대화(2002. 6.15~18)에서 인권문제의 지속적 협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인 권탄압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고 또한 북한의 인권 실태의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얻기 위해서 국 제적 행사와 훈련 계획에 적극 참여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 인권레짐의 요구에 대한 수용: B규약 2차 정기보고서를 중심 으로
앞에서 기술한 유엔 인권소위의 두 번에 걸친 ‘북한인권상황 결의’ 에서 지적한 주요 사안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거주·이동의 자유를 처음으로 명문화하였고, 인권이사회에 제2 차 정기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대외 이미지와 체제 위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