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업가 활동과 경제성장
기업가 활동(entrepreneurship)78이야말로 현대적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 중 하나라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상식이 되었으며, 기업가 활 동을 촉진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는 것은 정부의 중요 정책 과제로 간주되고 있다.79 제Ⅱ장과 제Ⅲ장에서 살펴봤듯이 북한을 포 함한 많은 저소득 개도국에서 비공식 경제는 무시할 수 없는 활력을 보였는데,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기업가 활동이 중요한 성장요인이었 다고 할 수 있을까?
78_‘entrepreneurship’은 흔히 ‘기업가 정신’ 또는 ‘창업가 정신’으로 번역되고 있으나 새로운 경제활동을 창조하려고 하는 ‘정신’만이 아니라, 그러한 정신에 따른 기업가 의 활동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이 글에서는 기업가 활동으로 번역한다. 또 본문 에서 설명하듯이 ‘entrepreneur’는 창업가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기업가라는 용어가 더 친숙하므로 이 글에서도 기업가로 번역한다.
79_이 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최근의 대표적 문헌으로는 William J. Baumol, Robert E. Litan, and Carl J. Schramm,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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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교를 통해 본 북한 비공식 경제 (Ⅰ): 기본적 성장요인 97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기업가와 기업가 활동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 정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80 경제학계 및 경영학 계에서 기업가와 기업가 활동은 완전히 합의된 일의적 개념이 아니라 연구 목적과 범위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다의적 개념으 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기업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즉 사업가
(businessman or businesswoman)와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업가 중에서 자기 스스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 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즉 창업자는 기업가로 간주되지만 창업자가 세운 기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자나 고용된 경영자는 기업가로 간주되 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국영기업 경영자도 역시 기업가로 간주되지 않는다. 물론 2세 경영자나 고용된 경영자라도 기존 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을 창업한다면 기업가로 간주할 수 있다.기업가가 전개하는 비즈니스는 그 규모와 수준이 매우 다양할 수 있 다. 기업가가 창업한 기업은 세계적 기업이 되기도 하지만 영세한 자 영업에 머무르기도 한다. 첨단 기술과 창의적 조직을 가진 혁신기업도 있지만 단순히 남의 활동을 모방하는 추종기업도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고수익 기업도 있지만 정체 상태에 머무르는 기업도 있다.
생산적 경제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도 있지만 비생산적이거나 심지어 범죄적인 활동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도 있다.
이렇게 기업가와 기업가 활동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 활동이 활발할수록 경제가 더 번영한다는 식의 단선적 관계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
80_개발도상국 및 비공식 경제와 관련하여 기업가 활동의 개념 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Colin C. Williams and Sara Nadin,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Economy:
An Overview,” Journal of Developmental Entrepreneurship, Vol. 15, No. 4 (November 2010) 참조.
예를 들어
‘세계 기업가 활동 모니터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GEM)’가 조사한 기업가 활동 지표와 1인당 소득수준 간의 관계를
아래
<그림 Ⅳ-8>과 같이 그려보면, U자형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즉 기업가 활동은 오히려 저소득 개도국에서 가장 활발하고 소 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저조해지며 선진국에서는 다시 약간 활발해지는 관계가 나타난다.
그림 Ⅳ-8 기업가 활동과 소득수준 간의
U자형 관계(2010년)
자료: ①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www.gemconsortium.org/Data>.
② 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Washington, D.C.: IMF, 2014).
주: 세로축은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에서 조사한 57개국의 2010년 창업 단계 기업가 활동 지표(18~64세 인구 중 창업단계 기업가의 비율)이고, 가로축 은 각국의 2010년 1인당 구매력 기준(PPP) GDP.
이는 기업가 활동이 양적으로 활발하고 기업 수가 많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질적으로 뛰어난 기업가 활동이 이루어져야 경제적 번영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 저소득 개도국에서 기업가 활동은 적극적‧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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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교를 통해 본 북한 비공식 경제 (Ⅰ): 기본적 성장요인 99 적 창업이라기보다는 취업 기회를 찾지 못한 빈민들의 자구적 생계활 동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기업가 활동은 경제성장의 동력 이라기보다는 반대로 저발전의 결과라고 볼 여지가 크다. 따라서 기업 가 활동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거론할 경우에는 고차적인 활동, 즉 혁 신적‧생산적이고 기술 및 생산성 수준이 높은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앞 절에서 살펴봤듯이 고차적 기업가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 운 저소득 개도국에서도 지난 20~30년간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이 이 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가 활동을 고차적인 것과 저차적인 것의 두 유형으로만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으며, 비교적 저차적이라 하더라도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기업가 활동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개도국의 비공식 기업가 활동
제Ⅱ장에서 살펴봤듯이 저소득 개도국에서는 비공식 경제 또는 비 공식 부문의 비중이 높고 지난 20~30년 동안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그 비중은 유지되었거나 오히려 더 상승하였다. 이는 비공식 경제에서도 활발하게 기업가 활동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저소득 개도국의 비공식 취업자 중에는 남에게 고용되어 봉급 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도 많지만 자기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구르투(Anjula Gurtoo)와 윌리엄스(Colin C. Williams)81가
2006~
2007년에 인도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비공식 취업자81_Anjula Gurtoo and Colin C. Williams,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Sector: Some Lessons from India,”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Vol. 10, No. 1 (February 2009).
의 약 절반은 자영업자로 나타났다(<표 Ⅳ-10>). 자영업자의 대부분 은 스스로 자기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일종의 기업 가로 볼 수 있다. 나라마다 시기마다 큰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취 업자 중 기업가의 비중은 공식 부문보다는 비공식 부문에서 훨씬 더 높다. 또 저소득 개도국의 경우 비공식 취업자 비중이 높으므로 전체 취업인구 중에서 기업가의 비중도 더 높다. <그림 Ⅳ-8>에서 보듯이 기업가 활동이 오히려 저소득 개도국에서 더 활발한 것처럼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표 Ⅳ-10 인도 비공식 취업자의 직업별 비중과 월 소득수준
비중 월 소득(루피)
최저 최고 평균
자영업자 49% 1,500 50,000 7,068
임금 노동자 21% 2,000 10,000 2,559
일용 노동자 30% 1,000 10,000 3,883
자료: Anjula Gurtoo and Colin C. Williams,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Sector: Some Lessons from India,”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Vol.
10, No. 1 (February 2009), p. 5.
주: 2006~2007년에 실시된 서베이 결과.
비공식 기업가는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의 활동은 경제성장에 얼마 나 기여하는가? 이 문제를 조명하는 한 가지 방법은 기업가를 두 종류 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하나는
‘사업형 기업가 (opportunity-driven
entrepreneurs)’이고,
다른 하나는‘생계형 기업가(necessity-driven
entrepreneurs)’이다.
82 전자는 다른 방법으로도 먹고 살 수 있지만 돈82_Colin C. Williams, “Entrepreneurs Operating in the Informal Economy: Necessity or Opportunity Driven?,” Journal of Small Business & Entrepreneurship, Vol.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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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교를 통해 본 북한 비공식 경제 (Ⅰ): 기본적 성장요인 101 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기회를 좇아 적극적으로 창업한 사람들이 다. 반면 후자는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후자가 벌인 사업은 사업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한 마디로 보잘것없는 장사에 불과하고 이들의 소득수준은 최 저 생계를 겨우 보장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비공식 부문의 특성상 비공식 기업가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비공식 기업가 활동은 경 제성장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윌리엄스 등 여러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83에 의하면, 기업가 의 두 유형은 반드시 상호배제적인 것은 아니고 두 가지 성격이 혼합 되어 있을 수 있으며, 개도국의 비공식 기업가 중에는 그 비중이 높진 않지만 사업형 기업가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예를 들어 구르투와 윌리엄스에 의하면, <표 Ⅳ-10>에서 보듯이 인도의 비 공식 기업가들, 즉 비공식 부문의 자영업자들은 비공식 부문 임금 노동 자들 및 일용 노동자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공식 기업가들은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
No. 3 (December 2012); Colin C. Williams and Sara Nadin,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Economy: An Overview.”; David Smallbone and Friederike Walter, “Entrepreneurship in Transition Economies: Necessity or Opportunity Driven?,” Paper to the Babson College-Kauffman Foundation Entrepreneurship Research Conference (Babson, USA, 2003).
83_Colin C. Williams and Sara Nadin,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Economy:
An Overview.”; Anjula Gurtoo and Colin C. Williams,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Sector: Some Lessons from India.”; Colin C. Williams and Youssef Youssef, “Evaluating the Gender Variations in Informal Sector Entrepreneurship: Some Lessons from Brazil,” Journal of Developmental Entrepreneurship, Vol. 18, No. 1 (February 2013); John Benett, “Informal Firms in Developing Countries: Entrepreneurial Stepping Stone or Consolation Prize?,” Small Business Economics, Vol. 34, No. 1 (March 2010).
이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표 Ⅳ-11 인도 비공식 취업자의 직업별 자기 평가 결과
지표 일용 노동자
평균
임금 노동자 평균
자영업자
평균 유의수준
직업 만족도 3.2 3.7 1.2 0.00
다른 취업 기회의 부재 1.6 1.8 2.5 0.00
수입 안정성 전망 3.5 3.7 2.7 0.00
지역사회의 지원 1.8 2.3 1.9 0.01
더 높은 사회적 지위 2.4 3.0 1.6 0.00
자료: Anjula Gurtoo and Colin C. Williams, “Entrepreneurship and the Informal Sector: Some Lessons from India,” p. 5.
주: ① 2006~2007년에 실시된 서베이 결과.
② 지표별로 ‘매우 그러함(strongly agree)’에서 ‘전혀 그렇지 않음(strongly disagreeing)’까지 1~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같은 조사에서 비공식 부문의 취업자들이 자기 직업을 스스로 평가 한 결과에서도 자영업자들, 즉 기업가들은 노동자들보다 직업 만족도 가 더 높고, 수입도 더 안정적이며,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Ⅳ-11>). 또 노동자들이 다른 취업 기회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이들은 어느 정도 다른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공식 기업가들은 기 본적으로는 생계형 기업가라 하더라도 얼마간은 사업형 기업가의 성 격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84
84_탐바다(Jagannadha Pawan Tamvada)의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Jagannadha Pawan Tamvada, “Entrepreneurship and Welfare,” Small Business Economics, Vol. 34, No. 1 (January 2010). 탐바다는 인도 통계부 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