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비공식 경제와 경제성장

가. 비공식 경제의 성장 효과에 대한 논의

1990년대 말 이후 북한경제는 대체로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추측되며 그 중요 요인 중 하나로 비공식 경제의 확산(또는 시장화)이 흔히 거론된다. 이 보고서도 같은 입장에서 북한 비공식 경제의 성장 요인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그런데 개도국과 사회주의국의 비공식 경제에 관한 국제 학계의 선 행연구를 보면, 비공식 경제는 경제성장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 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비공식 경제 의 역할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서베이를 제공하고 있는 라 포르타

(Rafael La Porta)와 슐라이퍼(Andrei Shleifer)의 연구는 비공식 경

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세 가지 전형적인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16 첫째는 비공식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낭만적 견해

(romantic view)’이고,

둘째는 비공식 부문은 기생부문으로서 경제성

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기생부문 견해(parasite view)’이 며, 셋째는 비공식 부문은 공식 부문과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므로 공식 경제를 침해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는 대체로 비효율적이고 정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는

‘이중구조 견해(dual view)’이다.

라 포르타와 슐라이퍼는 세 가지 견해 중 이중구조 견해가 기존 실증연구들과 가장 잘 합치하는 가장 타당한 견해라고 평가한다. 또한 가장 낙관적인 ‘낭 만적 견해’도 비공식 기업들이 공식화되면 훨씬 더 빨리 성장할 수 있

16_Rafael La Porta and Andrei Shleifer, “The Unofficial Economy and Economic Development,”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Fall 2008).

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비공식성 자체의 성장 효과는 부정적으로 평 가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 나타났던 비공식 경제, 즉 제2경제의 성장 효과 도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사회주의 후기에 대부분 의 사회주의국에서 널리 확산된 비공식 경제는 주민생활에는 상당한 보탬이 되었지만 전반적인 경제 정체 경향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 이었으며 비공식 경제의 비중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추 측된다.17

경제적 비공식성의 이런 부정적 측면은 가난한 나라일수록 비공식 경제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18 이런 경 향으로부터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비공식 경제 비중은 떨어질 것이 라는 예측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비공식 경제는 공식 경제보 다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포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공식 경제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는 확정적인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여러 선행연구에 의하면 비공식 경제가 경제성장에 영 향을 미치는 채널은 다양하며 각 채널의 효과는 긍정적인 경우도 부정 적인 경우도 있다.19 이런 상반된 효과 각각의 강도는 나라마다 시기마

17_Byung-Yeon Kim, “Informal Economy Activities of Soviet Households: Size and Dynamics,” Journal of Comparative Economics, Vol. 31, No. 3 (2003).

18_David Kucera and Theodora Xenogiani, “Persisting Informal Employment:

What Explains It?,” Johannes P. Jutting and Juan R. de Laiglesia (eds.), Is Informal Normal?: Towards More and Better Jobs in Developing Countries (Paris: OECD, 2009), p. 65.

19_이하의 논의는 Rafael La Porta and Andrei Shleifer, “The Unofficial Economy and Economic Development.”; Dan Andrews, Aida Caldera Sanchez, and Asa Johansson, “Towards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Informal Economy,” OECD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 873 (Paris: OECD, 2011); Guillermo E. Perry, et al., Informality: Exit and Exclusion (Washington, D.C.: World Bank, 2007); Ernest Aryeetey, “The Informal Economy, Economic Growth, and Poverty

비공식 경제와 경제성장: 일반적 논의와 세계적 추세 31 다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특정 시기 특정 국가에서 비공식 경제의 성 장 효과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성장 효과의 관점에서 본 비공식 경제의 부정적 측면은 다음 몇 가 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중 첫째와 둘째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비공식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비효율적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비공식 기업들은 대체로 가계부문에 속하는 소규모 기업들로 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 못하며 기업가 및 노동자들의 인적자본 수준도 공식 부문보다 훨씬 낮다. 둘째, 비공식성이라는 제도적 특성은 투자를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 비공식 부문에서는 사유재산권이 충분 히 보호받지 못하므로 투자를 통해 자본을 증식하려는 인센티브가 부 족해진다. 더욱이 비공식 기업들은 공식 금융 시스템을 잘 이용하지 못하므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셋째, 비공식 기업들은 조 세 회피, 규제 회피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비용을 낮춤으로써 공식 부 문 기업들에게 불공정 경쟁의 피해를 줄 수 있다. 넷째, 비공식 경제 비중이 높을수록 조세수입 확보가 어려워지며 통계 왜곡으로 정책 수 립에도 어려움을 준다는 점에서 비공식 경제는 정부의 효율성도 저해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비공식 경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다. 첫째, 공식 경제의 왜곡과 규제가 과도하여 경제성장을 저해 하고 있을 경우, 비공식 경제는 소규모 기업가 활동의 분출을 가능케 해주는 압력분출밸브(pressure relief valve)의 역할을 한다. 즉 비공 식 경제는 부적절한 규제를 회피해 유연하게 활동함으로써 효율성 이 득을 거둘 수 있다. 둘째, 비공식 경제는 많은 서민들의 생활수준을 향

in Sub-Saharan Africa,” Working Paper (African Economic Research Consortium,

2009) 등에서 지적된 논점들을 재정리한 것이다.

상시켜 줌으로써 빈곤 퇴치와 인적자본 수준 향상에 기여한다.

이처럼 비공식 경제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 는데, 국제 학계는 그 중 전자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비공식 경제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 주된 정책적 결론도 제도 개혁을 통해 비 공식 부문을 공식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공식 경 제의 긍정적 측면을 새롭게 조명하는 연구들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 30여 년 동안 많은 개도국의 경제성장 실적이 크 게 개선되었는데도 과거의 예측과 달리 비공식 경제 비중이 안정적으 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주요 개도국에서 비공식 경제는 공식 경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빠른 속 도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해서 실제의 비공식 경제는 이 론적 예측과 다른 성장 추세를 보일 수 있었을까?

나.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과 비공식 경제의 장기 추세

지난

30여 년간 개발도상세계의 경제성장과 비공식 경제의 추세를

살펴보자. <표 Ⅱ-6>에서 볼 수 있듯이 공식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개도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적으로 뚜렷한 상승 추세를 보였다. 특히 최빈국들이 집중되어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2000년대 들 어 성장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그런데 개도국의 경제성장은 상당 부분 인구 증가에 의한 것이므로, 이 부분을 제외하고 1인당 소득의 성 장률을 보면 성장 실적은 훨씬 덜 인상적이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 리카의 1인당 소득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오히려 약간 뒷걸음질을 쳤던 것으로 나타난다.

비공식 경제와 경제성장: 일반적 논의와 세계적 추세 33 표 Ⅱ-6 세계 지역별 개도국 연평균 성장률 및 인구증가율 추이

(단위: %) 1980~1990 1990~2000 2000~2010 경제성장률

동아시아 7.5 8.3 9.0

남아시아 5.5 5.3 7.0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5 2.1 5.2

중동‧북아프리카 2.9 3.6 4.6

라틴아메리카 1.4 3.1 4.2

1인당 GDP 성장률

동아시아 5.8 7.0 8.2

남아시아 3.1 3.3 5.4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3 -0.6 2.5

중동 북아프리카 -0.1 1.5 2.9

라틴아메리카 -0.6 1.3 1.9

인구 증가율

동아시아 1.7 1.2 0.8

남아시아 2.3 2.0 1.5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9 2.7 2.7

중동‧북아프리카 3.0 2.0 1.7

라틴아메리카 2.1 1.7 1.3

자료: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2014)를 이용하여 필자 계산.

주: ①경제성장률은 GDP(2005년 불변달러), 1인당 GDP 성장률은 1인당 GDP (2005년 불변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

연평균 성장률은 복리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그러나 이런 공식 통계는 개도국들의 실제 성장 실적을 크게 과소평 가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어 주요 개도국의 생활수준에 관한 방대한 서베이 자료를 활용한 영(Alwyn Young)의 최신 연구에 의하면, 공식 통계는 1990~2006년 기간 중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생활수준 향상 속도를 연평균 2~2.5% 포인트 정도 과소평가하고 있고,

비아프리카 개도국의 경우에도 연평균

1.5%

포인트 이상 과소평가 하고 있다고 한다(<표 Ⅱ-7>). 이런 추정 결과의 타당성은 유엔개발 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이 추계하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의 추이에 의해서도 뒷받 침된다(<표 Ⅱ-8>). 인간개발지수는 생활수준을 가장 간결하게 요약 해주는 지표인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최빈국 그룹(두 그룹은 서로 많이 겹친다)의 인간개발지수는 이미 1980년대부터 뚜렷한 개선 추세 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의 소득수준이 약간 하락했다는 공식 통계가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표 Ⅱ-7 주요 개도국의

1인당 소비 연평균 증가율(1990~2006년)

(단위: %) Penn World Table UN 국민계정 Young 추정치

비아프리카 2.2 2.2 3.8

아프리카 1.1 0.9 3.4

자료: Alwyn Young, “The African Growth Miracl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Vol. 120, No. 4 (August 2012), p. 719.

주: 29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개도국과 27개 기타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자료임.

그렇다면, 같은 기간 중 개발도상지역의 비공식 경제 비중은 어떤 추세를 보였을까? ILO 등 국제기구의 정의를 기준으로 한 최근의 연 구20에 의하면, 주요 개발도상지역의 총

GDP에서 비공식 부문(좁은

의미의 비공식 부문 및 농업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비공식 부문)이 차 지하는 비중21은 지난 20~30년간 현상유지 또는 상승 추세를 보인 것

20_Jacques Charmes, “The Informal Economy Worldwide: Trends and Characteristics.”

21_<그림 Ⅱ-1>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비공식 부문 중 일부는 관측 가능하고 일부는

관측 불가능하다. 관측 가능한 부분은 공식 GDP 통계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UN 등 국제기구의 국민계정 편찬 매뉴얼에서는 관측 불가능한 부분에 대한 추정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