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식/비공식 경제와 대외경제
대외무역은 비공식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외무역이 확대되 면 비공식 경제도 성장하게 될까? 아니면 대외무역 덕분에 공식 경제 가 활성화됨에 따라 비공식 경제는 쇠퇴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공식/비공식 경제가 대외경제와 어 떤 경로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보자(<그림
Ⅴ-1>).
공식 부문의 기업 들, 즉 공식적으로 등록된 기업들은 대체로 공식 무역을 통해 대외경제 와 거래한다. 그들의 수출입은 세관을 통과하고 통계에 기록되며 무역 관련 규제를 따르고 관세를 납부한다. 반면 비공식 기업들, 즉 미등록 기업들은 대체로 비공식 무역에 종사한다. 그들의 수출입은 세관을 통 과하지 않거나, 통과하더라도 통계에 잡히지 않으며 무역 관련 규제를 따르지 않고 관세도 내지 않는다.그림 Ⅴ-1 공식/비공식 경제와 대외경제 간 관계 개념도
자료: 필자 작성.
하지만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이 겹치는 회색 지대가 존재하듯이 공식 무역과 비공식 무역 사이에도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표 Ⅴ-5>에서 보듯이 공식 부문 기업의 무역 중 일부분은 세관을 피
하거나 또는 세관을 통과하되 과소 신고를 통해 비공식화되기도 한다.반대로 비공식 기업이 공식적 절차를 거쳐 대외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국내 경제에서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이 상호 거 래 관계를 맺으므로, 이를 통해 한 부문의 무역 거래가 다른 부문의 경 제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표 Ⅴ-5 비공식 국경무역의 유형
범주 A 범주 B 범주 C
비공식(미등록) 무역업자 또는 기업이 전적으로 공식 경제 밖에서 활동하는 경우
공식(등록된) 기업이 무 역 관련 규제 및 관세를 완전히 피하는 경우(예를 들어 공식 국경 검문소를 피하는 경우)
공식(등록된) 기업이 무 역 관련 규제 및 관세를 부분적으로 피하는 경우 (예를 들어 과소 신고) 자료: Caroline Lesser and Evdokia Moise-Leeman, “Informal Cross-Border
Trade and Trade Facilitation Reform in Sub-Saharan Africa,” OECD Trade Policy Working Paper, No. 86 (OECD, 2009), p. 10.
이상의 관계를 고려해 보면, 대외무역은 비공식 경제에 여러 경로로,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138 해
138_대외무역과 비공식 경제 간 관계에 대해서는 이론 및 실증 연구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이들 연구에서는 다양한 이론적 가설이 제출되었는데, 그 중 어떤 가설 하나가 옳다기보다는 여러 가설이 상호보완적 설명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실증연구 결 과를 보아도 대외무역과 비공식 경제 간 관계의 방향은 뚜렷하지 않으며, 나라마다 시기마다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문헌들 참조. Anushree Sinha, “Trade and the Informal Economy,” Marion Jansen, et al. (eds.), Trade and Employment: From Myths to Facts (Geneva: 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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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교를 통해 본 북한 비공식 경제 (Ⅱ): 분야별 성장요인 141 외시장 수요 증가, 외교통상 관계의 변화 등 어떤 이유로 수출이 증가 하게 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공식 수출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비공식 부문 취업자가 공식 부문으로 이동함에 따라 공식 경제가 성장하고 비 공식 경제는 위축될 수 있다. 반면 무역 자유화로 외국 제품 수입이 증 가하면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비용 절감 압박을 받은 공식 기업들이 비공식 경제와의 하청 거래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비공식 경 제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비공식 경제와 비공식 무역을 억제할 수 있 는 정부의 능력이 약화되어 있다면, 대외무역 확대 기회가 생겼을 때 공식 기업 내 행위자들이 일부 거래를 비공식적으로 수행해 세금을 회 피하고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 할 수 있으며, 비공식 기업들의 비공식 무역도 늘어날 수 있다. 공식 무역이 증가함에 따라 구매력 및 제품 공 급 능력이 증가한 공식 경제가 비공식 경제와의 거래 관계를 늘릴 수 도 있다.
이처럼 대외무역은 비공식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외무역이 상당히 빠르게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공식 경제와 비공식 경제 양쪽이 모두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Ⅱ장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요 저소득 개도국에서 전반적 경제성장에 따라 비공식 경제도 함께 성장하였음을 살펴본 바 있는데, 이 시기는 또한 이들 국 가의 대외무역이 꾸준히 빠르게 확대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비공식 경제도 대외무역의 이득을 함께 누렸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2011); Marco Fugazza and Norbert Fiess, “Trade Liberalization and Informality:
New Stylized Facts,” Study Series, No. 43 (Geneva: UNCTAD, 2010);
Marilyn Carr and Martha Alter Chen, “Globalization and the Informal Economy: How Global Trade and Investment Impact on the Working Poor,”
Working Paper (Cambridge: WIEGO, May 2001).
(2) 저소득 개도국의 비공식 무역
이번에는 비공식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비공식 무역에 논의 의 초점을 맞춰보자. 비공식 경제와 마찬가지로 비공식 무역도 소득수 준이 낮은 나라에서 더 활발한 경향이 있다. 비공식 무역은 대외무역 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높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며, 동시에 대외무역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통제 능력이 부족하 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소득수준이 낮고 정부의 행정역량이 부족한 개도국에서 더 흔히 일어난다.
저소득 개도국의 비공식 무역은 얼마나 활발하며, 비공식 경제활동 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비공식 무역은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일어 나며 무역통계에도 잡히지 않으므로, 그 규모와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를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지만,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예를 들어, 남부 아프리카 지역(남아공, 짐바브 웨, 모잠비크 등 15개국)의 경우 비공식 무역의 비중은 남부 아프리카 역내 총 무역의 30~40%를 차지하며, 동아프리카(케냐, 탄자니아, 우 간다 등
5개국)와 서아프리카(나이지리아,
가나 등15개국)에서도 역
시 비공식 무역이 활발하다고 한다.139<표 Ⅴ-6>에서 보듯이,
비공식 무역은 일반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품목을 주요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특징이 있다. 즉 주식용 농산물을 비롯한 각종 식료품, 가축, 각종 광물, 목재, 수공예품, 저급 소비재 공산품 등이 주된 거래 대상이 되며, 이들 상품의 건당 거래 금
139_Jean-Guy Afrika and Gerald Ajumbo, “Informal Cross-Border Trade in Africa: Implications and Policy Recommendations,” African Economic Brief, Vol. 3, Issue 10 (African Development Bank, November 2012), pp.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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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비교를 통해 본 북한 비공식 경제 (Ⅱ): 분야별 성장요인 143 액은 그리 크지 않다. 이는 저소득 개도국의 비공식 경제 활동 자체가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표 Ⅴ-6 아프리카의 비공식 국경무역 거래 품목 주요 유형
지역 1차산품 공산품 재수출품 거래금액
동아프리카 식료품, 비식료품, 가축
저급 공산품 아시아산 저급 제품,
밀수품, 모조품, 저급제품
US$
50~1,000 서아프리카 식료품, 비식료품,
가축 중앙아프리카 광물, 보석, 목재,
식료품, 비식료품 남아프리카 수공예품, 식료품,
비식료품
자료: Jean-Guy K. Afrika and Gerald Ajumbo, “Informal Cross-Border Trade in Africa: Implications and Policy Recommendations,” African Economic Brief, Vol. 3, Issue 10 (November 2012), p. 3.
비공식 무역은 저소득 개도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비공식 무역은 관세 회피 행동이므로 해당 국가의 조세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제품 수입은 국내 공식 부문 기업들에 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다른 한편, 비공식 무역은 비공식 부문 기업들과 소생산자들, 도소매업자들,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소득 및 고용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 비공식 무역을 통해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공급이 늘 어나고 가격도 떨어지므로 소비자들도 대체로 이익을 보게 된다. 비공 식 무역에 대한 주요 연구들은 이런 긍정적 측면이 부정적 측면을 능 가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며, 비공식 무역이 저소득 계층에게 큰 도 움이 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140
나. 북한의 대외무역과 비공식 경제
(1) 대외무역과 공식 경제의 비공식화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난 2000년대 초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빠
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북한의 주요 교역상대국인 한‧중‧일3국과의
교역141은 <그림 Ⅴ-2>에서 보듯이 1990년대 말 10억 달러 수준에서2011년 이후에는 7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일본의 대북한 제재로
2000년대 후반 북‧일교역이 중단된 데 이어 2010년 5·24
조치로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마저 중단되었지만 북‧중교역이 급증함에 따라 북한의 대외무역은 계속 확대될 수 있었다. 2011년 이후에는 개 성공단 교역이라는 예외만 제외하면, 사실상 북
‧중경협이 북한 대외무
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140_다음 자료들을 참조. Ibid.; Caroline Lesser and Evdokia Moise-Leeman,
“Informal Cross-Border Trade and Trade Facilitation Reform in Sub-Saharan Africa,” OECD Trade Policy Working Paper, No. 86 (OECD, 2009).
141_과거에 UN이나 KOTRA가 보고한 북한 무역통계는 세계 각국이 남한과의 무역을 북한과의 무역으로 잘못 기록한 경우를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북한의 대외무역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단, 한·중·일 3국의 무역통계는 북한과의 무역을 대체 로 정확히 보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대평가 편향을 제거하여 북한 무역통계를 재구성해 보면, 1990년대 초 이후 한·중·일 3국과의 교역은 대체로 북한 대외무역의 80% 내외를 차지했으며 기타 국가를 통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제외하면 90% 정도 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석진, “북한 무역통계: 해설과 평가,” 한국은행 경 제연구원 편, 통계를 이용한 북한경제 이해 (서울: 한국은행, 201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