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남북한 교류·협력의 문제점

지난 10여년 간 남북한 교류·협력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또 상대 적이나마 민간주도 사업의 비중이 점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 전히 남북한간 정치적 관계가 결정적인 독립변수로서 압도적인 영향 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대북포용정책의 추진과 더불어 정경분리 및 신축적 상호주의 원칙이 천명됨으로써 교류·협력이 급증할 수 있었지 만, 남북한간 정치적 관계의 틀을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정치적 관계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의 제 도화 및 활성화는 교류·협력에 대한 남북한의 접근태도 차이 탓에 기

대하기 어렵다. 남한은 교류·협력을 화해와 민족 동질성 유지의 주요 수단으로 간주하는 반면, 북한은 일차적으로 체제생존을 위한 불가피 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체제생존에 따른 북한의 방어적·소극적 대남정책은 한편으로 한반도 내외정세의 불안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계 되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남한내부에 부정적인 여론형성을 조장함 으로써 남한정부의 대북정책 일관성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문제가 교류·협력 발전의 일차적 관건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의 교류·협력 경험에서 나타난 다 른 차원의 문제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문제는 교류·협력이 확 대됨에 따라 드러난 분단현실과 사업목표 사이의 괴리에 기인하는 것 으로 향후 정치적 관계 개선과 별개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을 경제, 사회·문화, 인도적 지원의 각 분야별로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분야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한편으로 북한의 경제난 및 열악한 투자환경에,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내 경제상황에 기인한다. 중앙집권 적 계획경제체제를 근간으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추구해온 북한 은 이미 1970년대 초반 경제발전의 한계에 이르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한적 경제개혁조치들도 실패했으며, 더구나 사회주의권의 붕괴 여파로 경제적 위기에 몰려있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필 수적이나, 북한정권은 개혁·개방이 초래할 체제붕괴를 두려워하여 내 부지향적 경제체제를 지속시키고 있으며, 대신 외부의 제한적 투자유 치와 경제지원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한 외국 및 남한기업들의 대북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더구나 만성적 결핍경제 탓에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제적 하부구조의 문제는 남한으로부터의 투자를 유인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 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상황과 연계되어 남한기업의 대북진출에도 몇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19) 첫째,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 주로 발생했던 것으로서 대북사업을 원하는 남한기업들간의 과당경쟁 문제이다. 초기 남한기업들은 북한특수를 기대하여 사업성사를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 로 입북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북한측은 이러한 과당경쟁 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열악한 경제환경으로 사업은 성 사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성사되더라도 사업의 지속에 적 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에서 비싼 교훈을 얻게되면서 과당경쟁문제는 점차 사라졌다. 둘째, 남북한 물자 수송로의 제약으로 인한 물류비가 과다함으로써 경제교류·협력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1997년부터 남북한간 정기선이 운영되고 있지만, 물동량 및 운항횟수 의 제약으로 인해 한국-유럽간 운송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셋째, 북 한물품의 판매시장 제약 문제이다. 초기 남한사회에는 북한산 물품에 대한 호기심들이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제품의 질적 문제로 구매력 을 상실하고 있다. 위탁가공의 경우, 남한의 외환위기 덕분에 남한시 장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제3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조치가 실질적 으로 완화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넷째, 남한당국의 법령 재정비 를 통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남북한 경제교류·협력 추진절차의 복잡성도 문제이다. 이는 특히 취약한 자금력을 가진 중소 기업들에게 경제교류·협력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1999년부터 대북사 업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들에게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대출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사업추진이 훨씬 용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경협사업 참여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지만, 추진절차의 복잡성 탓에 아직도 경제교류·

협력의 다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19) 김규륜, 「남북 경제교류·협력 발전방안」, pp. 40-68 참조.

사회·문화분야에서도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대북 포용정책 추진이후 개인 및 민간단체들의 북한방문이 급증했지만, 여 전히 제3국에서의 교류·협력이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남한 주민 및 단체의 북한방문에 비해 북한주민 및 단체의 남한방문은 매 우 적다. 북한당국이 남북주민들의 접촉을 가능한 억제하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형태의 교류·협력이 지속될 것이다. 둘째, 남한 주민 및 단체들의 방북시 적지 않은 액수의 입북료가 암암리에 지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예술단체가 남한에 서 공연할 경우에도 엄청난 비용이 지불되었다. 이는 북한이 사회·문 화교류·협력을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셋째,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문제시되고 있지는 않으나, 학술교류·협 력의 확대와 더불어 북한측 소유의 저작권 관련 시비가 제기될 수 있 다. 실제로 북한의 ‘리조실록’이 남한에서 CD로 제작되어 시판되고 있 는 현실에 대해 북한은 이미 항의한 바 있다.20) 따라서 이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가장 큰 문제점으로서 남 북한 주민들의 냉전의식에 연원하는 부작용이다. 2001년 평양에서 개 최된 8·15 기념행사를 둘러싼 파문은 단적인 예이다. 남한 민간단체의 대표들이 공식적으로 방북하여 북한측 대표들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 고 남북화해의 일대전기를 만들고자 했던 좋은 의도가 일부 불미스러 운 일로 인해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현재의 분단현실 하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는 상당한 취약성이 내재해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21) 첫째, 북 한의 식량위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20) 연합뉴스 (2000.10.27)

21) 이금순, 「대북 인도적 지원 개선방안」, pp. 72-81 참조.

는 근본적으로 북한내부의 통계자료부족 또는 자료비공개 등에 기인 하는 것으로서 효율적 대북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 인도적 지원물품의 분배투명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당국 도 점차 분배투명성 요구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운송수단의 부족 등으로 지역별 분배실태는 여전히 파 악하기 어렵다. 셋째, 초기 대북지원에 참여하는 단체들간의 견해차와 정부당국과 민간단체들간의 갈등으로 인해 지원이 조기에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북한 상황에 대한 자료 비공 개와 군사적 대립이 상존하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고려가 필요한 상태 에서 정부와 민간단체들간의 갈등은 한동안 효율적 대북지원을 가로 막았다. 대북포용정책이후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에 대한 정부의 간섭 은 대폭 감소했으며, 나아가 기금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러나 민간단체들의 북한내 활동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요 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킴으로써 자율적 지원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단 체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 수준을 감안할 때, 이상에서 제시된 문제점들이 조만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 교류·협력 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개선을 촉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문제해결책을 점진적으로 마련 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간 교류·협력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업추진시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 업은 필수적이다.

Ⅲ. 동·서독 지자체간 교류·협력 사례 분석: 내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