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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역질서의 안정성에 대한 논쟁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동아시아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미·소 냉전 체제의 붕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일·중·소 간의 대결구조에 변화 를 불러 일으켰다.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 일본과 경제교류 협력관계 를 확대해 가는 반면, 군사적으로 상호 대립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범세계적 차원에서 테러와의 전쟁, 기후, 에너지문제 등에 대해 서는 상당정도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북한 핵문제, 중동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협력과 대립적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둘러싼 지역국가들의 갈등과 협력은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의 형성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학자와 전문가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는 크게 ‘낙 관적 자유주의 시각’과 ‘회의적 현실주의 시각’으로 구분된다. 낙관론

자들은 ‘자유주의적’ 모델에 기반하여 동아시아의 경제적 역동성과

이 지역에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다자조직 및 국제기구들의 활동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현 실주의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 회의론자들은 탈냉전기 동아시아 지역 에서 야기되고 있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정치변화는 국력의 변화와 세력관계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갈등과 분쟁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협력과 이해를 통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성장과 경제적 상호 의존이 가져오는 ‘평화 적 효과’를 강조하며,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측

한다.55 이들에 따르면 국가 간 무역확장과 상호 의존성의 확대는 서 로 협력할 경우 누릴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을 증진시키는 한편, 확대되 는 상호 의존을 관리하고 안정적 국제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형성 을 촉진함으로써 국가들 간의 평화적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낙관론자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상호 의존성이 증가하였음은 물론, 점차적으로 민주주의로 발전하고 있음을 중시하며, 이 지역에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다자 조직 및 국제기구들의 활동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한 다. 따라서 낙관론자들은 이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 간의 무역과 투자 활동증대가 참여국가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보다 지속적인 협력을 촉진시킴으로써 안보적 적대감과 마찰의 위험 성을 줄일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안보연계의 좋은 예이 다. 중국은 역내 안보질서의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무력통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대만과의 관계, 남중 국해에서의 영토분쟁, 군사력 증강 등의 요인들에 근거한다. 그러나 중국이 국익확보를 위하여 안보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경 제적 이득을 포기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중국경제는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경제 속에 긴밀하게 편입되어 있고 세계에 서 가장 큰 미국시장을 활용하여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기 때 문이다.56

55_Ming Wan, “Wealth and Power: Economic Transformation of Security,”

Harvard International Review, Vol. 18, No. 2 (Spring 1996), pp. 20~21, 69;

James Richardson, “Asia-Pacific: The Case for Geo-political Optimism,”

The National Interest, No. 38 (Winter 1994/95), pp. 28~39; 정진영, “동아시 아 경제협력과 지역안보: 동아시아 불안정론에 대한 비판,” 김태현 편, 󰡔신동아시 아 안보질서󰡕 (성남: 세종연구소, 1997), pp. 153~186.

56_이호철, “탈냉전 동아시아 국제질서: 안보와 경제의 상호 관계,” 󰡔국제정치경제연

지역의 경제적 역동성에 힘입어 심화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경제적 상호 의존을 관리하기 위한 경제협력의 제도화 시도 또한 고무적인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상호 의존이 증대하게 되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규범과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규칙과 규범 의 협상과 제도의 형성을 통해서 국가 간 상호 의존의 성공적인 관리 가 진전되면 될수록 그 국가가 자국의 안보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 는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대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APEC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간의 경제협력을 위한 대표적인 기구

라고 할 수 있다.57 자유주의자들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로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이 역내 국가들의 민주화를 촉진시 키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확산은 역내 국가들 간의 갈등과 전쟁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58

국제체제의 안정과 평화는 힘의 균형과 그 평형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는 현실주의자들은 동아시아 미래를 회의적으로 예측 한다.59 이들은 탈냉전기 동아시아에 나타나는 힘의 다극화 양상은 국가들 간에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불안정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 고 있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은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구󰡕, 제1집 (1997.12), p. 55.

57_Woo Sik Kee, et al. (eds.), APEC and a New Pacific Community: Issues and Prospects (Seoul: the Sejong Institute, 1995).

58_Michael Doyle, “Liberalism and World Politic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0, No. 4 (December 1986).

59_Aaron Friedberg, “Ripe for Rivalry: Prospects for Peace in a Multipolar Asia,” International Security, Vol. 18, No. 3 (Winter 1993/94), pp. 5~24;

Barry Buzan and Gerald Segal, “Rethinking East Asian Security,” Survival, Vol. 36, No. 2 (Summer 1994); John J. Mearsheimer,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New York: Norton, 2001), 한국어 번역본 John J. Mearsheimer, 이춘근 옮김,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서울: 나남출판, 2004).

이들로 하여금 군사력 팽창에 더 매달리게 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특히 회의론자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력과 군사력의 팽창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장차 아시아에서 현상변경을 요구할 것이며, 이는 동아시아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 실주의자들은 경제적 상호 의존이 반드시 평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실주의 이론에 따르면 무역·투자·원조란 결국 권력정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불평등한 교역상대국 간에 상호 의존이 증대되면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일 방이 핵심적 안보이익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상대국과 의 경제관계가 아무리 긴밀하고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전쟁을 불사하 고 안보이익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일례로 대만과 중국, 미국과 중국 이 긴밀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만이 독립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무력으로 대만을 위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을 것이다. 현실주의자들은 안보관계가 호전되어야 경제교 류도 증대된다는 논리 아래에서 안보문제가 경제관계를 결정적으로 규정한다고 본다.

특히 공세적 현실주의론을 펴고 있는 미어세이머는 신자유주의 시 각을 비판하면서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역패권을 도전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주장 한다. “부유한 중국은 현상유지세력이 아니라 지역패권을 성취하기 로 결정된 공격적 국가이다. 이것은 부유한 중국이 사악한 동기를 지녀서가 아니라 어느 국가가 생존을 위한 전망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세계의 지역에서 패권국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는 것이 중국의 이익과 상관되는 것이지만, 그러한 것이 초래되도록 하는 것은 분명히 미국의 이익과 배치되는

것이다.”60 미어세이머는 중국이 점차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한 수 준에 도달한다면 자신의 국익 확보를 위하여 미국의 패권이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과거 부시 행정부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라이스 역시 역사는 현상유지세력이 패권국과 군사적으로 균등해지면 패권 국에 도전하는 현상타파세력으로 변하는 수많은 사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현상유지세력이 아니라 수정주의세력이라고 주 장하였다.61

현재까지의 미국의 대중정책을 분석해보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자 유주의, 안보적 측면에서는 현실주의 시각이 병존되어 있는 것을 살 펴볼 수 있다. 향후 미국의 정책선택은 열려 있다. 중국의 국력신장을 인정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지역질서를 형성할 수도 있 고, 경제적 개입정책을 취하다가도 전환점(tipping point)에 도달하 면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