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knowledg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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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창조 경제 육성을 새로운 국정 과제로 제시한 이후, 그 핵심을 이 루는 창의적 인재 육성에 대한 정책도 발표, 추진되고 있다. 특히 2013년 6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 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에서는 그 6대 전략 중 하나로 ‘꿈과 끼, 도전정신을 갖춘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 후속 대책으로 2013년 8월 발표한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 성 방안’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개개인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확대, 통섭적 사고 강화를 위한 융합교육 활성화, 창업 친화형 교육․연구 생태계 조성, 글로벌 창의·도전 역량 제고, 끊임없이 도전 하는 평생학습기반 마련, 창의성을 장려하고 존중하는 열린 문화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미래 한국 사회 경제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시 스템이 충분히 키워내지 못해 왔다는 비판을 감안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할 것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긍정적 평가의 다른 한편에서, 과연 현재 제시된 정책들로 창조 경제에서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충분히 길러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선, 현 재 제시된 정책들은 ‘학교’에서의 창의성 함양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창의 인재의
‘양성’에만 초점을 둔, 혹은 양성과 활용 사이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은 협애한 정책 시각으로 판단된 다. 설사 학생이 학교에서 충분히 창의성 함양 교육을 받았더라도, 정작 노동시장에 나와서는 수직 적, 위계적 조직 구조와 과중한 업무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 창의 인재 육 성 정책은 과연 어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다음으로 앞서 언급된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꿈과 끼를 키우는 한편 상이한 교육과정의 융합을 중심으로 창의성을 키우겠다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우선, 창의성이 개개인의 자유로운 사고 를 전제로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창의성과 관련하여 이뤄진 많은 연구들은 창의성이 순수히 고립된 개인의 천재적 소질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과정을 통해 함양되거나 위축된다 는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1) 즉 창의성의 계발 및 표출을 순수하게 개인 심리적 차원의 문제로 보
1) 이러한 다양한 연구들에 대해서는 최영섭(2013)의 2절을 참조. 이와 관련하여, Craft(2001)는 창의성을 ‘Big C Creativity’와 ‘Little c creativity’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예외적 천재’, 예를 들어 레오나 르도 다빈치 혹은 아인슈타인 등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 성과를 거두는 것과 관련된 High creativity 혹은 ‘Big C Creativity’로 분류되는 창의성이 있다. 다음으로, 모든 사람들이 일정 정도의 가능 성을 갖고 있으며, 기존 지식의 변용 혹은 종합을 통해 미세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Little c creativity’
로 분류되는 창의성이 있다. 결국 Big C 접근은 창의성을 개인적 특질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는 것으로, 그 기원에 대해 여전히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고, 사후적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 Little c 접근은 모든 개인들이 어느 정도의 창의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이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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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데에서 탈피하여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창의성은 예외적으로 특출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단순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Rooney, 2010: 180)며, 또한 “창의성은 진공 속에 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환경적 맥락과 독립된 것으로 이해될 수 없다”(Alencar, 2012: 90). 따라서
“(창의성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과정’(discursive process)이라는 관점을 통해 창의성을 둘러싸고 있 는 기제, 구조, 자원, 조직 원리를 이해(Rooney, 2010: 182)”해야 하는 것이다.2)
또한, 융합 교육이 과연 상이한 교육 프로그램의 ‘병존’으로 실현 가능한지 하는 점이다. 즉, 진정 한 의미에서 융합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한 존중이 전제가 되어야 한 다. 이 경우, 이러한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한 존중은 보다 더 깊은 문제, 즉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만약 사회적으로 ‘다양성’ 자체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는다면, 과연 몇 개 학문 분야를 묶어 놓은 융합 교육이 얼마나 창의성을 함양하는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예를 들어, 몇 개 학문 분야를 묶어 놓은 ‘융합’ 과정을 마친 사람도, 자신이 교육받은
‘융합’ 과정 이외의 학문, 혹은 보다 더 근본적으로, 사회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에 대한 관용적 태도를 갖지 않으면 그 ‘융합’ 분야 자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거나 창출해내 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여 이 글에서는 창조 경제에 필요한 창의 인재를 다루는 창의 인재 정책의 정책적 지평이 보다 확대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창의 인재 정책은 학교에서의 창의 교육 과 개인 수준의 창의성 함양으로부터, 학교 이후의 생애까지 포괄하는, 그리고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의 문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 글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우리나 라에서 창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직업 종사자 1,000여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즉 현재 우리나라 일터에서 개인 및 팀 차원의 창의성이 어떤 사회적 관계를 통해 함양, 발현, 제약되는지 분석하고, 그로부터 향후 사회 및 교육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창의 인재 정책에 대한 논의의 지평이 확대되고, 보다 실효성 있 는 대책이 모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 등을 통한 함양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다(Hearn and Bridgstock, 2010; Runco, 2007). 한편, 본 세미나에서 발표되는 Group creativiy와 Organizational creativity도 창의성의 문제를 개인의 속성만으 로 접근하는 데에서 탈피하여 그룹 혹은 조직 내에서 다수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거쳐 형성, 발전, 제 약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 더 나아가, 이제 창의성을 소유 관계 혹은 권력 관계의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내가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면 창의적일 필요가 없다”(Hearn and Bridgstock,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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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 일터에서 창의성에 대한 연구 설계
1.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및 상대적 대응 정도 중심의 접근이 글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게 되는 창의성과 관련하여 이 글에서는 창의성의 ‘새로운 아이디어’ 측 면에 주목하였다. 사실 창의성을 학문적으로 엄밀히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 다(김용민·이은형, 2010; Agars, Kaufman, Deane & Smith, 2012). 하지만 최근의 창의성 관련 연구 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창의성을 ‘새로움’(novelty)과 ‘유용성’(usefulness)의 두 가지 기준으로 정의하 는 것이다(Amabile, 1996; Sternberg & Lubart, 1999; Mumford, Hester & Robledo, 2012). 즉 창의 성을 단순한 백일몽과 구분하는 지점이 유용성과 관련되는 것으로, 창의성은 단지 새로운 아이디어 만이 아니며, 그것이 실제로 뭔가 유용한 것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때에만 사회적 타당성을 갖는다 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이상의 두 가지 측면 중 ‘새 로운 아이디어’에 한정하여 조사하였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생각 자체를 자유롭게 표출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판단 외에도, 현실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창의성과 관련된 질문을 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즉 실제 조사에서 창의성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먼 저 창의성을 정의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 경우 창의성에 대한 정의 자체 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응답자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었다.
이에 따라 본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모호한 개념인 창의성을 기준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대 신, 창의성의 두 가지 측면 중 하나를 차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보다 용이하게 이해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측면에 한정하여 조사하게 되었다. 이러한 한정에 따라 본 조사 결과가 일반적으로 통용되 는 창의성 개념에 기초한 이론적, 실증적 논의에는 정확히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의성의 한 축을 차지하는 한, 그와 관련된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앞 으로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과 관련된 이론적, 실천적 담론이 확대되는데 있어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 으로 보인다.
한편 창의성의 측정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창의성의 ‘절대적’ 수준을 측정하고자 할 경우, Mumford, Hester and Robledo(2012: 42∼46)는 기존 연구들을 토대로 ‘해결책’(Products),
‘성취도’(Performance), ‘행태’(Behavour), ‘산출물’(Outcome)의 네 가지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 각각에 따른 창의성의 수준 측정도 많은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산출물 기준으로 창의성을 측정하려 할 경우 누가(어떤 수준의 전문가가) 그 창의성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러한 문제는 예를 들어 천재의 독창적 노작이 당대에는 홀대를 받다가 후 대에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 사례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