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체제전환 상황은 제외한다.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수반하는 북한 체제의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상정하는 체 제전환은 지난 30여 년 북한 변화의 맥락 및 향후 10년 이상 한반도 정세 변화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체제전환을 상정한 민주화와 시장경제 관련 연구는 지난 30여 년 간 상당히 진행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북한 변화의 가장 극적 상황으로, 1989년 을 기점으로 한 소비에트와 동유럽 국가 체제전환과 같은 레짐체인 지를 동반한 체제전환 변수는 제외한다. 그러므로 김정은 정권 교체
를 포함하는 체제전환을 제외하고, 핵문제와 개혁‧개방 변수를 중 심으로 앞서 설명한 주요 개념에 따른 북한 변화의 조합(matrix)은 다음 <표 Ⅱ-1>의 총 12개 유형이다.
<표 Ⅱ-1> ‘핵문제’와 ‘개혁‧개방’ 변수조합의 북한 변화 유형
비핵화 핵동결 핵증강
자력갱생 A B
C
<유형 3>
북한 現정책 지속 유형
개방(개혁X) D
E
<유형 2>
핵협상 진전‧타협 시 현실가능성 높은 유형
F
개혁(개방X) G H I
개혁+개방
J
<유형 1>
국제규범 상 이상형
K L
자료: 저자 작성.
위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거시적 북한 변화 유형은 총 12가지 이다.
A는 비핵화와 자력갱생 상황이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추진하 면서 경제적 자력갱생 정책을 지속하는 유형이다. 이는 이념형적으 로만 존재할 뿐 북한 정권의 이해에 전면 배치되기 때문에 현실적으 로 가능성이 낮다.
B는 핵동결과 자력갱생 상황이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 과정에서 핵동결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자력갱생 정책은 지속되는 유형 이다. 이 역시 북한 정권의 이해에 배치되기에 현실가능성이 낮다.
C는 핵증강과 자력갱생 상황이다. 핵협상의 답보가 지속되며 북
한이 2019년 현재의 핵무기 체계를 유지/발전시키면서 경제적으로 는 자력갱생 정책을 지속하는 유형이다. 이는 현재 북한의 공식 정 책이 장기지속되는 유형이다.
D는 비핵화와 개방 상황이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경제적 개방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유형이다. 이 역시 북한 정권 의 이해에는 배치되기에 현실 가능성이 낮다.
E는 핵동결과 개방 상황이다. 북‧미 간 북핵협상이 진전된 절충 안으로 핵동결이 이루어지고, 그 수준에 따라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서 북한 당국이 개방 중심의 경제 정책을 수행하는 유형이다. 동시 적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 및 최근 미국 협상파의 정책안 등을 고려할 때 현실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F는 핵증강과 개방 상황이다. 북한이 핵증강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가 해제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가능성이 낮은 유형 이다.
G는 비핵화와 개혁 상황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서 외자유치 등 대외지원을 받지 않으며 내부적으로 소유권 개혁 등을 할 가능성 은 낮다. 따라서 현실가능성이 낮은 유형이다.
H는 핵동결과 개혁 상황이다. 북한은 핵동결에 대한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와 국제적 환경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핵동결과 함께 개방없는 내부 개혁은 현실가능성이 낮은 유형이다.
I는 핵증강과 개혁 상황이다. 북한의 핵증강은 절대권력 강화 속 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권력 분권을 필요로 하는 개혁 정책과의 결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J는 비핵화와 개혁+개방 상황이다. 북한 대내외 환경의 빠른 변화 가 이루어지는 유형이다. 국제사회의 요구 및 국제적 규범에 맞는 이상적 유형이다.
K는 핵동결과 개혁+개방 상황이다. 북‧미 간 북한 핵동결 합의에 이른다면 대북제재도 해제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러나 핵동결의 수 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협상이 지난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 서 정책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독재체제를 이완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분권화를 야기할 수 있는 개혁과 개방 정책의 전면적 수행은 어려울 것이다.
L은 핵증강과 개혁+개방 상황이다. 북한의 핵증강 상황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포함한 외적 환경 변화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유형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
이러한 12개 유형 중 현실가능성이 높거나 이상적인 북한의 미래 상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책의제로 설정될 수 있는 북한 변화의 3대 유형은 J, E, C이다. 이에 대한 세부 분석과 전망을 위해 각각을 유형 1, 2, 3으로 명명하며 4장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유형 1>은 북한의 ‘비핵화+개혁‧개방’ 정책이 수행되는 이상적 유형이다. 북‧미 간 북핵협상의 급진전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국제 규범에 맞는 시나리오이다. 이 유형은 북핵협상이 북한측의 비핵화 관련 선(先) 행동으로 급진전 시 전개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 오이다.
<유형 2>는 북한의 ‘핵동결+개방’ 정책이 수행되는 유형이다. 북 핵협상 진전 시 현실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이 유형은 미국의 정치적 결단(북한의 과거 핵 인정)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 전될 시 현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특히 현재 북한의 요구/
행보 및 국제사회 내 북핵협상파들의 주장을 볼 때 그러하다.
<유형 3>은 북한의 ‘핵증강+자력갱생(개혁‧개방 답보)’의 현 단 계 지속 유형이다. 북핵협상 지체가 지속되면서 2019년 현재 북한 정권의 정책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이다. 이는 북핵협상 지체로 2019년
현재 북한 정책의 기본 골격이 10년 이후에도 지속되는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유형 분류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유형은 단지 이념형이다.
실제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각 유형들 간에 중첩적인 양상이나 유형 내부에서 세분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변화의 유형을 최대한 단순화하여 그 변수조합 상황을 전망하기 위 해 위와 같이 변수조합을 단순화한다. 향후 4장에서 다룰 북한 변화 의 3대 유형 각각에서는 복잡한 결합 상황을 고려하여 각 유형 하부 에 세부 유형이나 상황들을 다룰 것이다.
북한 변화와 관련하여 한국과 국제사회가 거시 정책적으로 중요 시해야 하는 것은, 북한 변화 양상이 <유형 3> → <유형 2> →
<유형 1>로 진화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 변화가 단계적으로 진화되는 모양새는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각 변수의 역사와 북한의 변화를 고려할 때 정책적 진화 방향으 로 설정할 필요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향후 5장 결론의 정책적 함의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