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향후 10년 이상 북한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두 가 지 변수인 ‘핵문제’와 ‘개혁‧개방’의 변수조합을 통해, 북한 변화의 거시적 유형을 규명하고 그 경로와 양상을 전망하였다. 북핵협상을 통해 변화 가능한 핵문제 및 체제내부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한 개혁
‧개방의 변수조합을 통해, 가장 유력한 북한 변화의 3가지 유형을 도출하고 각 유형별 경로와 양상을 전망했다. 이러한 북한의 거시적 미래 상황에 기반하여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서이다. 각 장 별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Ⅱ장은 핵문제와 개혁‧개방 변수의 주요 개념을 살펴보고 그 조 합을 다루었다. 핵문제 변수의 주요 개념으로 핵무기 중심의 비핵화, 핵동결, 핵증강을, 개혁‧개방 변수의 주요 개념으로 자력갱생, 개혁 없는 개방, 개방없는 개혁, 개혁+개방을 상정하였다. 그리고 핵문제 및 개혁‧개방 정책결정의 변수 조합을 통해 12가지 북한 변화의 유 형을 추출하였다. 이어 각 유형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10년 이후 북한 변화를 전망할 때 현실가능성이 높거나 이상적인 북한의 미래상으로 3대 유형을 선정하였다.
<유형 1>은 북한의 ‘비핵화+개혁‧개방’ 정책이 수행되는 이상적 유형이다. 이 유형은 북핵협상이 북한측의 비핵화 관련 선(先) 행동 으로 급진전 시 전개 가능한 국제규범에 맞는 시나리오이다. <유형 2>는 북한의 ‘핵동결+개방’ 정책이 수행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미국의 정치적 결단(북한의 과거 핵 인정)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 상이 진전될 시 현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유형 3>은 북한 의 ‘핵증강+자력갱생(개혁‧개방 답보)’의 현 단계 지속 유형이다.
북핵협상이 지체되면서 2019년 현재 북한 정권의 정책이 지속되거
나 2017년 위기상황으로도 되돌아갈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Ⅲ장은 북한 핵과 개혁‧개방 정책의 역사적 경험이다. 김일성 시 대로부터 김정은 시대로 이어지는 각 변수의 역사적 경험을 분석했 다. 1절은 북한 핵 정책의 역사적 경험이다. 2절은 북한 개혁‧개방 정책의 역사적 경험이다. 두 변수에 대한 북한의 역사적 경험 분석을 통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 정책결정의 특징 및 이 특징에 기 초한 촉진요인과 억제요인을 추출하였다. 연구결과 다음과 같은 특 징이 드러났다.
먼저 북한 핵 정책의 역사적 경험이다. 김일성 시대인 1955~1994 년 간 핵정책은 ‘핵개발 모호성’ 정책으로 명명할 수 있다. 미래 에너 지원으로써 ‘평화적 핵개발’을 명분으로 했던 김일성 시대 북한은, 핵개발에 대한 국제적 견제 속에서 핵개발의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 였다. 그러나 중‧소 사회주의진영의 갈등 및 체체전환 흐름을 목도 하며 점차 1~2기의 핵무기 제조 능력이 있음을 암시하는 ‘실존적 억
제’ 정책을 구사하였다. 김정일 시대(1994~2011) 핵정책은 ‘핵포기
모호성’ 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 국제사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타 협과 결렬을 반복하며 ‘핵포기 의지’를 모호하게 하여 시간을 버는 전략적 기조에 따라 이루어졌다.
한편, 김정은 시대(2011~2019.현재) 핵정책은 ‘핵개발 명확화(선 명화)’로 특징지어진다. 무엇보다 ‘핵=체제 정체성’이란 기조로 드러 났다. 김정일 시대 핵정책이 대외적 협상 속에 ‘핵포기’ 여부를 명확 하게 밝히지 않으며 핵개발을 추진했다면, 김정은 시대 들어서서는 핵개발 정책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핵능력 고도화’를 이루었다. 이러 한 핵개발 선명화 정책의 배경으로, 내적 요인은 3대 세습체제 안정 및 국가(경제)발전 환경 마련에 있다. 외적 요인은 ‘세계적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통한 국가전략적 위상 강화 및 국제레짐을 통한 체제안
전 보장에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핵정책은, ‘협상용 핵개발’을 넘어서 국제 전 략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핵무기 개발 완성이다. 북한은 핵능력 발전과 함께 핵을 중국과 러시아 세력 규합에 활용하고 있으며, 국 제적 외교 갈등과 연계하여 반미-반제국주의 세력 결집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핵을 김정일 시대 기울어진 ‘세력균
형 회복’을 넘어선 국가 전략적 지위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대남, 대외 관계에 주도권을 잡는 핵심 수단으로 완성하여 활 용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핵정책은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변화를 보여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1기
는 핵개발 통한 핵능력 고도화에 집중했던 2017년까지이다. 2기는 추가 핵실험 동결 의향을 표명하며 ‘핵개발로 인한 이익’을 얻기 위 해 협상국면으로 진입한 2018년 이후이다.
이러한 역사에 기초하여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요인을 살펴보았다. 내부적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제난으로부 터 체제위기를 넘기기 위한, 즉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협력을 얻어야 할 필요성’의 대두이다. 이는 자력갱생/자립경제라는 전통적 경제발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내부 자원을 통한 발전에 한계가 도래했을 때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성명, 2007년 2.13합의 및 10.3합의 등 김정일 시대 비핵화 협상이 그러하였다. 이러한 시기에는 ‘체제 안전 보장’ 및 ‘평화적 핵이용’이 강조된다.
또 다른 하나는 핵을 지렛대로 하여 국가전략적 지위를 상승시키 고자 할 때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협상을 통한
‘단번 도약’을 원할 때 비핵화 협상이 촉진되었다. 이때는 내부적으
로 정권이 안정되고 협상의 무기(핵능력 향상)가 갖추어 졌을 때 이 루어졌다. 대표적으로 2018년 이후 김정은 시대 비핵화 협상이 이러 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외부적 요인은 미국, 중국/소련, 한국의 우호적 또는 공격적 대북 관여 정책이 수행될 때 비핵화 협상이 촉진되었다. 이때 관여 정책은 평화적 관여 뿐 아니라 군사적 옵션 고려까지 포함된다. 평화적 해법 을 모색한 1990년대 초중반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관여 정책과 군 사행동을 고려한 2000년대 초중반 부시 행정부의 대북 관여 정책은 그 성격이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1994년 및 2005년으로 대표되 는 전략적 타협은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불사 움직임 또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서게 한 배 경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이 핵협상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외부의 제재압박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동 북아 갈등 고조 상황에서는 북한이 특정국가에 편승하여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다. 반면 일국주도의 질서가 형성되면 압박이 거 세져 핵협상에 임하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 내부적으론 외부의 대북 제재/압박이 내부에 임계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가해져 내부 반발 이 커질 경우 협상에 나설 수 있다. 또한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정 치군사 우선에서 경제외교 우선으로 전환될 경우 핵보유를 부담으 로 인식하여 핵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내적 요인은 ‘정권 안정화 필요’가 크게 작용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긴장고 조 국면으로 태도를 바꾼 역사적 기점을 보면, 대표적으로 1998년 (김정일 정권 체제 수립기), 2009년(김정일 와병 후 김정은 후계체 제 구축기), 2012년(김정은 체제 수립기) 시기이다.
비핵화 협상을 억제하는 외적 요인은 미국과 한국, 동북아 주요국 의 대북 비관여 전략 수행시기이다. 미국, 중국/소련, 한국의 소위 ‘대 북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의 ‘북한 무시전략’ 또는 비관여 정책 수행 시기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시기, 한국의 이명박 정 부 시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역사적으로 외부 의 우호적 또는 공격적 대북 관여 정책이 수행될 때 촉진되었다. 이와 반대로 주변국의 대북 비관여 정책은 비핵화 협상을 억제한다.
다음으로 북한 개혁‧개방 정책의 역사적 경험이다. 김일성 시대 의 경제관리 개선 의제 상정은 세 차례였다. ① 1960년대 탈스탈린 흐름으로 인한 북한 갑산파의 가(假)화폐 사용 주장, ②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북한 합영법 제정 및 연합기업소 제도 도 입, ③ 1980년대 후반 구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변화로 인한 북한의 나선특구 설정과 무역중시 정책이다. 이러한 역사를 관통하 는 공통적 특징은 4가지이다.140)
첫째, 의제설정 초기에 개혁의제가 정치논리에 종속되었다. 외부 로부터 변화의 파고가 밀려오면 일단 경제개혁 문제는 지도자의 ‘선 (先) 통일‧단결 및 독자성 고수’ 강조라는 ‘주체의 강화전략’에 갇혀 상정이 어렵게 된다(잠금 효과). 둘째, 시일이 흘러 정치적 파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뒤늦게나마 개혁과제를 받아들인다(지체 효과). 셋째, 그러나 때늦은 개혁과제 수용도 공개적으로 적극 추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고, 개혁조 치에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뒤섞이는 양상이다(절충주의). 넷째, 북한의 정책결정체계에 각인된 경험은 개혁과제에 정치적 민감성이 다. 북한 정권의 최초 경제개혁 의제인 노동자들의 인센티브 제고를 위한 ‘가(假)화폐’ 사용 주장을 집권세력이 아닌 반대파(갑산파)가
140) 한기범, 북한의 경제개혁과 관료정치, pp. 475~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