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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주민의식 변화의 특성

북한에도 이런 말이 있어요. 남의 돈을 내 주머니에 넣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 이 말을 뒤집으면 결국 약육강식이거든요. 승냥이

하고 여우만 살아남았다는 말이에요. 약육강식의 수직구조에서 내

가 어느 계열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살아남느냐 죽느냐가 결정된

다는 뜻이죠. 95년부터 99년까지 굶어 죽을 때잖아요. 처음에는

95년 전까지는 북한 당국이 만들어놓은 수직구조만 있었어요. 권

력 구조만. 그런데 장마당이 생기면서 또다른 수직구조가 생겼잖아 요. 돈이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놓았잖아요. 이 수직구조에 누가

빨리 적응하는가. 빨리 돌아가야지 순서가 되거든요. 북한에 두 가

지 구조가 생겼잖아요. 정책 구조하고 시장 구조하고 다르거든요. 서로 완전 달랐어요. 이럴 때 한국영화를 보고 배우는 거죠. 한국

영화를 보면 약육강식의 구조에서 내가 살아남아야 할 방법같은 것

이 굉장히 잘 그려져 있어요. (탈북민 사례25)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어머니 당과 아버지 수령은 더 이상 북한주

민에게 배급을 통한 생존을 지켜주지 못했다. 평안남도 순천에 살았

던 사례25는 시장계급의 탄생을 ‘장사로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라고

설명했다. 주민은 장마당에 나가 물건을 사고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

이 무엇인지 몸으로 배웠다.

그러나 더이상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수령과 북한사회의 구조

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럴 여유가 없었고 비교

대상도 없었다. 그저 오늘의 생존을 위해 돈을 벌 뿐 정치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남한영상물을 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사

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례25는 자신과 같은 말을 쓰고, 별로

다를 것 없어 감정이 이입되는 주인공이 살고 있는 남한사회와 더이

상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북한사회의 구조를 비교하며 평가했다.

북한의 사회통제체제는 주민을 핵심계층, 기본계층, 복잡계층 등

3계층 51개 부류로 구분하여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러나 국가가 만

들어 놓은 계급구조와 다른 새로운 계급구조가 탄생한다. 돈이 만들

어 놓은 시장의 계급이다. 이 시장계급에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계급에서의 생존 방식은 국가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자 본주의 약육강식이나 다름없다.

사례25와 그의 친구들은 남한영상물을 보며 살아남는 방식을 습 득했다. 사례25는 남한영상물뿐만 아니라 인도나 미국 영화도 본 적 이 있지만, 그 영상 속 주인공에는 자기 자신이 겹쳐지지 않는다.

같은 말을 쓰고 나와 전혀 다를 것 같지 않은 주인공에게 감정이 이

입되고 그들의 성공담이 곧 나의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할 법한 이야

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남한영상물 속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비참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개인의 능력으로 성공한다. 사례25는 자

신이 속한 계급의 굴레를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식으로 타개하기 위

한 교재로서 남한영상물을 보았다.

(2) 개성공단과 인센티브

계획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인력관리 계획에 따라 북한주민은 당 이 배치하는 직장에서 근무한다.194) 북한에서 노동에 대한 보수가

생활비 형태를 취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와 같이 단순히 노동

력의 가치를 화폐로 표현하지 않고, 근로자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

인 생활을 물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추가적으로 상금제와

장려금제, 가급금제가 있지만 북한에서 노동의 대가로 지불되는 임

금은 생활비가 기준이다.195)

194)북한 「사회주의로동법」 제15조, 제74조.

195) 황철, “사회주의적로동보수제에서 생활비등급제의 지위와 그의 역할,” 󰡔경제연구󰡕, 제88권 3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95), pp. 38~40.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사회를 위한 공동노동에 참 여하여 공정한 보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사회주의 내에 서 물질적 관심은 자본주의의 착취계급이 가지고 있는 개인 이기주 의와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 주장한다.196) 그러나 배급제의 붕괴와

함께 공식노동만으로는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탈북민 사

례26은 더 이상 권리가 아닌 의무일 뿐인 공식노동을 대하는 북한주

민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제는 예전 주민들 같지를 않아요. 시장 활동에 워낙 익숙해진 사람들이라. 뭐가 됐든 좋으니까 우리한테 장사할 수 있는 시간만 달라는 거죠. 투잡뿐이에요? 쓰리잡, 포잡 다 하지. 소매업자는 당 연히 도매업자에게 예속을 당할 수밖에 없어요. 자본에 의한 계층 이 생겨나는 거죠. (탈북민 사례26)

공식노동만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북한주민은 공식노동이 끝난 후 2개, 3개, 4개의 개인사업을 통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 사이

를 비집으며 돈을 번다. 국가에 바라는 것은 개인사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지 말아달라

는 것 정도이다.

시장 내 계급구조에 빨리 자리를 잡은 사람은 도매업을 통해 비교

적 큰돈을 벌고, 뒤늦게 뛰어들었거나 시장 내 생존에 취약한 사람

은 소매업에 종사하며 도매업자에게 예속당한다. 새로 구성된, 자본

에 의한 계층 사다리에서 하부에 위치한 사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함께 잘살기 위해 각자의 능력에

맞춰서 일하고 필요한 만큼 나누며 소박하지만 공동이익을 위해 살

196) 정영섭, “물질적 자극과 그 적용에서 나서는 몇 가지 문제,” 󰡔경제연구󰡕, 제127권 2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05), pp. 21~24.

자고 배워온 그들에게 자본에 의한 계층구조는 열심히 벌지만 건강

하지는 않은 체제로 받아들여진다. 이때 남북한의 성공적인 경제교

류는 공식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개인의 삶을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

을 보여준다. 바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에서 실제로 근무하면서 받았다는 월급과 인센티브에 대

해 알고 있는 정보는 탈북민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

다. 그러나 대부분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

며 기대를 품고 있다. 양강도 혜산에 살았던 40세 여성 탈북민 사례

3은 개성공단 근로자로 선발된 자녀를 둔 사람을 모두가 부러워했다

고 전한다. 꼬박꼬박 월급과 간식이 나오는 직장에 선발된 사람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197) 함경북도 청진에 살았던 50세 여성 탈북

민 사례23도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동네 사람들

도 개성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했다. 개성사람만 공단에

서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성으로 시집을 간 사람조차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198)

개성공단이 생기면서 그 지역에 전기가 들어왔어요.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일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15달러 정도를 받았어요. 쌀을 살 수 있는 돈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개성시에서는 어느 자녀가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일한다고 하면 부러워할 정도로. 개성공단에 서 꼬박꼬박 돈이 나오고 간식이 나오니까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거죠. (탈북민 사례3)

남한의 기술이 북한에 전달되면 북한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

대도 드러난다. 함경북도 경원에서 온 52세 여성 탈북민 사례2는 개

197) 탈북민 사례3 인터뷰(2018.7.21., 동국대학교).

198)탈북민 사례23 인터뷰(2018.8.5., 동국대학교).

성공단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남한의 기술력이 대단

하더라고 들었다. 북한보다 더 다양한 사이즈의 기계부품과 탄탄한

공구의 질에 충격을 받았다. 기술자는 더 좋은 도구와 기술을 알아

본다. 남한의 기술력이 탐이 나는 것이다.199)

양강도 김형직군에 거주했던 탈북민 사례6은 개성공단에서 몰래

빼왔다는 양말을 중국 돈 40위안에 구매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북

한 양말은 하루 이틀 신으면 앞인지 뒤인지 구분할 수 없게 고무줄이

늘어나고 사흘만 신어도 구멍이 나지만 개성공단 양말은 5년을 신어

도 그대로여서 역시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물건은 질이 좋다고 느꼈

다.200)

북한주민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고난을 겪은 것이 아니다. 그 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구조를 탈피하고 싶어 한다.

북한주민은 개성공단의 경험을 통해 남한과의 경제교류는 북한에게

더 좋은 기술을 전달해서 더 좋은 상품을 많이 생산할 수 있게 하고

그럼으로써 주민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

는 기대를 갖는다. 그리고 장마당에서 접한 개성공단 물건의 품질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개성에서 근무했던 사람은 남한사람과 함께 일한 경험을 북한사

회 내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다. 탈북민 사례27은 개성공단에

서 일하는 친척의 집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개성공단에서 일해 보

니 어떠냐는 질문에 친척은 같은 조선말을 하고 다 같은 사람이더라

는 감상을 전했다. 남한남자들이 상냥하다는 인상도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친척 간에도 남한사람과 함께

일해 본 경험에 대해 함부로 말을 나누기는 어렵다는 것을 사례27

199) 탈북민 사례2 인터뷰(2018.7.21., 동국대학교).

200) 탈북민 사례6 인터뷰(2018.7.21., 동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