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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지대 내 북한주민 의식 변화의 특성

가. 의식 변화의 내용

(1)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체득

남북한이 함께 교류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주민들은 직간

접적으로 자본주의적 사고를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본인의

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전에 없던 자본주의적인 태도가 드러나

는 것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대표적인 경제협력 공간인 개성공단에서 그 변화가 두드러 지게 나타나는데, 개성공단의 대부분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

는 것이 인센티브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먼저, ‘인센티브’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도 자본주의적 사고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초창기에는 인센티브를 거절하다

가 이후 인센티브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인센티브를 요구

하기도 한다.181) 개성공단 사례1은 개성공단사업이 지속되면서 북

한 직원들이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서 생산성을 높이면 기업의 이익

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인센티브를 더 받게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다고 증언했다.182) 개성공단의 관

리자로 근무하던 사례4와 사례5도 이와 같은 현상을 목격하였다.

‘인센티브’라는 것이 자본주의 논리잖아요. 북한 직원들이 초창

181)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제24조는 ‘노동보수에는 노임, 가급금, 장려금, 상금 등이

포함되며 기업은 종업원의 노동보수를 일한 실적에 따라 정확히 계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층면접 결과에 비춰볼 때 이러한 규정은 개성공단 근로자 들 사이에서도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개성공업지구 노동 규정」, 2003.9.18.

182) 개성공단 사례1 인터뷰(2018.7.13., 해당 기관).

기에는 남한 기업이 자신들을 잠식하러 온 것 아닌가 하는 적대감 과 거부감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자본주의 논리를 이해를 하는 거 죠. 왜 법인장이나 공장장,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생산성을 높이

자고 계속 요청하는지. 10년 동안 똑같은 얘기를 하니까 이제는 북

한 직원들이 ‘내가 열심히 안하면 회사에서 이윤이 안 나기 때문에 나와 북한 직원들에게 결국 돌아오는 게 없어지는구나. 회사에서 이윤이 창출되어야 초코파이라도 한 박스 받거나 성과급이나 상금 을 받게 되는구나’하고 이해를 한단 말이예요. (개성공단 사례4)

북측 직원들이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 가 ‘우리는 장군님의 명에 의해서 남측 기업에 봉사를 하러 왔다’고 표현을 해요. 결국에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의한 취업이 아니라 명 령에 의해서 봉사를 온 거예요. 그런 개념이다 보니까 우리같이 생 산성이랄지 이런 개념들이 전혀 없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급 여에 대해 연장근로 수당까지 다 체크를 해요. (개성공단 사례5)

개성공단에서 북측 직원들이 남측 기업에 대한 요구사항이 늘어 나고, 이로 인해 노사갈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또한 큰 변

화이다. 심지어는 갈등해결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태업 행태 등 유사 노조의 동학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성공단에서 관리자로 근무한 사례5는 북측 근로자들과 협의하

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자본주의 학습에 대해

기억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있는데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기업의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가 있다.

예컨대 2010년 무렵, 북측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

되지 않자, 일찍 퇴근하고, 특근이나 연장근무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사실 이들은 시간이 지나

면서 남한 기업에게 생산, 납기 등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학

습하고 이를 이용하여 태업과 같은 상황을 조성한 것이다. 예를 들

어 하루 100개 생산이 정량이라면 50개 정도만 생산을 하거나, ‘우

리 성원들이 너무 힘들어서 연장근무를 못하겠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183) 다른 기업들 중에도 마찬가지의 경험이 있었다.

남측의 관리자들을 비롯한 실장, 공장장이 북측의 관리자들과 충돌해서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고 앞마당에 짐 싸가지고 나와서 앉 아있고, 거의 스트라이크 수준의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북 측 직원들이 남측 기업에 대해 자기들의 최대한의 방식으로 의사표 현을 했던 것 같아요. 초창기엔 작업을 거부하는 일까지는 없었는 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거죠. (개성공단 사례1)

남측 관리자들에게 임금, 성과급은 물론 노동보호물자, 식자재 지원 등을 요구하고나서 들어주지 않으면 태업을 하거나 연장근무 를 안 하고 간다거나 해요. (개성공단 사례2)

북한주민들이 자본주의적 방식을 학습하고 있다는 방증은 경제협 력의 영역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교류나 인도적 지원사업 중 에도 나타난다. 기술 교육을 주 사업으로 해온 대북지원 사례1은 북 한주민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 법에 대해 질문하던 북한주민들로부터 나중에는 시장에 대한 질문 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우리가 먹는 게 약간 어려운 거 알지 않습니까? 우리

는 먹는 문제 해결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하다가 최근에는 “이게

183)개성공단 사례5 인터뷰(2018.8.8., 해당업체).

돈이 됩니까? 시장가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이거 포장은 어떻 게 합니까? 판매하려면 마케팅이나 홍보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이런 질문들을 해요. (대북지원 사례1)

(2) 지식 및 기술 습득을 위한 적극적 태도

남북 간 교류협력 및 인도적 지원사업 중에는 그 특성상 지식공유

(Knowledge Sharing Program)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성공단에서는 제조 및 연구개발에 대한 지식이 교육되고, 사회문

화교류 분야에서는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이나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사업’과 같이 그 과정에서 남한의 축적된 전문 지식이 전

달되거나, 방송, 공연, 촬영, 대중문화교류 등의 과정에서 남한의 발

전된 노하우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인도적 지원사업에서도 농

업, 보건의료, 건축 등 분야에서 남한의 선진화된 자재 및 장비와

함께 해당 기술이 전달된다.

이 때, 북한주민들 중 관련 분야 종사자 또는 전문가들은 남한의

지식과 기술 등을 배워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을 북한

사회에 적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는 남한의 지식 및 기술

을 전달하는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교류협력

및 인도적 지원사업을 통해 익힌 부분에 대해 성실하게 복습하는 태

도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스럽게 업무능력 및 숙련도가 향상되고 전문 영역에서의 지식 및 기

술 활용 능력도 높아진다.

기술자들 같은 경우는 기계 사용법을 하나 알려주면 더 궁금해 하고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기계를 다 뜯어보고 직접 해보려는 호 기심이 있어요.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자 하는 의욕이 높기 때문에

저희와 상의하지 않고 분해하지 말아야 할 기계를 분해해서 고장을

내기도 할 정도로. 그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태도입니다.

(개성공단 사례1)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을 진행했던 교류협력 사례1은 초창기 북한

담당자들에게 발굴 작업에 대해 가르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협업을 지속하면서 100% 남쪽 방식이나 100%

북쪽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닌, ‘만월대 식’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그는 이를 두고 “이제 ‘만월대 발굴 시즌1’은 끝났다. 이제 작업수준

이 올라갔기 때문에 ‘시즌2’가 시작되었다”고 표현했다.184)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을 해온 대북지원 사례6과 대북지원 사례8은

북한에 건축 및 의료 기술과 장비를 지원하였다. 그런데 북한주민들

이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모습과 열정을 보고 깜

짝 놀랐다고 한다.

북한사람들이 새로운 기계들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매뉴얼을 보면서 다 작동해봅니다. 북한사람들이 우리가 전해준 매 뉴얼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부속품 중 어떤 것은 왜 지원 물자에 없 냐고 먼저 묻는 경우도 있어요. 오히려 남쪽 관계자들이 대답을 못 할 정도로 디테일한 질문을 해요. 북한사람들은 저희가 갔을 때 묻 지 않으면 그거 어디 가서 알 수가 없으니까 모르는 부분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해요. (대북지원 사례8)

기술 이전을 할 때 북한 분들의 적극성을 보고 정말 감탄했어요.

저희가 설계도를 여러 장 출력해서 분야마다 드리면, 북한 분들은 엄청 열심히 공부하시는 거예요. 연필 자국이 정말 깨알같이 남아 있어요. 모르는 부분을 잘 배워서 실수하지 않고 잘 활용하기 위해

서 정말 노력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는 이 분들의 노력이 비단

184)교류협력 사례1 인터뷰(2018.8.21., 해당 기관).

이게 내 일이니까 한다는 것을 넘어서는 영역이란 생각이 들었는 데, 그게 사명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서 내 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기 위한 것도 있고, 또 북한 어른들이 북한 아이들(미래)에 대한 감정이 좀 특별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 요. (대북지원 사례6)

(3) 남한에 대한 인식 변화

북한주민들은 남한주민과의 교류를 통해 남한에 대한 정보 획득 과 수정을 반복하면서 남한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게 된다. 교류협 력의 파트너인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남한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접촉 과정을 통해 정보의 폭을 넓히거나 기존 정보를 최신 정보로 수정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대남사업에 종사하는 참사

들은 남한 정보 입수 자체가 일상적 과업이며, 남한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파트너인 남측 관계자

에게 질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남한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자 노

력한다.

남한의 경제적 수준은 북한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체감

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남한이 상대적으로 더 잘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남측의 법인장을 비롯해 주재원

모두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제적 수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무실이나 국내에서 쓰는 사무기기들, PC 등이 국산이 잖아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북측 직원들은 처음에 사무기기들이 한국산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남측 회사 제품이라고 설명을 하면 처음에는 안 믿어요. 삼성이나 LG브랜드 로고가 한글 로 쓰여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영어로 쓰여 있지. 그러면 이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