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연구 방법
4. 논의
본 연구에서는 첫째, 비보잉 참여자들이 비보잉 참여를 통해 어떠한 경험 을 하는지, 둘째, 비보잉 참여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라이프 스킬은 무엇인 지, 셋째, 라이프 스킬 습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탐색하였 다. 본 절에서는 세 가지 연구문제를 토대로 드러난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교육적 함의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 비보잉 참여 경험에 관한 논의
연구 참여자들의 비보잉 참여 경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보잉 참여는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놀이적인 성격을 가 지고 있다. 이는 비보잉을 포함한 스트릿 댄스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경험 을 탐색한 선행연구들의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스트릿 댄서의 사회화 과정을 탐색한 전영미(2016)의 연구에서는 ‘학생 스트릿 댄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야기한다. 학창 시절에는 보통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을 부모가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이들 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학원이나 대회 정보 등의 정보를 스스로 수집 하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소현 (2016)의 비보이들의 삶과 문화를 문화 기술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살펴 본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이 대중매체에 나오는 춤 동작을 모 방함으로써 비보잉이 입문하게 되었으며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동기에 의해 서 지속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러한 비보잉의 특징은 한국 교육에서 자 주 제기되는 교사 중심 교육, 주입식 교육 등으로 인한 학생의 수동적인 생활과 학습 태도에 관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OO연습실 놀러 갈래?’, ‘우리 연습실 놀러와’ 등
의 연구 참여자들의 말들은 비보잉 참여자들에게 비보잉은 ‘놀이’임을 말해준다. 이를 통해 비보잉은 놀이 문화의 부족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 상황(이광규 외, 2013) 속에서 아직 남아있는 건전한 놀이 문화임을 알 수 있다. 호모 루덴스의 저자 Huizinga는 놀이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놀이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 문화를 제공하지 않으며 놀이는 종종 ‘일탈’ 또는 ‘문제’로 치부된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손쉽게 대중문화와 가상현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고(이광규 외, 2013) 이는 청소년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반면 비보잉 문화는 유희적 성격이 강하면서 동시에 교육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전 한 놀이문화이므로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비보잉 참여는 일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 과는 반대로 일탈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춤추 는 학생들은 타 예체능 분야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부정적인 시선과 차 별적인 대우를 경험하였으며 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우려의 감정을 넘어 일탈문화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이경림, 2015; 이진숙, 2002). 또 한 미국 빈민가의 흑인이 지배층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배경으로 인 해 비보잉 또는 힙합이 비행과 일탈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이우재, 2013).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오히려 학생들의 일탈행동은 비보잉을 통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청소년들을 올바른 모습으로 사 회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는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각종 대회 및 공연 등의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열정과 몰입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비행을 선도하고 폭력성과 일탈행동이 춤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우재(2013)의 주 장과 일맥상통하였다. 물론 이러한 사례만을 보고 비보잉에는 일탈개선효 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이제는 비보잉을 바 라보는데 있어서 이전의 색안경을 벗고 비보잉이 내재하고 있는 교육적인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셋째, 비보잉 참여 경험은 선행 연구에서의 경험 단계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분 지을 수 있었다. 유태균, 정은영(2009)은 연구 참여자의 비보잉에 대
한 몰입 정도, 기간, 기량의 수준에 따라 비보잉 참여의 체험 단계를 초보 적 단계 – 숙련단계 – 몰입 단계로 구분하였다. 초보적 단계는 춤을 추는 자체보다 그로 인해 얻어지는 부수적인 결과를 더 중요시 여기는 단계이 다. 이는 본 연구의 입문 단계에서 비보잉 춤을 추기보다 특정 한 기술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숙련 단계에서는 자신이 성취하 는 비보잉 춤의 기술과 동작이 양적으로 늘어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이 는 본 연구의 성장 단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이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기술 들을 연습하며 여러 무대 경험을 통해 비보잉 춤 수준이 높아지는 모습과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몰입 단계는 이전의 단계에서보다 성숙된 자세로 비 보잉에 참여하는 단계로 춤을 추고 있는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단계이다. 이는 본 연구의 향유 단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이 여러 가지 형태 로 비보잉을 좀 더 심층적인 수준에서 즐기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나. 라이프 스킬 습득에 관한 논의
연구 참여자들이 습득한 라이프 스킬은 자기관리 기술에 해당하는 ‘갈고 닦기’, 자기표현 기술에 해당하는 ‘드러내기’, 타인과 사회와 상호작용 하는 기술에 해당하는 ‘관계 맺기’, 사고적 측면에 해당하는 ‘안목 기 르기’로 범주화되었다. 이 라이프 스킬들은 대부분 Turnnidge, Côtê &
Hancock(2014)이 제시한 암시적 전이(Implicit transfer)에 의해서 일상생활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라이프 스킬 습득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계획 되고 의도된 명시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참여자의 스포츠를 통한 자신의 경험 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이를 삶과 연계시키려는 노력 역시 라이프 스킬 습 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옥선(2012)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또한 체육 전공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킬을 탐색한 이옥선(2012)의 연구에 의한 라이 프 스킬 영역 구분과 비교했을 때 기본기(fundamental skills)는 ‘갈고 닦기’
와 ‘드러내기’, 대응기(coping skills)는 ‘관계 맺기’, 공헌기(contributory skills)는 ‘안목 기르기’와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라이
프 스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한 강지웅(2016)의 연구에서의 뿌리내리기는
‘갈고닦기’, 어우러지기는 ‘관계맺기’, 열매맺기는 ‘안목 기르기’와 유 사함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 승마교육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습득되는 라이프 스킬을 탐색한 공경희(2014)의 연구에서는 승마의 특성상 말과 기승자의 교감 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나와 말과의 관계 영역을 제외하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 는 ‘관계 맺기’, 나와 공동체의 관계는 ‘안목 기르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 였다. 이옥선(2012)와 공경희(2014)에서는 본 연구에서처럼 의도적이지 않은 자 연스러운 스포츠 경험을 통해 습득한 라이프 스킬을 탐색하였고 강지웅(2016) 은 의도적인 교육을 통해 라이프 스킬을 습득을 탐색하였다. 이 세 연구가 본 연구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습득된 라이프 스킬이 일상생활로 전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기도 하고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라이프 스킬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 사이에 서도 전이에 관해 ‘의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와 ‘의도적인 교육이 필요 하지 않다.’ 의 의견은 분분하다(Barton, 2011; Holt et al., 2008; Martinek &
Lee, 2012). 누구는 자연스럽게 라이프 스킬이 전이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타자 의 교육 또는 훈련의 힘을 빌려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 다. 자연스럽게 전이가 된다면 가장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전이가 자연스 럽게 일어나도록 학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프로그램의 효과 를 확인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라이프 스킬 교육은 일시적인 라이프 스킬 전이 에만 그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얻은 라이프 스킬의 성격과 본 연구에서 비보잉 참여에서 도 출된 라이프 스킬의 성격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영역의 이름을 다르게 한 이 유는 본 연구자는 라이프 스킬이 ‘~하기’와 같이 동사의 형태로 드러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라이프 스킬은 단순한 분절적 기술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과정적인 성격이 강한 삶의 태도라고 해석하 였다.
비보잉 춤 요인 외에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는 인적 환경 중 선생님이 있 었다. 선생님의 모범적인 모습을 포함한 간접교수행동은 의도하지 않았음
에도 학생들의 라이프 스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는 이옥선(2012) 의 연구에서는 스포츠 코치, 공경희(2014)의 연구에서는 승마 지도자가 라 이프 스킬 습득을 촉진시킨 연구 결과와 같았다.
다. 비보잉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에 관한 논의
첫째, 비보잉은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창의성은 4차 산업혁명 을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재의 모든 사람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역량이며 교육 역시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성이란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 을 만들어 내는 능력’ 또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서 새로운 관계 를 창출하거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학지사, 2000)으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촉진될 수 있다. 비보잉은 이러한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 발달을 촉진시키는 요소와 환경을 가지고 있고 볼 수 있다. 힙합 댄스의 미적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를 진행한 원지혜 (2013)은 비보잉 춤을 즉흥적으로 즐기는 프리스타일은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과 창의가’이루어진다고 보았으며 무용 교육과 청소년의 창의력의 관 계를 밝히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서예원, 1996; Best, 1985;
McFee, 1994). 오레지나(2005)는 연구를 통해 무용교육이 일반적인 창의성 뿐만 아니라 무용분야에 특화된 창의성을 발달시킴을 확인하였다. 또한 교 육자 중심의 수업보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신체적 활동이 창의력을 더욱 촉진시킨다는 점(신언숙, 이강순, 2010)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춤을 발전 시키는 비보잉은 창의성 교육내용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인성교육의 소재로서 비보잉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교육의 변하지 않는 목적 중 하나는 전인교육이다. 정부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인해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창의 · 인성을 표방했을 뿐만 아니라 2015 년에는 ‘인성교육 진흥법’이 개정되었다. 인성교육은 오늘날 학교교육의 화두이며 그 중심에는 체육교육이 있다. 이는 스포츠를 비롯한 신체활동이 인성을 발달을 촉진 시키는 여러 가지 교육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