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단과 조합의 개념
우리 학계와 실무는 사단법인과 구분하여 법인은 아니지만 법인의 실 체를 가지는 단체를 ‘비법인사단’이라 칭하고 있다. 이 때 ‘사단의 본질’이 무엇인지 문제된다. 단체는 사단과 조합으로 나뉘며, 양자는
55) 이철송, 회사법강의, 박영사, 2016, 144면.
단체 자체가 그 구성원으로부터 독립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구분된다. 사 단은 단체가 구성원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한다. 사단은 기관을 두고, 총회 의결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표기관을 통하여 행위하고, 사단 자체 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 반면 조합은 구성원과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조합원 모두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 조합에는 기관이 없고, 대리 제도를 통하여 조합원의 의사에 의하여 조합원 모두의 이름 으로 행위를 할 수 있을 뿐이다.56) 구체적으로 단체가 구성원으로부터 독립하는지 여부는 통설에 의하면 단체성의 강약 판단에 달려있다. 통설 은 어떤 단체를 사단으로 파악할 수 있는 표지로 사단적 성격의 규약, 의사결정 및 집행기관, 다수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 사원 변경과 무관 한 단체의 존속 등을 들고 있다.57)
민법은 법인을 중심으로 단체를 규율하며, 사단성을 지니지만 등기를 하지 않아 법인격을 취득하지 못한 비법인사단의 경우에도 등기에 관한 규정 이외에 사단법인의 규율을 적용한다. 민법상 법인의 종류로는 사단 법인과 재단법인이 인정되며, 양자는 설립(민법 제40조 내지 제56조), 기관(제57조 내지 제76조), 해산(제77조 내지 제96조) 등에서 달리 규 율된다. 그러나 양자에 공통되는 사항은 총칙에서 규율하며, 민법 제31 조 내지 제38조에서 법인법정주의, 법인의 권리능력과 불법행위능력, 법 인의 주소, 법인사무의 감독, 법인설립허가의 취소를 정하고 있다.58) 한 편, 조합에 관한 규정을 보면, 민법은 조합의 단체로서의 측면보다 그 구성원인 조합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조합 자체가 독립성을 지니지 못 하므로, 민법 제704조에 의하면, 조합재산의 개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조합원 전원의 합유이며, 제712조에 의하면 조합채무도 조합원 모
56) 김준호, 민법강의, 2014, 홍문사, 1709 – 1710면 57) 송호영, 위의 책, 74면.
58) 김준호, 위의 책, 130면.
두가 책임을 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법은 조합의 단체성을 보충적으로 인정한다. 즉, 민법 제704조, 제714조 내지 제715조에서는 조합재산의 개념을 인정하여 이를 유지하기 위한 특칙을 두고 있으며, 제716조 내 지 제718조에서는 조합의 동일성 유지를 전제로 한 조합원 탈퇴를 인정 하고, 제721조 이하에서는 청산절차를 정하고 있다.59)
2. 사단과 조합의 구분에 관한 학설 대립
가. 구분의 의의
사단과 조합의 구분은 통상 법인이 아니지만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구 성된 인적 조직체의 법적 성격을 판단할 때 문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법인사단과 조합의 단체성 구분 문제로 나타난다. ‘비법인사단’이란 판례가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으나 아직 법인격을 부여받지 않은 사단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이 때 법인격 부여 여부와 독립하 여 판단되는 ‘사단’의 본질이 무엇인지 문제된다. 우리 민법은 제40 조에서 사단법인이 성립하기 위하여 정관의 작성과 주무관청의 허가 및 설립등기를 갖출 것을 요구하지만, 사단의 개념 자체에 대하여는 정의하 고 있지 않으며 사단이 일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면 법인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이다. 이에 따라 사단의 본질에 대하여는 학설과 판 례가 규율한다.
나. 단체성의 강약에 따라 구분하는 학설
59) 김준호, 위의 책, 1711 – 1712면.
사단과 조합을 단체성에 의하여 구분하는 학설은 권리능력 없는 사단 과 조합의 구분에 관하여 통일적 조직, 기관을 갖추고 단체의 명칭을 사 용하는지, 기관에 의하여 행위하는지, 구성원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지, 구성원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단체 운영에 참여하는지, 재산의 귀속형태가 어떻게 되는지, 구성원이 유한책임을 지는지 등에 의하여 구 분할 수 있다고 본다.60)
다.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따라 구분하는 학설
반면 사단과 조합을 양자택일 하는 태도는 옳지 않으며, 어떤 단체가 직면한 법률문제마다 사단법 혹은 조합법의 어느 쪽을 적용하는 것이 조 직이나 구성원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보다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 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61)62)
라.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비법인사단은 구성원의 개인성과는 별개로 권리·의무의 주 체가 될 수 있는 독자적 존재로서의 단체적 조직을 가지는 특성이 있다 고 본다. 어떤 단체가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사단적 성격을 가지는 규약 을 만들어 이에 근거하여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 의 조직을 갖추고 있고, 기관의 의결이나 업무집행방법이 다수결의 원칙 에 의하여 행하여지며, 구성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 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되고, 그 조직에 의하여 대표의 방법, 총회나 이
60) 곽윤직, 민법주해16, 박영사, 2012, 9면.
61) 이주흥, 민법주석(I), 한국사법행정학회, 2010, 480면.
62) 송호영, 위의 책, 76면
사회 등의 운영, 자본의 구성,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진다 인정하는 것 이다.63) 또한,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그 단체성의 강약을 기준으로 판단 하여야 하는 바 조합은 어느 정도의 단체성에서 오는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지만 구성원의 개인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인적 결합체인 데 비하여, 비법인사단은 구성원의 개인성과는 별개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 는 독자적 존재로서의 단체적 조직을 가지는 특성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 다.64)
3. 소결
현실에서는 조합과 사단의 각 이념적인 형태를 양극으로 하여 수많은 법적 구성을 지닌 단체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상법상 합자회사의 경 우 그 내부관계는 주로 조합적 성격을 지니지만 유한책임사원이 존재하 는 이상 사단적 규율이 더 적절한 국면이 존재할 수 있다. 이렇듯 단체 의 실질을 규명함에 있어서 사단인지 조합인지 양자택일하는 것은 현실 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의 단체들의 실질을 포착해내는 데 한계가 있 다. 특히 이러한 접근으로는 단체가 직면하는 문제상황마다 가장 타당한 해결방식을 고안해낼 수 없으므로, 조합과 사단의 양자택일 논리에서 벗 어나서 문제해결을 시도는 의미가 있다.
도시정비법상 정비조합 역시 법인격이 부여되고 사단법인의 규정을 준 용하도록 되어있으나, 이로써 그 실질의 규명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정비조합의 법적 성격은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조합과 사단의 규율
63)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다4504 판결 64) 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다2431 판결
중 어느 것이 적당한지 검토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대법원은 도시정 비법의 제정 이전에는 재개발조합은 법인으로 재건축조합은 비법인사단 으로 파악하였고, 제정 이후에는 도시정비법이 정하는대로 정비조합을 사단법인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그 규율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비 법인사단이나 사단법인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는 장을 달리하여 계속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