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조합원의 조합 대위소송의 가능성
2. 채권자대위소송 가능성에 대한 기존의 연구
➀ 조합에 대한 채권을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인정하는 견해
조합명의의 법률행위의 효력은 조합원에게 미치지 않으며, 조합원은 조합의 계약 상대방에게 계약상 채무부존재확인이나 계약상 채무의 이행
청구를 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대위권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조합의 법 률행위에 조합원이 개입할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된다. 그런데 정비조합은 도시정비사업이라는 목적만을 가지기 때문에 조합원에 대하여 한정된 종 류의 채무를 진다. 이에 따라 통상적인 특정물에 관한 권리나 금전채권 에 기한 채권자대위권이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114)
➁ 사원권을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인정하는 견해
조합의 사원권을 근거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인정하자는 견해가 있다.
재개발조합은 강제가입제를 취하므로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는 당연히 조합원이 되고, 재건축조합은 이들 중에서도 조합 설립에 동의한 자만이 조합원이 된다. 주식회사 주주의 지위가 주식과 결합된 것이라면, 정비 조합에서는 조합원의 지위는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권과 결합된 것이므 로 정비조합 조합원의 지위는 주주와 달리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 나아가 이 견해는 대위소송의 피보전권리가 되는 사원권을 이루는 핵심이 분양청구권이라고 하면서, 분양청구권이 제3자와 조합 간의 거래 로 인하여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을시 조합원은 구체적·법률적 이 해관계를 갖는 자로서 그 거래관계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보았다.115)
③ 총회 전속결의사항에 한하여 대위소송을 긍정하는 견해
위 사건의 1심에서 법원은 조합원에게 보장된 총회의 출석․발언권 및 의결권을 매개로 총회의 전속결의 사항들에 관하여서는 조합원이 조합운 영에 사실상의 간접적인 이해관계의 범위를 넘어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보았다. 다만,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의결권을 보장받는다는 점
114) 김종보·전연규, 새로운 재건축재개발 I – 하권, 760 115) 이국현, 위의 글, 22-24면.
만으로 그 결의사항에 대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지 문 제된다. 대다수의 단체에서 구성원들은 총회에 출석하고 발언할 수 있으 며 의결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3. 소결
정비조합의 경우 위에서 살폈듯 조합원들은 조합의 운영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반면, 그 이해관계를 반영할 통로는 마련되 어있지 않거나 소송상의 가능성마저 차단되고 있는바 대위소송의 가능성 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근거를 ➁의 경우와 같이 분양 청구권에 근거한 사원권에서 찾을 것인지, ③에서와 같이 총회의 의사결 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에서 찾을 것인지 문제된다.
이는 앞서 살펴본 정비조합의 단체성에 관한 견해의 대립과도 맞닿아 있다. 즉, 정비조합의 조합적 성격은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에 서 주로 나타나고 사단적 성격은 일반분양분에 관한 관계에서 나타난다 는 견해에 따르면, 조합원의 분양청구권을 핵심으로 하는 사원권에서 대 위소송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한편, 보호가치 있는 이 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조합에 관한 규율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에 의하면 총회의 전속적 결의사항은 조합원이 이해관계를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을 허용함이 자연스럽다. 후자의 견해는 특정한 사안이 총회의 결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속적 결의사 항인 경우 조합원에게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구체적·법률적 이해관 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나아가 총회의 전속적 결의사항에 관하여 조합원의 대위소송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열어 둘 수 있으므로, 조합원의 조합 운영에 관한 능동적 개입과 통제를 적극 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116)
제4절 정비조합의 채무에 대한 조합원의 책임 가능성
I. 공사대금채무에 대한 조합의 책임
법인격 부여는 정비조합의 단체로서의 본질이 무엇이든 조합의 법률관 계를 그 구성원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기능을 한다. 정비조합은 독립한 권 리의무의 주체로서 제3자의 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채무에 대하여 책임 을 지며, 원칙적으로 그 구성원인 조합원들은 조합의 채무에 대하여 직 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조합과 조합원은 법인격을 달리하 므로 조합과 계약을 맺은 상대방이 조합원을 상대로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비조합이 체결한 화해조서의 효력이 조합 원에게 미치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화해조서의 효력은 화해의 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을 갖는 것으로 민법상 비법인사단에 해당하는 재 건축조합을 당사자로 하는 화해조서의 효력은 그 구성원인 조합원들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또 재건축조합과 체결한 계약의 효력이 직 접 조합원들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117)
정비조합의 경우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사업이 끝나면 조합이 소멸되 는 것을 전제로 하여 정비조합 고유의 재산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으며, 조합원들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인 사업부지가 조합재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조합채권자, 그 중에서도 공사대금채권자가 어떤 방식으로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통상 시공사 등은 재건축
116) 이국현, 위의 글, 31면.
117)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3864 판결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맺으면서 분양권을 얻어 일반인에 대한 분양대금 으로 직접 그 공사대금채권에 충당하는 방식으로 채권을 확보해왔다. 혹 은 일반적인 공사도급계약에서처럼 민법 제666조에 기하여 수급인의 저 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하거나, 공사대금채권으로 목적물에 대하여 유치 권을 행사하는 방법도 이용되었다. 그런데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되어 공 사가 중단되는 재건축 현장들이 여럿 발생하면서 공사가 완료되어 분양 이 이루어지기 이전 단계에서도 재건축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맺고 공사 를 한 시공사 등의 공사대금채권을 확보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되 었다.
먼저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 재건축사업구역 내 토지 등을 부동산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그런데 신탁법118) 제22조에 따르면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 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이하 “강제집행등”이라 한다)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며,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 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예외가 된다. 이에 따르면 조합채권자가 가지는 권리가 공사대금채권이라면 이는 재건축조 합의 설립 및 이에 대한 신탁 등기 후 발생하는 것이므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채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조합활동으로 인하 여 발생한 손해배상의무 등은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포 함될 여지가 있으나, 공사대금채무는 수탁자가 신탁사무를 처리하면서 이에 수반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공사도급계약에 의한 것이므 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사업구역 내 부동산 강제집행은 불가 하다.
118) 신탁법 법률 제12592호(상업등기법) 일부개정 2014. 0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