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문제의식 포착
(1) 포착의 개념: ‘무엇을 할 것인가’
포착이란 탐구해야 할 현상이나 대상을 찾는 일이다. 이는 기사의 출 발점이 된다. 어떤 사안에서건 탐구해야 할 자신만의 주제, 문제의식을 찾는 것이 포착이다. 포착이란 다년간의 경험이 몸에 체득되어 자동화된, 감각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본능적으로 기자들은 ‘감시(watch)하고 있다 가’, 기사의 ‘냄새를 맡으며’, ‘레이더를 세운다’. 이 포착은 광범위한 주제 로부터 시작되고 필요에 의해서 찾기도 하지만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관심사도 반영된다.
뚜렷한 증거가 없이도 포착은 가능하다. 아직 뒷받침해 줄 증거를 찾 지는 못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시점이다. 이 이상하다고 느 끼는 시점은 기자마다 다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행지식에서 나오 기도 하고, 주변의 분위기에서 감지되기도 한다.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 상이 생겨나거나, 늘 봐 오던 현상에서 앞뒤가 안 맞는 등 뭔가 아귀가 떨어지지 않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기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포착한다.
이 과정은 큰 맥락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그림을 그려 보는 단계이 기도 하다. 기자들은 가상 시나리오를 쓰거나 큰 그림을 그리며 자기가 포착한 문제를 밝혀내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밟을지 가늠해보기도 한다.
(2) 포착의 경로
(가) 외부-제보: ‘우리가 믿을 만하다고 보니까’
제보를 받는 경우 기자들은 상황을 다각적으로 판단했다. 제보 자체가 곧 문제의식으로 연결되기도 했지만 제보된 사항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 가 대부분이었다.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부분의 제보여도 이를 파악하 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제보가 온 경우에도 이것을 발전시켜야 할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심도 있게 고민한 뒤 에 취재를 결정했다.
저랑 탐사부장이랑 제보자를 만났어요. 만나서 들어보니까 구체적이지 는 않았어요. 왜냐면 아주 작은 현상 정도였어요. 이거는 시계열적인 추이를 분석을 해봐야 할 문제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핵심 적이었던 거죠. 그 끝에 작은 미묘한 변화를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게 아 니라, 아주 일부만 캐치가 된 상황이고 본질은 이게 아니다.(D기자)
제보의 경우 그동안 쌓여 있던 기자의 기사 데이터를 보고 기자가 해 당 영역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확신과 신뢰를 가지고 제보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는 그 기자에 대해 친분이 있고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제보하 는 경우가 있었다. 해당 영역에 대한 기사가 쌓일수록 제보자의 기자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기자의 식견이나 방향성에 대한 신뢰였다.
제보를 받았는데. 계속 와치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믿을 만하다 고 보니까 우리에게 제보를 한 거지. 전면 중단을 먼저 한 데가 있는데
거기가 제보하진 않아. 다른 데서 여기가 중단했다고 일러 주는 거지.
예를 들어 A은행이 대출 중단했으면 다른 곳이 알려주는 거야. 그건 신뢰가 있으니까.(A기자)
특히 건설업계가 관련된 것은, 부당 해고되신 분들이 어떻게 보면 이제 자기 회사에서 잘려 나오더라도 자기가 먹고 살려면 자기 친정과 완전 히 척을 지면 안 되는데, 자기 나름대로 자기 인생을 걸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데. 가장 신뢰할만한 기자들을 찾았다고 하 면서.(G기자)
제보자의 매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경우도 있었다. 자료를 건네 주거나 증언을 해 주는 사람들이 매체에 신뢰가 있을 경우에만 자료를 건네주거나, 증언을 해줬다. 이 같은 도움은 예상치 못한 것이기도 했다.
제일 도움된 건 아무래도 제보자죠. 거기서 출발을 다 할 수 있을 거니 까. 그게 없었으면 사실 시작을 할 수가 없잖아요. 이런 보도뿐만이 아 니라 사실 모든 기사가 출발점이 필요한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 요. 다음 스텝도 너무 중요하고 그것도 어렵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지 만, 일단 출발을 할 수가 있어서. 뭐가 나올 수가 있기 때문에. (연구자:
제보자의 매체에 대한 신뢰) 그런 부분들이 감사하게도 있어서. (I기자)
기자들은 제보를 받았다고 모두 다 그대로 보도로 내는 것은 아니었다.
면밀히 검토한 뒤에 보도할지 말지를 판단했다. 그 자료가 내용면에서 충실하고, 그 업계에서 상징성이 있느냐,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느 냐, 사회의 단면을 잘 드러내고 있느냐가 중요한 점이었다. 그런 기사들 이 ‘판을 벌려야 할 만큼’ 큰 기사였다.
기사도 뭔가 제보가 들어왔을 땐 큰 거다 하는 감이 당연히 있지. 이번 주는 그냥 때우는 용 그런 기사가 아니라. 큰 거다, 판 벌려야 한다 그 런 것이 당연히 있지. (A기자)
저희가 보기에는 일단 내부 자료가 되게 충실하게 입수가 된 상황이었
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기업 자체가 갖는 상징성, 그룹 범위에서 노조 관련된 얘기들이 비판이 계속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이 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실제로 보면 사실상 사찰이나 다름없는 그런 식으로 직 원들 관리를 하고, 뭐 해고, 노동법이나 그런 법 위반 소지도 좀 보이 는, 해고나 이런 인사 문제들이 이루어지고, 노동권이라는 건 특히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데 어느 기업도 헌법 위에 있을 수는 없는데, 이건 좀 잘못됐다.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해서 저희가 보도를.
(I기자)
기사화를 전제로 한 제보의 형태가 아니어도, 기자가 ‘우연한 경우’에 핵심 정보를 알게 되어 입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영역에 대한 작은 힌트를 우연히 얻게 되어 착수하는 경우다. C기자와 같은 경우도 처음에 이 분야가 관심분야는 아니었지만, 우연히 지인에 의해 해당 분야에 대 한 힌트를 얻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를 A기자는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우연히 그 소식을 들었고,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까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육하원칙에 따라 보도하게 된 거다.(C기자)
약간 행운 비슷하게. 이들이 여기(국감자료)에다가 몰래 숨겨서 제출했 다고. 약 400페이지짜리 책자 세권씩 되어 있는 것을. 원래 저들은 이 걸로 조용히 넘어가려고. 관심도 없을 만한 마이너 단에다가 넣어서 이 렇게 했는데 아무도 몰랐지. 그런데 내가 딱 봤지.(A기자)
E기자도 지나가는 말로 했던 한 마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심지어 E기자에게 포착할 기회를 제공했던 사람은 자신이 그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E기자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것이기에 작은 힌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인 저게 됐던 거는 이제 만나는 자리에서 아 이게 우리나라 기 업들의 그 상황이 상당히 좋지가 않다, 그런 얘기를 누가 했어요. 그걸
했는데 그걸 보고 포착을 한 건데 재밌는 건 나중에 그 사람을 봤는데 그 사람은 자기가 그 얘기를 한 지 모르더라고.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러니까 그걸 가지고 소통하던 게 아니 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나는 얻었는데 그 분은 그걸 잘 모르더라고.(E기자)
제가 오랜 동안 교류를 해 왔던 취재원이 한 분 계시는데, 이 분이 사 료 발굴 전문가세요. 그런데 이 분이 저랑 오랫동안 교류를 하니까 이 것 저것 종종 만나가지고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를 하다가. 사료발굴을 하다 보면 조각조각 밀정의 흔적이 보인다. 이런 얘기를 그냥 무심코 하셨어요. 거기서 제가 착안을 한 거죠.(K기자)
K기자도 제보자가 ‘무심코’ 한 말에 착안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실제 제 보는 아니었더라도 기자 자신이 외부의 자극에서 ‘우연히’, ‘행운 비슷하 게’, ‘무심코’ 얻은 힌트가 동력이 되었다.
(나) 외부-환경의 변화 국면이나 회사의 요구 : ‘시대 변화를 읽어야죠’
사회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라 기획되고 조명하는 기사도 있었다. 예 를 들면 정권이 바뀌거나, 개각이 이뤄지거나, 감사가 진행되는 등 사회 의 변화 국면에 만들어지는 경우였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이슈 가 불거질 때도 포함된다. 기자의 관심사와 사회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기사화될 타이밍을 잡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에 출범은 경제민주화로 했어요. 그래서 대형마트 근로자들을 정규직화하고 했는데 2013년 8월에 재벌들과 연달아 만남 을 가지면서 기조가 바뀌었죠. 노동유연성을 이야기하고. 이 기사는 그 런 와중에 나왔어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의 기조가 보수화되기 시 작했을 때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G기자)
또는 기자 자신이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다루어질 시점이 되었다’라고
느낄 만큼 사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기존에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의제를 꺼낼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고 느낄 때였다. 예컨대 기업에 대한 투명성, 성폭력의 개념 확대 등 외국에서 보 편화된 이슈가 그동안에는 다루어지지 않다가, 점차 시민의식이 성숙하 면서 기사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게 문재인 정부 출범에 사람들이 뭐 공정한 사회 기대라고 표현할까 요, 그런 것들하고 맞아서 훨씬 증폭됐고, 2017년도에 우리 사회에 가 장 중요한 의제로 선정이 됐었죠.(F기자)
시대 변화를 읽어야죠. 너무 앞서가도 안 되는 거고, 뒤처지면 실패인 데, 저희는 시대 변화를 읽은 거죠. (D기자)
이와 함께 6.25 전쟁, 광복 70주년,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중요한 기일이 있는 경 우에 이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기고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사화를 고 려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사건에 대한 분석의 깊이를 더하거나, 예전에 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 는 경우가 많았다.
참사 1주년에 그동안 얼마나 책임을 묻는 것들이 이뤄졌을까. 특히나 저는 또 이제 재판을 좀 본 입장이었으니까. 선원들에게는 그만큼 책임 을 물었는데 그러면 다른 경우는 또 어떨까. 자료들을 확인을 해서 좀 알아봤었죠.(I기자)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핸데.
지난해부터 공영방송이다 보니까 전사적인 차원에서 100주년 기념조직 을 꾸렸거든요.(K기자)
아울러 회사 차원의 필요에 따라 기획된 경우가 있었다. 회사의 창간 일을 맞춰 좀 더 깊은 이슈를 다루는 창간기획이 그러한 한 예다.